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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를 읽다

낙엽(Les feuilles mortes)/ 구르몽(Remy de Gourmont)

by 언덕에서 2024. 10. 22.

 

 

낙엽(Les feuilles mortes)/ 구르몽(Remy de Gourmont. 1858∼1915)

 

 

시몬, 나뭇잎이 떨어진 숲으로 가자.

이끼며 돌이며 오솔길을 덮은 낙엽.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해.

버려진 모습으로 땅 위에 흩어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 질 무렵 낙엽은 쓸쓸해.

바람에 흩어지며 상냥하게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에 밟힌 낙엽은 영혼처럼 흐느낀다.

날갯짓처럼, 여인의 옷자락처럼.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가엾은 낙엽

밤은 깊고, 바람이 옷깃을 스민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원문】

 

Les feuilles mortes

 

Simone, allons au bois : les feuilles sont tombées ;

Elles recouvrent la mousse, les pierres et les sentiers.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

 

Elles ont des couleurs si douces, des tons si graves,

Elles sont sur la terre de si frêles épaves !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

 

Elles ont l'air si dolent à l'heure du crépuscule,

Elles crient si tendrement, quand le vent les bouscule !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

 

Quand le pied les écrase, elles pleurent comme des âmes,

Elles font un bruit d'ailes ou de robes de femme :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

 

Viens : nous serons un jour de pauvres feuilles mortes.

Viens : déjà la nuit tombe et le vent nous emporte.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

 


 

 

이 시는 1889년 문예지 [메르퀴르 드 프랑스(Mercure de France)]를 창간해 상징주의를 옹호하는 비평과 미학 이론을 발표해 뛰어난 업적을 남긴 레미 드 구르몽(Remy de Gourmont. 1858∼1915)의 대표적인 상징시로 오늘날에도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애송된다.

 구르몽의 시에는 그의 독특한 감각과 상상으로 부조된 '시몽'이란 여성에 대해 깊고 뜨거운 애정이 잠겨 있다. 그리고 반복 기법에는 오는 효과가 이들 시의 묘한 매력을 더해 주고 있다. 가령, '낙엽'에서는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 후렴처럼 반복되어 있고, '눈'에서는 각 연의 서술어가 매연마다 거듭되는 것이 그것이다.

 이 시는 지성과 관능이 미묘하게 융합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낭만적 서정시이다. 가을 낙엽을 시의 제재로 삼아 인생에 대한 단상을 상징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시의 첫 구절에서 청유형 어미를 활용해 상징적인 여성인 '시몬'에게 가을 숲으로 가자고 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라는 표현을 후렴구처럼 반복 사용함으로써, 시에 전체적인 통일성과 음악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묘한 매력을 더하고 있다. 구르몽의 시에는 그의 독특한 감각과 상상으로 부조된 '시몽'이란 여성에 대해 깊고 뜨거운 애정이 잠겨 있다. 그리고 반복 기법에는 오는 효과가 이들 시의 묘한 매력을 더해 주고 있다.

 


 

 

 

☞ 레미 드 구르몽( Remy de Gourmont. 1858∼1915) : 프랑스의 시인ㆍ소설가ㆍ극작가 구르몽은 노르망디 오른(Orne) 출생으로 캉에서 법률을 공부한 뒤 1881년에 국립도서관에 일자리를 얻어 폭넓은 교양과 학식을 쌓았다. 그러나 1891년에 [메르퀴르 드 프랑스(Mercure de France)]라는 잡지에 비애국적인 기사를 발표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그가 남긴 50권의 저서는 주로 수필집인데 그 내용은 18세기의 회의주의 철학자들과 비교될 만큼 광범위하고 논조도 비슷하다.

 그의 저서는 ① 당시의 사건과 인물에 대한 시사해설인 <에필로그>(1903~13), ② 문학과 철학에 대한 수필인 <문학 산책>(1904~27)과 <철학 산책> (1905~09), ③ 문체ㆍ언어ㆍ미학에 대한 연구서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구르몽은 모든 진실은 상대성을 갖는다고 생각했으며 평론가로서의 장점은 순전히 미학적인 기준에 따라 문학평론을 쓴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20세기 시인인 에즈라 파운드와 T. S. 엘리엇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는 상징주의의 이론가ㆍ고무자(鼓舞者)였으나, 불편부당하고 총명한 비평가로 넓은 시야를 지니고, 과거를 존중하는 동시에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도 큰 희망을 걸고 있었다. 1889년∼1915년간 [메르퀴르 드 프랑스]의 주필이었다. <디오메데스의 말들>(1897) <한 여인의 꿈>(1899) <순결한 마음>(1907)을 비롯한 소설들은 등장인물들을 실제 인간보다 지나치게 지성적으로 그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동생인 장 드 구르몽(1877~1928)도 [메르퀴르 드 프랑스]에 기고했으며, 몇 편의 시와 <황금 양털>(1908)이라는 소설 1편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