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중편소설 『아저씨의 꿈(Дядюшкин сон)』
러시아 소설가 도스토옙스키(Dostoevski Fedor Mikhailovich. 1821∼1881)가 쓴 풍자적이고 경쾌한 내용의 중편소설로 1859년에 발표되었다. 러시아 지방 소도시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야망과 결혼을 둘러싼 인물들의 희극적 상황을 다룬 작품이다. 작품명 「아저씨의 꿈」에서 '아저씨(Дядюшкин)'는 치매에 걸린 부유한 노인 모즈글랴꼬프를 뜻한다. 조카 모즈글랴꼬프 입장에서는 노인의 허망한 희망이 '아저씨의 꿈'으로 표현된다.
중편소설 「아저씨의 꿈」은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며 도스토옙스키 창작 활동의 중기를 시작하는 작품이다. 사실적·형이상학적 세계로 나아가는 감상주의와 사실주의적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과장과 희화적 색채를 드러낸 희극적 상황이 나타나서 풍자 드라마 혹은 사회 비판적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지방의 사교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중년여성 마리아 알렉산드로브나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미모가 뛰어난 딸 즈이나이다를 부유한 귀족 모즈글랴꼬프 공작과 결혼시키기 위해 술수를 쓴다. 공작은 나이 많고 치매를 앓고 있는 무능한 귀족으로, 마리아는 그의 정신적 약점을 이용해 결혼을 성사시키려 한다. 마리아는 공작을 완전히 설득하려 애쓰지만 그의 정신 상태는 갈수록 불안정해진다. 그러나 이 계획은 예기치 않은 사건과 함께 점차 어그러진다.
공작의 정신이 계속 오락가락하자 마리아는 그의 혼미한 기억력과 판단력을 이용해서 지나에게 청혼하도록 한다. 그러나 지나를 사모하는, 그녀에게 청혼을 해놓고 초조하게 답을 기다리고 있는, 젊은 관리 모즈글랴꼬프는 마리아의 계획을 엿듣게 된다. 그는 분개한 나머지 먼 친척 아저씨뻘쯤 되는 공작에게 모녀의 계략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가르쳐 준다. 때마침 공작은 자신의 결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는 중이었다. 공작은 모즈글랴꼬프가 가르쳐 준 대로 자신의 청혼이 실제 사건이 아니라 꿈속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해명하여, 사건은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가 되어버린다. 공작과 결혼하여 부와 명예, 상류 사회 진출을 꿈꾸었던 모녀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그들은 마을을 떠난다. 결국, 모녀의 결혼 계획이 무산되고, 마리아의 야망은 실패로 끝난다.
먼 훗날, 모즈글랴꼬프가 어느 변방에서 모녀를 재회했을 때 즈이나이다는 결국 고위직 장군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아저씨의 꿈』은 도스토옙스키의 초기 작품 중 하나로, 후일의 심오한 철학적 탐구와는 달리, 가벼운 풍자와 희극적 요소가 두드러진다. 이 소설은 사회적 지위와 물질적 야망이 결혼 제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며, 19C 러시아 지방 사회의 인물들이 벌이는 희극적인 모습을 통해 당시 러시아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주인공 마리아 알렉산드로브나는 극단적인 속물로 사람들에게 자신과 가족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내적인 자존감이 없고,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만 안심하는 부류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이 작품을 통해 귀족 계급의 무능함과 부패 그리고 결혼을 둘러싼 사회적 야망을 조롱하고 있다. 특히 공작은 귀족 계층의 타락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작가는 마리아 알렉산드로브나와 같은 강한 여성 인물을 통해 권력과 통제, 야망의 테마를 다룬다. 그녀는 자기 딸의 결혼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강화하려는 목적을 가진 매우 계산적인 인물이다.
♣
『아저씨의 꿈』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 중 최초로 연극화되어 무대에 오른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풍자하는 내용은 소위 상류사교계 부인들의 이중적인 모습의 폭로이다. 마리아 알렉산드로브나 부인이 남편 앞에서 내뱉은 언어는 폭력적이며 그에 반응 못하는 남편 아파나시 마뜨베이치나 시종일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휘둘리는 공작의 모습은 한 편의 코미디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이전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제시되었던 등장인물의 자아분열 모습은『아저씨의 꿈』에는 많이 완화되어 공작의 치매성 착각과 꿈에 대한 착각으로 표현된다. 또한 도스토옙스키의 장편소설 <분신>에서 큰 골랴드낀과 작은 골랴드낀이라는 다른 몸체로 분리되었던 정반대 자아의 모습은 이 작품에선 '속물의 이중성'이라는 형태로, 마리아 알렉산드로브나의 이중적인 모습 속에 순화되어 표현되었다. 유머와 해학, 상류층의 희화를 통한 풍자 등에서 도스토옙스키 작품의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도스토옙스키 중기 창작 활동의 시작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또한 후기의 사실적ㆍ형이상학적 세계로 나아가는 과도기적 성격인 감상주의 특징과 사실주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이 작품에 나타나는 과장과 희극적 상황 때문에 풍자 드라마 혹은 사회 비판적 소설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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