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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이보 안드리치 장편소설 『드리나강의 다리>(The Bridge on the Drina)』

by 언덕에서 2024. 10. 17.

 

 

 

이보 안드리치 장편소설 『드리나강의 다리>(The Bridge on the Drina)』

 

보스니아 소설가 이보 안드리치(Ivo Andrić, 1892~1975)의 장편소설로 1945년 발표되었다. 작가가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집필하여 전쟁이 끝난 1945년에 동시에 발표한 3부작 『드리나 강의 다리』·<트라브니크의 연대기>·<아가씨> 중 첫째 작품이다. 이 작품들은 500여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보스니아에 살아온 다양한 민족 공동체의 공통된 역사와 운명을 조명하여 이들의 갈등과 견제 속에 형성된 발칸 특유의 문화를 서사적으로 그려낸 작품들이다.

『드리나 강의 다리』는 보스니아의 비셰그라드라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약 400여 년에 걸친 역사적 사건들과 그 지역 주민들의 삶을 다루었다. 이 소설은 단순히 하나의 마을이나 다리의 이야기를 넘어, 발칸반도의 복잡한 역사와 다문화적, 다종교적 갈등을 포괄적으로 담아낸 대서사시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은 이보 안드리치에게 1961년 [노벨 문학상]을 안겨주었다.

 소설의 중심은 드리나강 위에 놓인 다리이다. 이 다리는 오스만 제국 시기에 건설되었는데 지역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잇는 상징적인 구조물이다. 작품은 다리의 건설에서부터 시작하여 오스만 제국의 쇠퇴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지배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지는 약 400년 동안의 시간을 배경으로 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다리는 마을 사람들의 삶과 발칸반도의 역사를 기록하는 목격자이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다리 위에서 사랑과 고통, 희망과 절망을 경험한다. 이들이 겪는 개인적 사건들은 발칸반도의 역사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발칸반도의 민족적, 종교적 갈등을 직시하면서도 인간의 보편적인 고통과 생존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드리나 강의 소콜로비치 다리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소설은 16세기 오스만 제국의 전성기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비셰그라드 출신의 소년인 메흐메드 파샤 소콜로비치는 어린 나이에 오스만 제국에 의해 강제로 징집된다. 그는 이슬람으로 개종하며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 고위 관리가 된다. 그가 자기 고향에 대한 애정으로 드리나강 위에 다리를 건설할 것을 명령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다리의 건설 이후, 비셰그라드 마을은 점차 다리 중심으로 발전해 나가고 다양한 종교와 민족의 주민들이 공존한다. 주민들은 각자의 종교와 문화에 따라 살아가지만 다리는 그들 모두를 잇는 상징적 역할을 계속한다.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발칸반도를 지배하면서 지역 주민들은 새로운 정치적 상황에 직면한다. 이 과정에서 다리는 군사적 요충지로 변모하고 마을은 제국의 새로운 통치에 저항하기 시작한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은 지역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기는데 다리는 다시 한번 역사적 격변의 중심에 선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다리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발칸반도의 민족주의 세력 간의 갈등이 격화된다. 다리는 전략적 · 군사적 가치가 있어서 치열한 전투와 폭력 사태가 벌어진다. 이 과정에서 다리는 부분적으로 파괴되며 마을 역시 전쟁으로 인해 큰 변화를 겪는다. 소설은 다리가 수 세기 동안 목격해 온 인간의 고통과 역사를 상징하며 끝맺는다.

 

발칸 반도 분쟁 지도

 

 이 작품은 다리라는 물리적 구조물을 통해 시간과 역사를 잇는 상징적 의미를 전달한다. 소설은 보스니아의 종교적, 민족적 갈등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려낸다.  다리 자체는 마을 사람들의 삶과 발칸반도의 역사를 기록하는 목격자인데 등장인물들은 다리 위에서 사랑과 고통, 희망과 절망을 경험하며, 이들이 겪는 개인적 사건들은 발칸반도의 역사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

 안드리치는 이 소설을 통해 발칸반도의 민족적, 종교적 갈등을 직시하면서도 인간의 보편적인 고통과 생존을 이야기하고 있다. 드리나강의 다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그것이 목격한 사건들과 역사의 무게는 다리를 넘어 마을과 그 주변 세계 전체를 흔들어 놓는다. 작가는 드리나강의 다리라는 하나의 다리를 중심으로 수 세기 동안의 발칸반도의 역사적, 문화적, 정치적 변화를 서사적으로 그려낸다. 결국, 다리 자체가 역사의 상징적 존재인 것이다.

 

 

 인종 간, 종교 간의 충돌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발칸반도의 보스니아에서 태어난 이보 안드리치는 자신의 조국 역사를 인간의 운명과 역사에 관한 위대한 대서사시로 승화시킨 작가이다. 열한 살 때까지 비셰그라드에 있는 고모의 집에서 생활한 안드리치는 메흐메드 파샤 소콜로비치라는 보스니아 출신의 터키 제국 고관이 자기 고향 형제들을 위해 세웠다는 유명한 드리나강의 다리에 대한 전설을 들으며 자랐다. 그는 이슬람, 가톨릭, 세르비아 정교, 유대교 등 다양한 문화가 혼재하는 보스니아에서 인간의 온갖 풍습들을 관찰하고 경험하며 이를 이후 작품 활동의 자양분으로 삼았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이보 안드리치가 오랜 칩거 끝에 완성한 ‘보스니아 3부작’ 중 제1부에 해당하는 이 소설은 1961년 ‘조국의 역사와 관련된 인간의 운명을 철저히 파헤치는 서사적 필력’이라는 평가받으며 안드리치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400여 년의 역사 동안 다양한 민족 공동체들의 공통된 운명과 갈등을 유장하고도 치밀한 서술로 그려낸 이 소설은 피로 얼룩질 수밖에 없었던 비극 속에서도 결코 휴머니즘을 잊지 않았던 ‘인간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닌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