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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이광수 장편소설 『그 여자의 일생』

by 언덕에서 2024. 9. 17.

 

 

이광수 장편소설 『그 여자의 일생』

 

이광수(李光洙, 1892~1950)의 장편소설로 1934년 2월 18일에서 1935년 9월 26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다. 전반부 <처녀 편>과 <연애 편>은 1934년 6월에 완성되고 이후 연재가 일시 중단되었다가 후반부의 <혼인 편>, <방랑 편>, <회광 편>은 1935년 4월에 다시 연재되어 그해 9월에 마무리되었다. 연재 지면에 ‘그 여자의 일생(그 女子의 一生) 춘원(春園) 작(作)’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조선일보]에 1934년 2월 18일부터 5월 13일(81회)까지 연재된 후 작가가 조선일보사를 사직하면서 중단되었다가 1935년 4월 19일에 82회부터 연재가 재개되었다. 연재 재개에 앞서 1935년 4월 16일부터 4월 18일까지는 ‘지나간 팔십일회(八十一回)의 대강’이라는 이름으로 3회에 걸쳐 1차 연재분의 줄거리가 소개되고 있다.
 1935년 [삼천리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으며, 1954년 [영창서관]에서 전반부 <처녀 편>, <연애 편>이 상권으로, 후반부 <혼인 편>, <방랑 편>, <동광 편>이 하권으로 발행되었다. 1957년 [광영사]에서 출간된 <춘원 선집>에서 작가는 이 작품이 ‘처녀, 애인, 아내, 어머니 그리고 죄에 앓고 광명을 찾는 한 여자의 영혼의 괴로움과 슬픔을 그리려 한 작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 여인의 애정 행각을 통하여 무상한 인생의 일면을 보여주는 소설로써 타락으로 일관된 여자의 일생이 종교의 힘으로 새로운 세계에 귀의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1957년 김한일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호색한인 아버지와 기생 출신의 어머니를 둔 이금봉은 미모와 재주를 갖추었지만 불행한 유년 시절을 보낸다. 물욕과 색욕밖에 모르는 아버지는 첩을 두기 위해 아내를 내쫓고, 금봉의 어머니는 우물에 빠져 자살하고 만다. 어머니의 죽음, 아버지의 첩살림 등으로 불우하게 자란 금봉은 아버지가 정해 준 혼처를 뿌리치고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금봉의 미모를 탐하던 학교 선생 손명규가 금봉에게 학비를 대주겠다며 동경 유학을 권했기 때문이다.
 동경에서 금봉은 처음 접하는 교회 학교의 엄숙하고 종교적인 분위기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청년 운동가 임학재를 만나 종교적 동정과도 같은 사랑에 빠진다. 인생의 향락을 단념하고 조국 조선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학재의 뜻에 따라 금봉은 자신도 나라를 위해 일생을 바칠 것을 다짐한다. 그러나 학재가 비밀결사 활동으로 체포되어 감옥에 가자 금봉은 자신에게 구애를 펼치는 심상태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잘생긴 외모에 매너까지 갖춘 심상태의 유혹에 금봉은 갈등하지만 종교적 감화를 통해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이내 돈을 내세워 자신에게 접근하는 손명규와 결혼을 함으로써 금봉은 타락의 길을 걷게 된다. 사업을 운영하던 명규는 파산 위기에 처하자 금봉을 귀족 재산가인 김광진에게 보낸다. 금봉은 명규가 자신의 미모를 이용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김광진에게 새로운 유혹을 느낀다.

 이후 타락하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 속에서 금봉은 김광진과 명규, 명규의 공판을 계기로 왕래가 생긴 심상태 등에게 몸을 허락한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타락의 길을 걷던 금봉은 자신의 불륜을 빌미로 사업자금을 뜯어내려는 명규의 간계에 의해 파멸에 이르게 된다. 그동안의 과오를 돌이키기에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을 깨달은 금봉은 결국 머리를 깎고 불도에 귀의한다.

 

『그 여자의 일생』은 미모의 주인공 여성인 금봉과 신여성들을 중심으로 남성 인물인 손명규, 임학재, 김광진 등과의 다양한 치정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 서사의 큰 줄기이다. 전반부에서 미모의 금봉은 기생 출신의 어머니와 돈밖에 모르는 아버지, 그리고 자신을 학대하는 계모 밑에서 성장하면서 이 집을 벗어나 좀 더 좋은 삶을 누리고자 일본 유학을 생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손명규라는 학교 선생이자 악인의 후원을 받게 되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결국 돈의 노예가 되어 그와 혼인까지 하게 된다.

 후반부에서는 손명규와 혼인 후, 남편의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금봉은 결국 남편이 아닌 돈 많은 부호인 김광진의 자식까지 낳게 되고 점점 파멸의 삶을 살게 된다. 불륜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을 피해 도망가는 상황까지 몰리게 되고, 이후 친오빠가 있는 금강산의 절에 찾아가서 그곳에서 중이 되기 위해 머리를 자르는 장면에서 긴 서사는 끝을 맺는다.

 

 

『그 여자의 일생』은 미모의 주인공 여성과 신여성들을 중심으로 남성 인물들과의 다양한 치정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 서사의 큰 줄기인데, 이광수는 이전까지의 연애소설에서 보여줬던 이분법적 서사 구조를 변화시킴으로써 그의 세계관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금봉의 불륜과 타락, 손명규의 악행, 김광진의 부정적인 삶 등은 탐, 진, 치를 끊을 수 없는 인간의 욕망과 번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불자(佛者)의 길을 제시한다.

 결국 이전까지 추구했던 민족 담론의 서사가 이 작품에서는 철저히 배제되었고, 서사는 보살행이라는 비합리적 세계로 봉합되고 있다. 지금까지 『그 여자의 일생』은 <재생>의 아류에 속하는 연애 소설쯤으로 소홀하게 다뤄져 왔었는데, 이광수의 ‘사상가로서의 종말’, ‘세계관의 전환’의 시발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평가가 필요한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