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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프란츠 카프카 단편소설 『만리장성의 축조(Beim Bau der Chinesischen Mauer)』

by 언덕에서 2024. 10. 16.

 

 

프란츠 카프카 단편소설 『만리장성의 축조(Beim Bau der Chinesischen Mauer)』

 

체코 출신 독일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의 단편소설로 1931년 표제명의 작품집으로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서사 구조를 따르지 않고, 주인공도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카프카 특유의 비정형적이고 심리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서술자가 마치 역사적 기록자처럼 나타나지만, 그 기록 자체가 혼란스럽고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전달된다. 이는 중앙 권력과 개인의 관계,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느끼는 소외와 부조리를 탐구하는 상징적 서사로 읽을 수 있다. 카프카는 이 작품을 통해 체제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무력감과 그 체제가 추상적이고 부조리하게 작동하는 모습을 강렬하게 드러내며, 현대 사회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그려내었다.

 카프카 특유의 모호하고 심리적인 서사를 통해 거대한 역사적, 정치적 프로젝트의 이면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만리장성 건축 과정에 관한 비유적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인간의 사회적, 정치적 체계와 그 속에서 개인이 겪는 혼란과 소외감을 주제로 삼고 있다. 번역자에 따라 <만리장성을 쌓을 때> 또는 <황제의 전갈>이라는 제명 등으로 번역되었다.

체코 출신 독일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 1883 ∼ 1924)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소설은 만리장성의 축조가 이루어진 방법에 관한 서술로 시작된다. 서술자는 장성이 중앙 정부의 명령에 따라 효율적이고 일관되게 건설된 것이 아니라, 산발적이고 분산된 방식으로 이루어졌음을 설명한다. 장성은 일부분씩 나누어 짧게 지어졌고, 이 때문에 전체 구조가 연결되지 않는 구간들이 생겼다. 이는 중앙에서의 명령이 지방에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거나, 그 명령을 이해하기 어려워 발생한 결과로 제시된다.

 의문은 장성의 건설과정이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는지에 관한 서술에서 더 나아가, 그 건설의 목적 자체가 무엇인지로 이어진다. 서술자는 중앙 정부와 황제의 권위가 매우 멀리 떨어져 있어, 실질적인 명령은 거의 지방으로 도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결과, 건축 노동자들은 그들이 하는 일이 황제를 위한 것인지, 자신을 위한 것인지 알지 못한 채 일에 매몰된다.

 황제의 권위는 상징적이고 추상적이며, 서술자는 황제의 존재가 마치 신화처럼 멀리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서술자는 만리장성의 건설을 거대한 상징적 행위로 본 듯하며, 이를 통해 황제의 권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정치적 동기와 백성들이 이를 맹목적으로 따르게 만드는 심리적 기제가 드러난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서사 구조(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를 따르지 않는 비정형적 작품이다. 주인공도 명확하지 않으며 이야기보다는 특정 상황과 개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사건 중심으로 해석하기가 어렵다. 카프카의 단편소설「만리장성의 축조」는 단순한 역사적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구조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 비유적 서사이다. 이 소설은 중앙집권적인 정부 체제와 그 체제 내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의 소외와 혼란을 다루고 있다.

 소설에서 황제는 마치 신과 같은 존재로 묘사되며 중앙 정부의 명령은 지방에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다. 이는 카프카가 느낀 권력 구조의 불투명함과 중앙 권력의 추상성을 상징한다. 명령이 분명하지 않고 그 명령의 목적조차 알 수 없을 때 개인은 그 체제 속에서 방향을 잃고 방황한다.

 

 

 만리장성을 짓는 노동자들은 그들이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목적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들은 자신들의 작업이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알 수 없으며 그로 인해 스스로 무의미한 일에 종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느끼는 소외감과 무력감을 상징한다. 거대한 사회적 구조 속에서 개인은 자신의 역할이나 가치를 명확히 알 수 없게 되고 그 속에서 고립된다.

 만리장성이 산발적으로 건축된 방식은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이다. 이는 카프카의 많은 작품에서 반복되는 주제인 '부조리'를 반영하고 있다. 인간 사회의 제도와 구조는 때로는 합리적이지 않으며 그 속에서 사람들은 비합리적인 행동을 강요받는다. 카프카는 이를 통해 인간의 삶에 내재한 부조리함을 지적한다.

 카프카는 이 소설에서 황제와 중앙 권력이 신화적이고 추상적인 차원에서 존재하는 것처럼 묘사한다. 이는 역사적 사실이나 정치적 현실이 아니라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황제는 실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며 이는 권력의 허상과도 관련 있다.

 카프카는 이 작품을 통해 거대한 체제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혼란과 소외감을 그리고 있으며 사회적 권위와 개인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이 작품은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깊이 있게 성찰하는 동시에 인간 존재의 불확실성과 고립감을 탐구하는 철학적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