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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오 헨리 단편소설 『20년 후에(After twenty years)』

by 언덕에서 2024. 2. 27.

 

 

오 헨리 단편소설 『20년 후에(After twenty years)』

미국 소설가 오 헨리(O Henry. 1862∼1910)의 단편소설로 1903년 발표되었다. 오 헨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그린즈버러 출생으로 본명은 윌리엄 시드니 포터(William Sydney Porter)이다. 그는 작품을 통해서 보통 사람들, 특히 뉴욕 시민들의 생활을 낭만적으로 묘사했다. 

 오 헨리는 은행원을 지냈으며 40세 가까이 기구한 생활을 하다가 단편소설을 써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심한 남작(濫作)과 음주로 건강을 해쳐 사망하였다. 어릴 때 부모를 잃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오 헨리는 은행 돈을 몰래 쓰고 남아메리카로 도망갔다가 아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와 체포되었다. 3년간 감옥 생활을 하면서 얻은 경험을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한 오 헨리는 10여 년 동안 300편 가까운 단편소설을 썼다. 그의 작품 속에는 따뜻한 유머와 감정이 녹아있다고 평가되며, 모파상이나 체호프와 비교되기도 한다.

영화 [O Henry's Full House], 1952년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한 경관이 밤늦게 순찰하다가 어느 가게 앞에서 담배를 물고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경관이 다가가자 그 사나이는 빠른 어조로 걱정할 거 없다며 자기는 20년 전의 친구와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러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경관이 그에게 담뱃불을 붙여주자 그는 자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오늘 만나기로 한 친구의 이름은 지미 웰즈이며 자신과는 둘도 없는 친구라 했다. 20년 전 자기는 돈을 벌기 위해 서부로 떠나야 했고 지미와 이곳에서 20년 후에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계속 지미의 칭찬을 하며 자기도 서부에서 성공했으니 지미도 성공했음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경관은 친구와 꼭 만나길 빈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20분쯤 지나자 키가 큰 사나이가 다가오며 자기가 지미라고 했다. 둘은 만남을 기뻐하며 걷기 시작했다. 서부에서 온 남자는 자신의 성공담을 늘어놓았다. 그렇게 걷다가 전등 불빛이 환한 거리에 이르러 둘은 서로의 얼굴을 보게 됐고 서부에서 온 사나이는 키 큰 사나이가 지미가 아님을 알아차렸다. 그 사나이는 사복 경찰이었다. 경관은 그를 체포하며 동료 경찰이 자신을 이 장소에 보냈다고 말했다. 그가 보여준 쪽지의 내용은 간단했다.

 '밥에게, 나는 제시간에 약속 장소에 갔어. 자네가 시가에 불을 붙이려고 성냥을 켜는 순간 시카고 경찰에서 수배 중인 남자의 얼굴이 보이더군. 그래도 차마 내 손으로 자네를 체포할 수는 없었어. 그래서 돌아가 사복 경찰에게 그 일을 부탁한 거라네. 지미

 

 오 헨리의 단편소설들은 우연의 일치가 작중인물에 미치는 영향을 우울하고 냉소적인 유머를 통해 표현하고 있으며또한 갑작스러운 결말로 인해 극적 효과를 높이고 있다이러한 기법은 그의 등록상표가 되다시피 했으나 그런 수법의 유행이 한물가자 평론가들은 바로 그런 수법 때문에 그의 작품을 높이 평가하지 않게 되었다

 20년 전의 친구와 그들의 약속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20년 전에는 상당히 친한 친구였지만 이제는 경찰관과 범인의 처지가 되어버린 두 사람이다. 서로에게 떳떳한 입장으로 만나지 못하게 된 사실은 운명이라고 해야 하겠다.

 오 헨리는 1896년 2월 은행 공금횡령 혐의로 기소되었다가 친구들의 도움으로 온두라스로 도피했다. 그러나 아내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오스틴으로 돌아왔고, 당국의 배려로 재판은 아내가 죽을 때까지 연기되었다. 그는 최소한의 형을 받고 1898년 오하이오의 콜럼버스에 있는 교도소에 갇히었으며 모범적인 복역으로 형기는 3년 3개월로 줄어들었다. 그는 교도소의 병원에서 야간에 약제사로 일하면서 딸 마거릿의 부양비를 벌기 위해 글을 썼다. 이때의 경험이 단편소설 『20년 후에』를 만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오 헨리는 3년간 옥살이를 하는 중 풍부한 체험을 바탕으로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 복역이 저널리스트에서 훌륭한 작가로 성장할 계기가 되었다. 석방 후 뉴욕으로 나와 본격적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 라틴 아메리카 혁명을 다룬 처녀작 <캐비지와 왕(Cabbages and kings)>(1904)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단편집을 발표, 인기 작가로 지위를 굳혀 불과 10년이 지나지 않는 작가 활동 기간에 300편에 가까운 단편을 썼다.

 그는 순수 단편 작가로 따뜻한 유머와 깊은 페이소스를 풍기게 하여 모파상, 체호프에게 비교된다. 미국 남부나 뉴욕 뒷거리의 가난한 서민과 빈민들의 애환을 다채로운 표현과 교묘한 화술로 그렸다. 특히, 독자의 의표를 찌르는 결말은 기교적으로 뛰어난 특색을 지니고 있다. 문학사적으로 중요 작가는 아니지만, 대표 단편 <경찰과 찬송가>, <마지막 잎새> 등에서 보는 따뜻한 휴머니즘은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