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탕달 장편소설 『파르므의 수도원(La Chartreuse de Parme)』
프랑스 소설가 스탕달(Stendhal, 1783~1842)의 장편소설로 1839년 발표되었다. 작가의 걸작 <적과 흑>에 비견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파르네즈 가문 위대함의 기원>이라는 이탈리아 연대기에서 영감을 얻어, 등장인물 및 여러 기본적인 소재들을 취하고 있다. 즉, 16세기의 이탈리아에서 사람들이 행복을 추구할 때의 습관과 관례를 19세기 초의 이탈리아로 옮겨 놓은 셈이다. 이 작품은 모험적이고 정열적인 인생관을 보여주는 낭만적인 성향과 인물의 성격을 철저히 분석한 사실주의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야기는 북이탈리아를 배경으로, 나폴레옹이 밀라노에 입성한 역사적인 1796년부터 시작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인 미소년 파브리스는 밀라노의 대귀족 델 돈고 후작의 차남으로 태어나, 모친과 숙모 지나의 지극한 사랑을 받는다. 나폴레옹의 엘바섬 탈출을 알고 가출하여, 워털루 전투에 참여하기도 하고, 성직에 있으면서 하찮은 여배우 마리에타의 일로 그 정부(情夫)를 죽이고 투옥되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산세베리나 공작부인이 된 고모와 그녀의 애인인 파르므 공국의 재상 모스카 백작에게 구출된다.
그러나 옥중에서 형무소 소장 콘티 장군의 딸 클레리아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일단 탈옥하고도 그녀를 만나기 위해 자수하여 다시 감옥에 돌아간다. 그 후에 무죄 석방되어 파르므의 대주교 보좌에 임명된 후에도 후작 부인이 된 그녀와 밀회를 거듭한다. 성모에의 맹세를 깨뜨리고 그의 사랑을 받아들인 청순한 클레리아는 그들의 사랑의 씨앗인 산도리노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애인의 팔에 안겨 죽고, 파브리스도 슬픔에 잠겨 수도원에 돌아가지만, 그 후 1년밖에 살지 못한다.
주인공 파브리스는 <적과 흑>의 쥘리앵 소렐만큼 세련되지 못하다. 그는 오히려 무모하리만큼 영웅을 꿈꾸고 광기에 가깝게 사랑을 좇는다. 하지만 무작정 모험 속으로 뛰어드는 돈키호테적 인물이라기보다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려는 야심을 품은 나폴레옹적 인물이다.
스탕달이『파르마 수도원』에서 그려내는 ‘행복한 소수’는 인습에 얽매이지 않은 사람, 비굴함 속에서는 행복을 찾지 못하는 사람, 감각과 본능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사랑과 행복’만을 위해 치닫는 예외적 인물들은 결코 우리에게 낯섦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익숙하고 정겨우며 때론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것은 스탕달이 생활 속에서 관찰하고 떠오른 감상을 곧바로 적어가며 작품에 응용한 덕분이다.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인간적인 결점이나 약점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들이 작가의 유머러스한 풍자를 통해 용서되고 극복되기 때문이다.
심리적·정치적 통찰로 유명한 스탕달은 붓이 흘러가는 대로 소설을 쓰는 작가였다. 그에게는 다듬어진 문장보다는‘단번에 분출하는 생각’이, 그 진실성과 자연스러움 면에서 더 귀중했다. 소설의 시작과 함께 주인공들을 둘러싼 가족적 환경, 역사적 상황 등이 파노라마 형태로 소개되며, 그들이 겪는 수많은 역설적 갈등과 욕망이 뒤섞인 현실이 끝없이 확대되어 나간다. 모든 인간이 지니고 있을 만한, ‘사랑과 행복’의 추구에 있어서 허영심과 자만심의 묘사를 통한 공감 형성이 세기를 넘어 진실한 감동과 깨달음을 전해준다.
♣
허점투성이이며 세상에 물들지 않은 파브리스는 스파이로 오인당하여 감옥에 투옥되었는데, 이 일로 인해 끊임없이 죽음의 공포에 떤다. 이 점에서 그는 줄리앙 소렐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런 두려움은 감옥에 있으면서 주체성이 모자란 인간에서 탈피하여 진실한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으로 변한다.
이탈리아의 고문서에서 착상한 이 작품에서, 스탕달은 16세기적 정열과 에너지에 넘치는 자연인이 단조롭고 용렬하며 타산적인 19세기 사회에 어떻게 살아 나갈 수 있는가 하는 가능성을 추구했으며, 사랑하는 이탈리아에 대한 향수와 이탈리아에서 경험한 모든 감동을 쏟아 넣음으로써 파브리스에게서 불멸의 청춘상을 찾았다.
이 작품은, 귀족 출신인 이탈리아의 소년 파브리스는 나폴레옹을 동경하여 떠나서 워털루의 싸움에 참여하여 전쟁과 영광에 의혹을 품고, 그때부터 그의 연애ㆍ결투ㆍ독살ㆍ파올 등 사건이 왕공ㆍ재상ㆍ성직자ㆍ도적들 사이에 전개되는 파란 많은 대로망이다. 만년의 작자가 자기의 젊었을 때의 이탈리아를 묘사하여 전아하고, 정열적인 산세베리나 부인을 생각하는 등, 꿈과 경험이 곡절 하는 반자전적 소설이다. 매일 나폴레옹 법전을 읽으면서 썼다고 일컬어지는 것은 혈육을 깎아내고 뼈대만의 문장을 만들려 했던 것으로, 작자는 이 작품을 행복한 소수의 사람에게 바치고 있다. <적(赤)과 흑(黑)>과 함께 스탕달이 완성한 2대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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