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프레지어 장편소설 『콜드 마운틴의 사랑(Cold Mountain)』
미국 소설가 찰스 프레지어(Charles Frazier, 1950~)의 장편소설로 1997년 발표되었다. 원제는 ‘Cold Mountain’이다. 이 작품은 애팔래치아산맥의 척박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주인공 인만과 아이다의 사랑과 생존을 다루고 있다. 고전적인 서사 구조의 흐름을 통해 인물들이 내면적·물리적 장애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프레지어의 첫 소설이기도 한『콜드 마운틴의 사랑』은 1997년 출간되자마자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그해 [전미 도서상(National Book Award)]을 수상했다. 남북전쟁 당시 남부 병사의 고향으로의 귀환 여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깊이 있는 심리적 묘사와 자연에 대한 서정적 묘사로 주목받았다. 『콜드 마운틴의 사랑』은 2004년 안소니 밍겔라에 의해 영화로도 제작되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프레이저는 이후 <써틴 무운즈(2006)>와 <나이트우즈(2011)> 같은 소설을 발표했으며, 이 작품들 역시 남부의 독특한 자연과 인물들의 삶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삶의 진실을 탐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배경은 남북전쟁 시기이다. 남군 병사 인만은 전쟁 중 받은 부상으로 깊은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겪으며 고향 콜드 마운틴으로 돌아가기 위해 부대를 탈영한다. 그곳에서 사랑하는 애인 애이다를 다시 만나 평화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과거, 두 사람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던 무렵에 인만은 남부군에 강제 차출되었다. 애이다는 아버지를 잃고 고향에 홀로 남아 농장을 관리하며 어려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인만은 콜드 마운틴으로 향하는 여정에 오르지만 길은 고난의 연속이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남부를 지나면서 굶주림과 병마, 도적들의 위협, 노예를 사냥하는 자들, 목숨을 노리는 군인들까지 다양한 위험을 만난다. 그는 전쟁의 참상을 재확인한다. 애이다는 농장을 홀로 돌보며 고된 삶을 이어가지만 농장 관리에 서툴다. 그러다 강인한 의지와 생존 본능을 지닌 여성 루비와 함께하면서 농장의 재건과 삶을 개척하는 법을 배워간다. 이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힘든 환경 속을 버텨간다.
인만은 길 위에서 끊임없이 죽음의 위협을 받고, 애이다 역시 농장에서 외롭고 불안한 날들을 보낸다. 특히 인만은 도망자 신세로서 자기 고향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에 사로잡힌다.
인만이 마침내 콜드 마운틴에 도착하여 두 사람은 재회한다. 이들은 다시 만난 기쁨 속에서도 서로가 경험한 고통과 전쟁의 잔혹한 기억에 묶여 있다. 그러나 서로의 사랑과 따뜻함이 이들의 상처를 치유한다.
이들이 평화로운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려는 찰나, 예상치 못한 비극이 닥친다. 루비가 탈영병을 숨겨준 사실이 들통나 위기에 처하는데 이들을 지키려다 인만이 총에 맞아 목숨을 잃는다. 애이다는 인만의 죽음을 통해 슬픔을 겪지만 그와의 추억을 간직하며 삶을 이어가기로 결심한다. 소설은 전쟁이 남긴 상처와 사랑의 의미를 깊이 반추하며 끝을 맺는다.
찰스 프레이저는 이 작품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950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남부 애팔래치아산맥의 전통과 문화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이후 학업을 계속하여 미국 남부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탐구했다. 이 지역적 배경과 역사적 이해가 그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주인공 인만이 전쟁을 거부하고 탈영한 것은 인간의 잔인함에 대한 혐오 때문이기도 했지만, 남부 사람들이 고수하려던 노예제에 기초한 봉건제나 북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자본주의 역시 인간에 대한 애정에 기초하고 있지 않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는 콜드 마운틴이라는 대자연 속에서 자급자족의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건강한 모습을 제시함으로써 오늘날의 숨 가쁜 자본주의 사회의 여러 모순에 대한 대안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작품은 인만의 죽음을 통해 인간이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행복을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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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남북전쟁의 막바지에 사랑하는 여인에게 돌아가는 탈영병의 고난에 찬 이야기가 숭고한 대자연과 참혹한 전장을 배경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대지와 인간의 관계, 인간의 탐욕과 순결한 사랑이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작가 프레이져는 "나는 전쟁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말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주인공 인만은 단지 집과 평화를 원했을 뿐입니다. 콜드 마운틴은 그것을 상징합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눈이 내리는, 버려진 폐가에서 작품의 주요 인물 인만과 아이다, 루비와 그의 아버지 네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영혼을 위로받는다. 눈이 내리는 산속에서 타자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묘사되고 있다. 작가가 치유의 길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자연의 넉넉한 품이다.
이 소설은 눈 덮인 웅장한 산 앞에 마주하고 서 있는 듯한 벅찬 감동을 안겨 주는 보기 드문 대작일 뿐 아니라, 이루어지지 못하는 애절한 연인의 사랑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또한 남북전쟁이라는 참혹한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 불굴의 의지와 내면의 성장을 다뤘다. 서사적 특징은 장대한 여정 서사와 애팔래치아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에서 두드러진다. 작품은 전쟁의 참상을 겪고 살아남으려는 한 인간의 심리적 변화와 사랑의 의미를 고찰한다. 또한 불안과 위기를 맞이하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생존 본능과 인간애가 매우 깊이 있게 다루어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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