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해리슨 장편소설 『가을의 전설 (Legends of the Fall)』
미국 소설가 짐 해리슨(Jim Harrison. 1937∼2016)의 장편소설로 1979년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미국 서부의 광활한 풍경을 배경으로 삼 형제의 비극적인 삶을 다룬 이야기이다. 작가는 이 작품를 통해 인간의 사랑과 상실, 배신과 복수 그리고 운명의 불가해성을 서술했다. 해리슨은 이 소설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본성을 거친 필치로 묘사하며, 인간의 욕망과 운명 속에서 한 가문이 겪는 비극적 서사를 펼쳤다. 작가는 인간의 존재가 대자연과 대비되어 무상하게 스러져 가는 모습을 그려내어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 작품은 1994년 에드워드 즈윅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몬태나주의 거친 자연 속에 자리한 러드로 가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러드로 대령은 세 아들 알프레드, 트리스탄, 새뮤얼과 함께 목장을 운영하며 평화로운 삶을 꾸리고 있다. 막내아들 새뮤얼이 약혼자 수잔을 집에 데려오며 가족은 새로운 인연과 기대를 품게 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희망은 깨어진다.
이들 형제는 참전을 결심한다. 유럽 전장으로 간 세 형제는 전쟁의 잔혹함 속에서 서로를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새뮤얼이 적군의 총탄에 목숨을 잃으며 형제들의 운명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둘째 트리스탄은 새뮤얼의 죽음에 크게 상처받아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분노에 휩싸인다. 그 때문에 감정의 혼란에 빠진 그는 전쟁 후에도 정신적인 방황을 이어간다. 한편, 수잔은 트리스탄에게 마음이 끌리지만, 동생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트리스탄의 자책은 그녀를 거부한다.
트리스탄은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세상을 떠돌지만, 결국 수잔과 재회한다. 그러나 트리스탄의 상처받은 영혼은 그를 안착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들었다. 그 결과, 두 사람의 관계는 지속되지 못한다. 이후 트리스탄은 인디언 여성과 새로운 결혼을 한다.
장남 알프레드는 성공적인 사업가로 자리 잡지만 트리스탄은 불법적인 거래에 얽히게 되어 경찰의 추적을 받는다. 이에 따라 트리스탄과 알프레드 사이에는 더욱 깊은 갈등이 형성된다. 다른 길을 걷게 된 형제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다.
트리스탄은 경찰과 충돌하다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그의 죽음은 러드로 가문에 큰 여운을 남긴다. 소설은 몬태나의 황량한 자연 속에서 그가 죽는 장면에서 마무리된다.
『가을의 전설』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삶과 죽음이라는 대조적인 요소들이 강렬하게 충돌하는 서사이다. 작가는 러드로 가문의 비극을 통해 전쟁과 가족 그리고 사랑과 상실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장남 트리스탄은 자연의 일부이자 인류의 고독한 일면을 드러내는 상징적 인물로 그의 야성적 성격과 내면의 갈등은 인간이 가진 원초적 욕망과 본능을 보여준다.
작가 짐 해리슨은 자연에 대한 묘사를 통해 주인공들의 감정과 고통을 깊이 있게 전달하며, 풍경과 심리적 고뇌가 하나로 융합되는 효과를 내었다. 이는 자연의 일부인 인간 존재의 불가피한 소멸과 한계를 묘사하여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문학적 장치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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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주의 작은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미시간주립대를 졸업한 해리슨은 1965년 시인으로 처음 데뷔한 후 시와 소설, 수필을 넘나들며 30권 이상의 책을 남긴 다작의 작가였다. 특히 1979년 처음 출간한 베스트셀러 소설 『가을의 전설』은 해리슨에게 변방의 작가에서 주류 작가로 도약하게 만든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몬태나의 목장 주인 윌리엄 러들로 대령과 세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3부작 소설로, 1994년 해리슨이 각색해 브래드 피트, 앤서니 홉킨스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영화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여 세계적으로 1억6,000만 달러(약 1,870억 원)를 벌어들였다. 주연배우 브래드 피트를 세계적 배우의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이 소설은 존 스타인벡의 <에덴의 동쪽>(1952년)을 염두에 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제목의 ‘더 폴(the Fall)’은 가을이 아니라 ‘에덴동산에서 추방’ 또는 ‘몰락’을 뜻한다. 해리슨은 『가을의 전설』 외에도 잭 니컬슨 주연의 영화 '울프'(1994년),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리벤지'(1990년) 등의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했으며, 잭 니컬슨, 숀 코너리, 오슨 웰스 등의 영화계 인사들과 교유했다. 그의 소설은 광활한 대자연의 풍광 속에 비극적 인간사를 담담하게 담아내 윌리엄 포크너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계승자라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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