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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윤성희 단편소설 『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

by 언덕에서 2024. 12. 12.

 

 

윤성희 단편소설 『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

윤성희(1973~)의 단편소설로 2005년 [현대문학상] 수상작이다. 작가가 소설을 통해 그리고 있는 현실은 그것이 가진 감각적인 현재의 다채로움이다. 독자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역사적 삶으로 이 소설을 끌어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레고로 만든 집>이 당선되어 등단했고, <서른세 개의 단추가 달린 코트>가 2001년 <계단>이 연이어 <현장 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2001>에 실렸다. <부메랑>으로 2011년 11회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이수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한국일보문학상],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했다. 

  단편소설「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는 독자들이 원하는 서사로 향하지 않는다. 이 소설의 장점은 여전히 비루한 주변부 모더니티의 개체적 삶의 국면을 생생하게 부려 놓으면서도 그것을 다른 어떤 관념적 내러티브로 채색하거나 섣부르게 미화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감정이 이입되지 않는 일상적 시선과 어조를 통해 말함으로써 고통스러운 감정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절제하는 유머는 이 소설에서 여실히 발견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소설은, 새해(겨울)가 시작하는 시간에서 시작한다. 언니의 태어난 시각. 11시 34분, ‘나’의 시각. 00시 31분. 엄마의 장례식 후 아버지의 고향인 D시에서 살게 된다. 초등학생 입학을 앞두고 새로 생긴 보도블록의 가장자리를 걷던 언니가 두 팔을 벌리자 짜장면 배달원 오토바이에 치여 죽게 된다.

 그 후 초등학교(8살)는 혼자 입학하게 되고,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9년 뒤)이 된다. 17살 때 할아버지는 개회충이 눈과 뇌로 파고들어 돌아가시자 배다른 삼촌 7명의 재산 싸움이 시작된다. 이에 지친 아버지는 매달 25일마다 돈을 부치겠다는 쪽지와 함께 사라진다. ‘나’가 20살(3년 뒤)이 되어 여행사에 취직하자 그녀는 아버지와의 유일한 연결인 통장을 해지한다. 5년 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부산행 기차 칸(5호차 25번)에서 Q와 마주쳐 친구가 되어, 그에게 맡겨진 중국집에서 일하게 된다.

 부산의 어느 찜질방에서 지내는 ‘나’는 W와 마주치게 된다. 여름이 되어 장마가 와도 이들은 일기예보를 보지 않는다. Q까지 찜질방에 와서 셋이 고스톱을 치는데, 고등학생 여자애가 다가와 같이 놀게 된다. 그러다 보물지도를 꺼내 논의 끝에 계획을 짜게 된다. 보물지도에 적힌 산에 갔다 오고 다시 부산으로 향한다.

 아버지가 죽었던 기차 칸에서 만난 Q, 찜질방에서 만난 W, 셋이 고스톱을 치다가 만난 고등학생 여자애가 다가와 보물지도에 대해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여유롭게 곡괭이와 삽을 구매한다. X모양이 찍힌 꼭대기를 향해 등산한다. ‘나’는 등산화와 선글라스를 발견하고 묻고, W는 새를 발견하고 망원경을 묻는다. Q는 고장 난 트럭 열쇠를, 여자애는 담배와 라이터를 묻는다. 넷은 얻은 건 아무것도 없이 산에서 내려온다.

 그 후 Q의 중국집 주방장이 주방 물품과 음식 재료, 오토바이까지 훔쳐갔다. 이때 ‘나’는 Q가 잘하던 만두를 만들고, W는 매운 음식을 좋아해 가지고 다니던 소스로 쫄면을 만들어 장사를 하자고 제안한다. ‘나’와 고등학생은 서빙을 하기로 한다. 훈훈한 마무리로 어디 고속도로의 무슨 어묵을 먹을까 하는 인간적인 고민으로 마무리된다

  Q의 중국집, 하지만 주방장이 모든 걸 도둑질해 날라버렸다. ‘나’가 제안한 새로운 사업으로 이들은 일어서고 경제적으로 모든 안정권을 되찾게 된다. 여자애를 검정고시 학원에 보내 대학을 합격시키고, 마지막으로 ‘나’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린다.

 

 이 작품은 목적 없는 여로와 농담 사이에 의미를 묻고 있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그리고 있는 현실은 그것이 가진 감각적인 현재의 다채로움이다.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역사적 삶으로 이 소설을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소설 속의 현재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작가가 그리고 있는 현재는 그 자체로 충분히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보물을 찾지는 못했지만 가족과도 같은 새로운 공동체라는 보물이 생긴 셈이다. 우리는 그 어떤 것에도 울고불고 감정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 일이 풀리지 않으면 풀리지 않은 대로, 일이 제대로 흘러가면 그런대로 인생은 계속된다." 

 

 "갈 데 없는 겁쟁이, 울보, 허깨비, 반쪽이 등속의 찌질이들이 보물을 찾아 나섰다가 보물지도에 표시된 최종 목적지에 아무것도 없다는 좌절에 직면하지만 허황된 꿈에 대한 증거물들을 묻어 버리고 미련 없이 돌아선다. 이들 각자가 해체된 가족의 일원이었으나 이제는 서로를 보듬으며 연대한다. 그들이 사심을 놓아버리고 시작했던 만두 가게야말로 진짜 보물이 되었다." ~~ 황석영

 소설의 몇 장면에서 출몰하는 언니의 유령과 같은 환상적 언급 알려주는 것처럼 이 소설은 정확한 배경도 연대도 추측하기 힘든 상상의 어떤 장소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이 인물들은 실재의 초상이 아니라 문학적 허구에 가깝다. 하지만 이 소설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작품을 읽거나 느끼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랑, 관심, 돈, 능력 이런 것들이 부족한 '마이너리그'인 나, W, Q, 고등학생은 보물지도를 따라 모험을 한다. 지도에 표기된 곳에 가서 땅을 파고 보물을 획득할 꿈에 부푼다. 덩그러니 바위와 나무뿌리만 있었고 그래서 낙담하고 엉엉 울었다. 왜인지 그때부터 목표와 희망이 생겼다. 협심해서 가게를 만들었다.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었다. 땅을 파서 본 것이 바위와 나무뿌리였지만 다들 보물 하나씩을 손에 넣은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