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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노먼 메일러 장편소설 『벌거벗은 자와 죽은 자 (The Naked and the Dead)』

by 언덕에서 2024. 10. 3.

 

노먼 메일러 장편소설 『벌거벗은 자와 죽은 자 (The Naked and the Dead)』

 

미국 작가 노먼 메일러(Norman Mailer.1923- )의 소설로 1948년 작품이다. < 나자(裸者)와 사자(死者)>, <벗은 자와 죽은 자> 등의 제명으로도 번역되어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 작품은 태평양에 있는 가공적인 고도(孤島) 아노포페이를 배경으로, 이 고도를 사수하려는 일본군과 여기에 강습상륙을 감행한 미국 기동부대와의 사투를 묘사하였다. 작가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전쟁에 관한 풍부한 지식을 담아 극히 기록문학적인 서술을 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 졸업생으로서 장교가 될 수도 있었으나, 그는 사병으로 입대하는 것을 선택한다. 장교가 될 경우 전투를 제대로 경험할 수 없으리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기초 군사 훈련을 받은 후, 맥아더 장군이 이끄는 미군의 필리핀 탈환 작전에 투입된다. 이때의 경험은 『벌거벗은 자와 죽은 자』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재료가 된다.
메일러는 제대 후 아내와 함께 파리로 건너가, 톨스토이의 작품들과 당시 프랑스에서 전개되었던 실존주의 사상 운동의 영향 아래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1948년, “2차 세계 대전이 종결된 지 삼 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러 사람들이 모두 전쟁의 실체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장편 전쟁소설을 읽을 준비가 되었을 때” 『벌거벗은 자와 죽은 자』를 출간한다. 소설 속에서 전쟁터에 던져져 전쟁 기계로 내몰린 병사들은 때론 자신이 개성과 의지와 존엄을 가진 인간임을 망각한다. 미군이 상륙 작전에 돌입하여 결국에는 일본군을 궤멸시키고 작전을 승리로 이끄는 내용임에도, 이 소설을 지배하는 것은 낙담과 무력감, 패배와 좌절의 정서다. 그리고 이것은 이 소설이 내는 반전(反戰)의 울림과 공명한다.

 소설기법에서는 도스패서스나 J.패럴의 영향이 엿보이며 전쟁의 배경인 미국사회를 불황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묘사하고 전쟁의 공허함을 서술하고 있다. 하버드대학 출신의 청년장교 헌 소위가 인솔하는 소대의 행동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섞어 가며 묘사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낳은 대표적인 전쟁소설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커밍크스 대위의 지휘 아래 섬에 상륙한 미군들 사이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심이 만연해 있었으며, 염전사상(厭戰思想: 전쟁에 대한 공포심)까지 갖고 있는 병사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본군과의 싸움에서 일부 병사들이 죽어가는 가운데 하버드 대학 출신의 ‘헌’ 소위는 권위적인 커밍크스 대위에 대항하여 자유주의 사상을 부르짖었으나 결국 전사해 버리고 말았다. 한편, ‘크로프트’ 중사는 지배욕에 불타 자기에게 반대하는 동료 군인들이 있으면 가차없이 그들의 목숨을 빼앗는 등 그 유격대 내에서는 비인간적인 행위가 난무했다.

 그러나 윌슨이 중상을 입으면서 그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병사들의 순수한 행위를 통해 동료애와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위대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결국 일본군은 전멸하고 섬은 미국의 수중에 들어온다.

 

미국 작가 노먼 메일러 (Norman Mailer.1923- )

 

 1948년 발표한 이 소설은 메일러가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직후 참전한 2차 세계 대전에서 겪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쟁 소설이다. 전쟁 당시 상황과 군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상들을 꾸미지 않은 날것의 문장으로 생생히 묘사하며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통해 미국 사회, 더 나아가 인간 사회에 대한 통찰을 담은 이 소설은 대중과 평단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출간된 지 삼 개월 만에 20만 부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연속 62주 동안이나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타임]은 이 소설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견주었고, [뉴욕 타임스]는 “2차 세계 대전에 관한 가장 인상적인 소설”이라고 찬사를 보냈으며, [뉴스위크]는 메일러를 일컬어 “이론의 여지없이 중요한 작가”라고 평가했다. 1998년에 [모던 라이브러리]는 『벌거벗은 자와 죽은 자』를 100대 영문 소설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제 2차 세계 대전 때 필리핀 제도에 있는 가공의 섬 '아노포페이'를 배경으로 그 섬을 사수하려는 일본군과 여기에 상륙한 미국 유격대와의 사투(死鬪)를 그린 메일러의 「벌거벗은 자와 죽은 자」는 특히 미군 내부의 갈등과 증오, 병사들의 허무한 죽음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하고 있다.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뒤섞어 가면서 기록적인 서술을 통해 전쟁의 허무함을 다루고 있는데 메일러는 실제로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필리핀 제도의 몇몇 섬들에 종군하기도 했다. 이 소설은 이 때 체험한 사실을 토대로 쓴 것이다. 권력 기구인 군대의 실상을 폭로하면서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삶과 죽음, 절망과 비참함을 적나라하게 그려 작품이 발표되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커밍크스 대위는 권력 지향의 전형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는,

 "이 전쟁은 미국의 잠재적인 에너지를 동적인 에너지로 바꾼 것이다."

라고 외치면서 전쟁을 정당화시키고 있다. 또한,

 "미래의 도덕은 권력에 의한다.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은 죽고, 권력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는 말을 통해 철저히 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권력에 반대하는 헌 소위는 전쟁을 '제국주의와 제국주의 사이의 싸움'이라고 규정하며 커밍크스의 주장을 '허망한 감상'으로 비판하고 있다. 크로프트 중사는 지배욕에 눈이 먼 사람으로 동료의 죽음에 대해 '죽음은 자연의 법칙'이라고 말할 정도로 냉혈 동물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이처럼 제각각 개성이 강한 세 명의 인물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