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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희곡

클라이스트 희곡 『펜테질레아(Penthesilea)』

by 언덕에서 2024. 4. 17.

 

 

클라이스트 희곡 『펜테질레아(Penthesilea)』

 

 

독일 극작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Heinrich Wilhelm von Kleist: 1777∼1811)의 비극으로 1808년 작품이다. 이 작품은 발표 당시 독일 문학계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특히 괴테는 그녀를 ‘낯선 영역에서 활동하는 기이한 종족 출신의 여인’이며 ‘친해질 수 없는 여인’이라고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 때문인지 당대에는 공연되지 못하다가 1911년, 작가가 죽은 지 꼭 100년 만에 비로소 ‘무대에 적합한 극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마존의 여왕 펜테실레이아가 아킬레우스를 사랑하지만, 오히려 그에게 속았음을 깨닫고 그를 죽인다는 내용으로, 애증이 교차하는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예리하게 분석한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아마존국가는 여인국이다. 여인국의 여왕이 바로 펜테질레아다. 최초의 여인국 여왕은 활을 보다 더 잘 당기기 위해 오른쪽 가슴을 스스로 잘라내 버린다. 여인국은 전쟁포로로 잡은 건장한 남성들과 '장미축제'의 밤을 보낸다. 아들을 낳으면 아버지와 운명을 같이 하고 딸은 낳으면 아마존국의 전사가 된다. 아마존여왕은 사랑하는 사람을 스스로 선택할 수가 없다. 그것이 운명이다.

 그런데 펜테질레아는 아킬레우스를 처음 본 순간 사랑하게 된다. 아킬레우스에게 여인국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한다. 아킬레우스도 펜테질레아를 사랑한다. 전쟁에서 지는 것만이 그녀와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아킬레우스는 안다. 그는 펜테질레아에게 '지기 위해' 전투를 신청한다. 펜테질레아가 아킬레우스를 오해해 버린다. 아킬레우스를 검으로 제압해 죽인다. 그것이 모자라 개떼와 코끼리 떼를 풀어 아킬레우스의 시체를 짓이긴다.

 펜테질레아는 아킬레우스의 진심과 자신의 행위를 인식한 후에 아킬레우스의 주검에다 키스를 하고 아킬레우스를 뒤따라 간다. 물어뜯음과 키스는 운이 맞다고 하면서, 사람들이 말로만 하는 것을 자신은 행동으로 옮겼다고 하면서, 진정으로 사랑하기에 그를 물어 뜯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고대의 에티오피아족들은 스키털란트(Skytherland)에 들어와 모든 남자들을 죽이고 여인들을 사로잡았다. 이들은 여인제국을 건설하였다. 트로이 전쟁에 아마존족은 그들의 여왕 펜테질레아를 선두로 하여 전쟁에 참가하였다. 아마존의 법에 따라 처녀들이 특정한 남자를 선택하는 것이 금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펜테질레아는 적장 아힐을 찾았다. 아킬레우스도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녀와 전투에서 만나고자 노력하였다.

 몇몇 청년들을 포로로 잡음으로써 아마존 군대의 목적이 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펜테질레아는 영웅을 이기겠다는 소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전투에서 마침내 아킬레우스 는 펜테질레아를 이겼다. 그녀의 신임자인 프로토에는 승리자에게 실신한 펜테질레아가 깨면 그녀가 승리자임을 믿게 해 달라고 하였다.

 15장은 펜테질레아와 아킬레우스 사이의 평화로운 사랑의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곧 펜테질레아는 적장  아킬레우스로부터 자기가 배반당한 것으로 오인하고 그를 처참하게 살해하였다. 마침내 여왕은 자신의 오해를 깨닫고 애인의 뒤를 따름으로써 비극은 절정에 달한다. 펜테질레아는 자멸의 순간까지 자신의 감정을 불태우는 악마적인 격정의 여자였던 것이다.

 여장부(女丈夫) 아마소네(아마존)들의 여왕 펜테질레아는 열렬한 애정과 명예욕의 갈림길에서 그리스 유일의 용사 아킬레우스를 무력으로 자기 남편을 만들려고 한다. 그런데 정욕에 못 이겨 도리어 아힐레스에게 기만당하여 거꾸로 정복되었음을 안 여왕은 활을 쏘아 아힐레스를 죽여 군견과 함께 그 시체를 찢어발기고, 자기 자신도 칼로 목숨을 끊는다.

 작자 자신의 심각한 체험을 기조로 한 이 희곡은 고대 그리스의 전설에 근대적 의의를 부여하고, 고전에서 배운 강력한 용어와 긴밀한 구성에 의하여 1분의 여유도 주지 않고 관중을 최후의 파국에까지 인도한다. 열렬한 애정에서 무서운 증오로 옮기는 주인공의 심리 해부도 훌륭하여, 클라이스트의 대표적 걸작이라 일컬어진다.

 

 

 펜테질레아는 적장 아킬레우스를 마주하자 집착과 애정이 뒤섞인 반응을 보인다. 아마존족의 내력과 함께 그 이유가 밝혀진다. 아킬레우스의 배반이 명백해지자 그녀는 돌변한다. 펜테질레아의 무시무시한 광기와 분노는 극을 끔찍한 결말로 이끈다.

 클라이스트가 친지들 앞에서 처음 이 극을 낭독했을 때 “경악을 금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흘렀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출간 이후 평가는 가혹했다, “펜테질레아는 소름 끼치는 괴물이다”. 내용과 형식 면에서 완전히 경계를 초월한 작품이었다. 당대의 시민적 도덕관과 고전주의 취향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혼돈과 어둠이었다.

 한 세기가 지나자 상황은 반전되었다. 클라이스트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펜테질레아』가 막스 라인하르트 연출로 도이체트테아터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은 20세기 표현주의자들에게 고대 그리스 문화를 이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었다. 클라이스트를 ‘모더니즘의 선구자’로 정립시키기에 충분한 공연이었다. 현재 클라이스트는 독일 문학사상 손에 꼽히는 고전 작가다. 그리고 『펜테질레아』는 그의 위상이 일변하는 데 계기를 마련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