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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를 읽다

눈(Neige) / 구르몽(Remy de Gourmont)

by 언덕에서 2024. 11. 27.

 

 

 

눈(Neige) 

                                                                   구르몽(Remy de Gourmont.1858∼1915)

 

시몬, 눈은 그대의 목처럼 희다.

사몬, 눈은 그대의 무릎처럼 희다.

 

시몬, 그대의 손은 눈처럼 차갑다.

시몬, 그대의 마음은 눈처럼 차갑다.

 

눈은 불꽃의 입맞춤으로 녹는다.

그대 마음은 이별의 입맞춤에 녹는다.

 

눈은 소나무 가지 위에 쌓여서 슬프다.

그대의 이마는 밤새 머리칼 아래서 슬프다.

 

시몬, 그대의 동생인 눈은 안뜰에서 잠잔다.

시몬, 그대는 나의 눈, 또한 나의 사랑이다.

 

 

 

 


 

【시 원문】

 

Neige / Remy de Gourmont

 

Simone, la neige est blanche comme ton cou.

Simone, la neige est blanche comme tes genoux.

 

Simone, ta main est froide comme la neige,

Simone, ton coeur est froid comme la neige,

 

La neige ne fond qu'a un baiser de feu,

Ton coeur ne fond qu'a un baiser d'adieu.

 

La neige est triste soeur les branches de pin,

Ton front est triste sous tes cheveux chatains.

 

Simone, ta soeur la neige dort dans la cour,

Simone, tu es ma neige et mon amour.

 


 

구르몽(Remy de Gourmont.1858∼1915)의 시에서는 지성과 관능의 미묘한 융합으로 독자적인 시경(詩境)을 이루고 있다. 상징주의 시이면서도 감각적인 면이 풍부하다. 구르몽은 소설과 희곡도 발표하였으나 그의 참다운 면모는 상징주의 이론의 전개에 있었다.

 눈은 온 세상을 하얗게 변화시킬 만큼 희다. 그 정도가 사랑스런 ‘그대’ 의 목만큼이나 하얗다고 표현하고 있다. 또 요즘의 짧은 치마가 아닌 긴 치마를 입을 당시로 보아 좀처럼 노출되기 힘든 무릎만큼이나 희다고 한다. 그 하얀 눈이 따뜻한 태양 아래 녹는다고 한다. 눈이 내리면, 그대 목이 보이고, 무릎이 보이고, 그대의 눈물이 보인다고 쓰고 있다.

 눈 내리는 모습은 정말 평화롭다. 비처럼 바람과 함께 궂게 내리지 않는다. 조용히 그리고 사뿐히 소리 없이 춤추듯 사뿐사뿐 내려 소복이 쌓인다. 그 쌓인 모습도 그렇다. 비는 다른 것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차지하지만, 눈은 세상의 있는 것 위에 그대로 앉았다가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다. 눈이 내리고, 눈이 쌓이고 하는 것을 가만히 보노라면 사람이 사는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