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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윌리엄 포크너 장편소설 『성역(Sanctuary)』

by 언덕에서 2024. 2. 29.

 

 

윌리엄 포크너 장편소설 『성역(Sanctuary)』

 

 

미국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1897∼1962)의 장편소설로 1931년 발표된 문제작이다.

 이 소설은 '미국 사디즘의 최고의 예'라는 평을 받으며 충격과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폐쇄와 억압의 이미지, 성적 욕망 및 관음증 등을 통해 죄악에 대한 불감증에 빠진 현대 사회를 강하게 비판한다. 또한 편협하고 속물적인 사회, 그 사회로부터 상처 입고 버림받은 사람들을 다룸으로써 부도덕한 미국 남부 상류 사회를 고발하며, 인간에 대한 신뢰와 휴머니즘의 역설적 표현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규명한다.

 여러 작품을 통해서 포크너는 미국 남부사회의 변천해 온 모습을 연대기적으로 묘사하였다. 이를 위해 그는 ‘요크나파토파군(Yoknapatawpha郡)’이라는 가공적인 지역을 설정하고 그곳을 무대로 해서 19세기 초부터 20세기의 1940년대에 걸친 시대적 변천과 남부사회를 형성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대표적인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포크너는 한결같이 배덕적이며 부도덕한 남부 상류사회의 사회상(社會相)을 고발하였다. 이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신뢰와 휴머니즘의 역설적 표현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규명하려는 그의 의지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변화하는 사회에 부딪쳐 개인이 겪는 고민과 노여움을 표현했다. 그의 작품은 추억과 현재, 현실과 환상을 마구 뒤섞고 언어와 상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문장예술의 극치를 이룬다.

미국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 ((William Faulkner.1897 ∼ 1962)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술에 취한 남자 친구 가우언과 드라이브에 나선 여대생 템플은 도중에 자동차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밀주업자 구드윈의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된다.

 그 집에는 포파이, 토미 등의 불한당이 함께 살고 있다. 그날 밤 템플은 성불구자 포파이에게 옥수수 속대로 능욕을 당하고, 그때 템플을 보호하려던 토미는 포파이의 손에 살해된다.

 그 후 포파이는 템플을 매음굴에 팔아넘겨, 레드라는 사나이와 정사를 하게 하면서 관음증을 통해 대리 만족을 구한다. 그러나 포파이는 결국엔 질투를 이기지 못하고 레드마저 살해한다. 그러나 경찰은 구드윈을 살인범으로 오인하고 체포한다.

 정의를 중시하는 이상주의자인 변호사 호러스는 구드윈의 무죄를 증명하려 백방으로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템플의 거짓 증언으로 인하여 결국 유죄 판결이 내려진다. 마침내 분노한 폭도들이 무고한 구드윈을 감옥에서 끌어내어 화형 시킨다. 이후 포파이는 경찰을 죽이는 사건을 일으켜 체포되어 결국 교수형을 당한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 템플은 아버지와 음악이 흐르는 공원을 한가로이 산책한다.

 

 

 (전략) 그 역겨운 작고 차가운 손이 코트 속의 맨살을 더듬는 거예요. 그건 살아 있는 얼음 같았고, 제 피부는 뱃전의 작은 날치처럼 그걸 피해 펄쩍 뛰어 도망치기 시작했어요. 그게 움직이기도 전에 제 피부는 그게 어디로 움직일지 아는 것 같았고, 제 피부는 계속 그걸 앞질러 움직여서 정작 손이 닿았을 때는 거기 아무것도 없는 듯했어요. 그러고 나서 그 손이 제 배 속으로 통하는 곳까지 내려왔어요. 저는 그 전날 점심 이후 아무것도 먹지 못해 속이 부글거렸고 옥수수 껍질이, 마치 비웃듯 엄청난 소리를 냈어요. 그간 줄곧 그 사람의 손이 제 블루머 속으로 밀고 들어오는 데도 제가 여태 사내아이로 바뀌지 않아 그것들이 절 비웃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그때 숨을 쉬지 않았기 때문에 그건 우스운 일이었어요. 전 한참 동안 숨을 쉬지 않았어요. 그래서 전 제가 죽었다고 생각했지요. - 본문 288~289쪽

 이 소설은 [노벨 문학상], [퓰리처상] 수상작가 윌리엄 포크너의 1931년 발표작으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미국 사디즘의 최고라는 평을 받았다. 작가는 선정적·폭력적이고 음울과 폐쇄, 억압의 이미지와 성적 욕망 및 관음증 등을 표현해 죄악에 대해 불감증에 빠진 부패하고 타락한 인물들을 조명했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는 정의, 도덕, 휴머니즘을 찾을 수가 없다. 출판사마저 출판을 꺼릴 만큼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으로 당시 미국 사회에 논란을 일으킨 이 소설을 통해, 포크너는 대중적 인기와 부를 함께 얻었다.

 흔히들 포크너를 일컬어 비도덕적인 작가라고 한다. 그러나 포크너가 도덕을 제시하는 방법은 역설적이라 할 수 있다. 장편소설「성역」 또한 인간에 대한 신뢰와 휴머니즘의 역설적 표현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규명하고자 한다. 편협하고 속물적인 사회, 그 사회로부터 상처 입고 버림받은 사람들을 다룸으로써 1920년대, 부도덕한 미국 남부 상류 사회를 고발하는 작품이다.

 

 

 소설은 샘터에서 우연히 마주친 변호사 호러스 벤보와 건달 포파이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클럽 무도회에 가우언 스티븐스와 동행하는 다리가 예쁜 그녀의 이름은 템플 드레이크이다. 템플과 함께 드라이브를 하던 가우언은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3년째 술을 사 마시던 밀주업자인 구드윈의 집에서 하루 밤을 묵게 된다. 루비는 템플에게 첫사랑 프랭크를 쏘아 죽인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버지는 프랭크를 총으로 쏜 후에 그녀에게 "갈보년!"이라 말했다. 이는 1920년대 미국 가부장 사회를 표현하는 일례이다. 나중에 그녀가 변호사 벤보에게 "전 항상 신은 남자라고 생각했어요."(370쪽)라고 하는 장면과 함께 남성중심의 사회를 확실히 보여준다.

 루비는 구드윈의 폭언과 폭력 속에 살면서도 의지하는 장면은 이 소설에서 그녀의 역할이자 윌리엄 포크너의 시대를 바라보는 눈이다. 아울러 성불구자인 포파이가 비겁자 가우먼의 도망 뒤에 혼자 버려진 템플을 옥수수 속대로 능욕하고 창녀로 만들어 버린 후에, 아이러니컬하게도 포파이에게 길들여져 가는 템플의 모습은 독자를 당혹스럽게 한다. 함께 춤을 추면서 템플은 포파이의 팔을 애무하며 "아빠!"라고 부른다. 자신의 인생을 망친 쓰레기에게 템플은 판사인 아버지와 악당 포파이를 동일한 억압자로 표현한다. 

 토미를 죽인 것도 모자라 창녀촌에서 템플의 섹스 상대가 되도록 한 레드마저 질투에 눈이 멀어 살해하는 포파이는 이 소설에서 최고의 악당이다. 마침내 경찰은 구드윈을 살인범으로 지목하고 잡아간다. 처음 등장 이후, 이 사건의 진실을 찾으려 노력하는 정의의 사도 벤보 변호사는 그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템플의 거짓 증언에 의해 구드윈의 누명을 벗기지 못한다. 작가는 남성 중심의 기부장 사회에다 정의와 평등이 부재한 1920년대의 미국 모습을 그리고 싶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