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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콜린 히긴스(Colin Higgins) 장편소설 『해롤드와 모드(Harold and Maude)』

by 언덕에서 2025. 1. 3.

 

 

 

 

콜린 히긴스(Colin Higgins) 장편소설 『해롤드와 모드(Harold and Maude)』

 

호주 소설가 · 극작가 · 영화감독 콜린 히긴스(Colin Higgins, 1941~ )의 장편소설로 1971년 출판되었다. 콜린 히긴스는 호주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한 극작가, 소설가, 영화감독으로 이 작품은 처음에는 영화로 알려졌으며, 이후 소설과 희곡으로도 발표되었다.

 콜린 히긴스는 본래 극작을 공부하던 중 UCLA 영화학교에서 영화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 『해롤드와 모드』는 히긴스의 초기 작품으로, 그의 독특한 유머 감각과 철학적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발표 초기에는 논란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인간관계와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독창적인 서사로 좋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동명의 영화로도 유명해진 작품으로, 죽음에 집착하는 젊은 청년과 삶을 사랑하는 노년 여성의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은 인간의 삶과 죽음, 자유 그리고 행복에 대한 깊은 내용을 담고 있다. 「해롤드와 모드」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삶에 대한 사랑을 조화롭게 다룬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인간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담고 있는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1971년 할 애슈비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영화 「해롤드와 모드」, 1971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해롤드는 19세의 청년으로,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정신적인 면에서 문제가 있다. 그는 부푼 두 눈, 튀어나온 혓바닥, 목에 단단히 묶인 매듭과 기괴한 옷차림으로 다닌다. 그를 본 어머니는 퉁명스럽게 한마디 한다.

 “얘, 해롤드! 너 지금 장난으로 그런 짓을 하는 거지?”
 해롤드는 세상살이에 회의감을 견디지 못하고 끊임없이 자살 소동을 벌이며 장례식장과 폐차장, 건물 해체 작업 현장을 전전하는 것이 일상을 이어간다. 그는 자살을 가장한 연출을 반복하며 어머니의 관심을 끌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이를 단순한 문제 행동으로 치부하고 그를 통제하려고만 든다. 어머니는 해롤드의 '정상적인 삶'을 위해 결혼 상대자를 찾지만, 해롤드는 고의로 맞선을 망치며 이를 거부한다.

 해롤드의 취미는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인데, 이곳에서 79세의 노년 여성 모드를 만나게 된다. 어느 날, 그에게 한없이 유쾌하고 즐거워 보이는 표정으로 장례식장에서 수박씨를 뱉어내고 있는 모드 할머니가 나타났다. 사랑스러운 모드 할머니와의 만남은 해롤드에게 조금씩 새로운, 삶의 싱그러운 경험을 하게 한다. 모드는 자유롭고 열정적인 삶을 사는 인물로 해롤드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여성이다. 그녀는 해롤드에게 다가가 친구가 되어 점차 그를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해롤드는 자유분방한 모드를 통해 양배추밭에서, 막 태어난 아기들이 있는 병원에서, 똑같아 보이지만 각기 다른 해바라기가 가득한 꽃밭에서, 20미터나 되는 높다란 나무 위에서, 삶과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배우게 된다. 무엇보다 모드는 “사람은 바보 같은 짓을 할 자유도 있는 거야”라고 말하며 해롤드에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용기를 준다.

 해롤드와 모드는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쌓는다. 모드는 해롤드에게 삶의 즐거움과 소소한 기쁨을 가르치며, 해롤드가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고 따르도록 격려한다. 그들의 로맨스는 매일 인생의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커진다.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각을 가진 모드와 함께하며 해롤드는 삶에 대한 생명력을 느끼고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비록 나이는 많지만, 누구보다 세상을 사랑하고 해바라기처럼 간명한 삶을 살아가는 모드를 사랑하게 된다.

 해롤드는 모드에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한다. 하지만 모드는 해롤드에게 자기 삶이 끝나가고 있음을 알린다. 해롤드는 모드의 80번째 생일에 프러포즈를 준비하지만 모드는 해롤드와의 영원한 이별을 준비한다. 그녀는 삶을 자유롭고 아름답게 마무리하려는 계획을 세웠음을 밝히고 해롤드에게도 이 결정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 이에 해롤드는 극심한 충격에 빠진다. 결국 그녀는 자기 계획대로 자살로 세상을 떠나고, 해롤드는 처음으로 삶의 의미를 깊이 생각한다. 모드의 죽음 이후, 해롤드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는 더 이상 죽음에 매달리지 않고 모드가 가르쳐준 삶의 기쁨을 추구하며 앞으로 나아가기로 다짐한다. 소설은 해롤드가 홀로 걸어가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영화 「해롤드와 모드」, 1971

 

 해롤드와 모드의 관계는 죽음에 집착하는 젊은이와 삶을 사랑하는 노년의 대조를 통해, 삶과 죽음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모드는 규범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며, 해롤드에게도 진정한 자유를 찾는 법을 가르친다. 해롤드와 모드의 사랑은 나이와 세대를 초월한 인간적 연결을 보여준다.

 모드는 80세 생일을 맞아 자신이 설정한 삶의 마지막 날을 기념한다. 해롤드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고 밝힌 후에도, 그녀는 이미 자신의 선택이 확고하다고 말한다. 모드는 저녁이 끝난 뒤 수면제 과다 복용을 통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그녀는 이를 해롤드에게 미리 알리지 않으며, 해롤드가 그녀를 발견했을 때 이미 그녀의 생명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세상을 떠난다.

 이 장면은 해롤드에게 큰 충격을 준다. 그러나 모드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주체성을 유지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을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강렬한 메시지를 남긴다. 그녀는 죽음을 슬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삶의 아름다운 축제로 마무리하려 했다. 이 사건을 통해 해롤드는 죽음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모드가 가르쳐준 대로 삶의 소중함과 자유를 깨닫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편견 어린 학교의 시선, 어머니의 결혼 강요, 틀에 박힌 정신과 상담, 형식에만 얽매여 있는 교회……. 시공간은 다르지만 해롤드의 삶은 우리의 현실과 닮았다. 콜린 히긴스의 『해롤드 앤 모드』는 이처럼 각박한 현실에 찌들어 죽음을 생각하던 해롤드가 모드를 만나 진짜 어른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해바라기처럼 단순한 인생을 살고 싶다는 80세 할머니 모드의 삶의 방식은 형식과 틀에 얽매여 있지 않아 자유롭고 단순하며 진실하다. 모드는 길가의 가로수가 죽어가는 것이 안쓰러워 편히 자랄 곳을 마련해 주고, 네 것과 내 것의 구분 없이 선뜻 기부하기도 한다. 모드는 신생아와 해바라기밭을 보며 인생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낙관적 마음을 지닌 이다.
 “인간은 웃고, 인간은 울어요. 이것은 인간의 소중한 두 가지 특성이에요. 그리고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말이지요, 해롤드. 두려워하지 말고 인간적으로 되는 거예요.”
 극도로 물질화된 세상 속에서 비인간적인 삶을 ‘버티는’ 요즘 시대에, 삶의 가장 기본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모드의 모습은 해롤드뿐 아니라, 삶에 불평하고 희망을 잃고 사는 사람들에게 세상과 당당히 맞서며 ‘진짜 어른’으로 사는 법을 알려준다.

 소설은 블랙코미디와 따뜻한 감동을 동시에 전달하며 독자들에게도 삶과 죽음, 자유와 행복에 대한 메시지로서 공감과 영감을 준다. 해롤드의 기이한 행동과 모드의 유쾌한 삶의 태도가 대조적으로 묘사되어 이야기에 깊이와 흥미를 더한다. 그러나 나이와 사회적 규범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생활방식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처음에는 독특한 소재와 주제로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나, 시간이 지나며 컬트 클래식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영화는 음악과 시각적 연출로 소설의 메시지를 더욱 풍부하게 표현하며 찬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