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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오 헨리 단편소설 『회전목마 같은 인생(The Whirliging of Life)』

by 언덕에서 2024. 3. 14.

 

 

오 헨리 단편소설 『회전목마 같은 인생(The Whirliging of Life)』

 

 

미국 작가 오 헨리(O Henry/ William Sydney Porter. 1862∼1910)의 단편소설로 1903년 발표되었다. 원제는 ‘The Whirligig of Life’이어서 우리나라에서는 역자에 따라 <인생유전(人生流轉)>, <회전목마(回轉木馬)>, <인생은 회전목마>, <돌고 도는 인생> 등의 제목으로도 소개되었는데 인생은 회전목마처럼 돌고 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이 작품은 이혼하려 판사를 찾은 부부가 처음 결혼할 때의 마음을 되찾는다는 내용을 그린 소설이다. 오 헨리의 작품에서는 느껴지는 인간에 대한 깊은 관찰에서 비롯된 애정 그리고 그의 유머와 페이소스가 지닌 스펙트럼 넓은 보편성은 시공을 초월해 현재까지도 전 세계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작품 자체도 대중 흥미 본위에 치우쳐 높은 향기를 풍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모파상의 영향을 받아 문체가 매끄럽고 어휘가 풍부ㆍ적절하였으며, 사건의 종말에 가서 급전법(急轉法), 반전법(反轉法)을 즐겨 써서 독특한 기교를 개척하였다.

 

미국 작가 오 헨리 (O Henry. 1862 &sim; 1910)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배경은 메릴랜드주의 컴벌랜드산맥 아래에 있는 시골의 소 읍내이다. 소달구지를 탄 사냥꾼 랜지 빌브로와 그의 아내 아리엘라 벨브로가 이혼하기 위해 치안판사 배너저 위덥을 찾는다. 둘은 판사 앞에서 서로의 단점을 열거하면서 더 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이혼을 승낙해 달라고 요청한다. 이를 듣던 판사는 법전을 살펴보다 이혼 결정이 합당하다는 판결하며 ‘이혼하는데 필요한 규정 비용은 5달러’라고 말한다. 이에 랜지 빌보르는 탁자 위에다 5달러를 떨어뜨리며 “곰 한 마리와 여우 두 마리를 판 대가죠. 저희가 가진 돈은 이게 전부예요.”라고 말한다.

 판사가 이혼증서 중 한 통을 랜지에게 건네주려 할 때 아리엘라는 위자료 5달러를 요구한다. 그녀는 이혼 서류 양도를 지체시키는데 남편이 이혼 판결 비용을 감당할 여유가 있다면 이혼 수당도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혼 후 아리엘라가 오빠네에 살려가기 위해서는 신발 한 켤레랑 몇 가지 물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법에서는 이혼 수당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여자는 맨발이었고 오빠네 집이 있는 호그백 산까지 가는 길은 가팔랐다. 이미 판사에게 전재산인 5달러의 이혼 수수료를 낸 랜지는 이제는 무일푼이므로 판사에게 말미를 달라고 말한다.

 위덥 판사는 산비탈 연립 주택식 통나무집에 살았다. 그날 밤, 판사의 집에 침입한 강도는 판사의 가슴에 총을 겨누며 5달러의 돈을 돌돌 말아서 총신 끝에 찔러 넣으라고 명령한다.

 날이 밝자 랜지는 판사가 지켜보는 앞에서 아내에게 5달러짜리 지폐를 건네주었다. 판사가 날카로운 눈으로 그 지폐를 주시했다. 그 돈은 동그랗게 말려 있었다. 판사는 아무 지적도 하지 않고 이혼 판결 증서를 각자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이혼을 실감하게 된 두 사람은 서로의 안위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한다. 둘은 판사 앞에서 다시 결합하겠다고 의사를 전하게 되고 치안판사는 결합 수수료로 5달러를 청구한다. 5달러 지폐가 내려앉는 비둘기처럼 거리낌 없이 판사의 탁자 위로 팔랑팔랑 떨어졌다. 랜지는 아리엘라가 집으로 가는 소달구지에 오르도록 도와준 다음 자신도 그녀의 옆자리에 올라탔다.

 

매릴랜드주 컵블랜드 소읍

 

 쉰이 되기 전 요절하기 전까지 엄청난 창작열을 발휘해 수백 편의 단편을 남기고 간 오 헨리는, 흔히 ‘트위스트 엔딩’이라 불리는 반전 있는 결말과 휴머니즘 가득한 에피소드를 통해 현대 미국 단편소설 스타일이 정립되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또한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관찰하고 상상하여 비정한 세상 속에서 가끔 생겨나는 공명의 순간을 주로 그린 그는 특정 계층이나 직업군이 사용하는 속어나 은어, 전문 용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더욱 생동감 있고 현실적으로 그려진 것은 작가 특유의 어휘 구사 능력 덕분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하는 선택들은 결국 돌고 돌아 나에게로 되돌아온다. 모든 인생은 결국 회전목마와도 같다. 5달러짜리 지폐가 랜지에서 판사, 다시 랜지(추측), 아리엘라, 그리고 다시 판사에게 돌아온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인생은 끊임없는 나선형 구조이자 반복되는 인과관계 속에 존재한다. 더불어 이는 인생의 무상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오 헨리를 빼고는 19세기 후반 미국의 순수문학과 보편적 대중문학을 설명할 수 없다. 만약 미국 문학사에서 오 헨리의 영향력이 사라졌다고 가정한다면 그 바로 뒷 시대에 찾아온 미국 문학의 황금기는 없었거나, 실제 역사와는 전혀 다른 형태일 듯하다. 마트 트웨인이 보여준 톰 소여나 허클베리 핀 등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제이 개츠비와 어부 노인 산티아고로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오 헨리가 그려낸 청년들이다.

 이 작품은 유일하게 선택한 가족관계인 부부 사이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단편이다. 남편과 아내는 이혼 청구를 위해 치안판사에 나타나 각자 마음속에 쌓아 둔 불만을 터뜨린다.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나 다름없는 불만 때문으로 이혼은 간단하게 성립된다. 이혼 수수료로 낸 5달러는 부부가 소유하고 있는 재산 전부이다. 그런데 아내가 위자료 요구를 제기하면서 이야기는 반전한다. 진정한 이혼 사유는 상대방의 무관심 때문이었다. 이혼 수수료로 낸 5달러는 위자료가 되었다가 결국 재결합비용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