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조열 희곡 『오장군의 발톱』
박조열(朴祚烈. 1930∼2016)의 희곡으로 1974년 발표되었다. 우화를 통한 알레고리 양식으로 전쟁의 비인간성을 고발한 연극이다. 1988년 [문예회관]에서 초연되었는데 대본에 박조열, 연출가 손진책의 이 연극은 우화를 통한 알레고리가 중요한 표현양식이다.
극작가 박조열은 1930년 함경남도 함주군에서 출생해 함흥중학교를 졸업한 뒤 원산공업학교에서 문학 교사를 지냈다. 한국전쟁 중 월남해 12년간 육군으로 복무한 뒤 드라마센터 연극 아카데미 연구 과정에 입학하면서 희곡과 방송극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데올로기의 허상과 민족의 고통, 분단 현실에 대한 작품을 다수 창작했는데 다소 무거운 소재들을 희극적으로 풀어냈다. 남북문제를 다룬 작품 중 다수는 검열 때문에 공연 불가 판정을 받기도 했다. 1976년, 북에 있는 가족의 고통을 알게 된 뒤로 희곡 창작을 중단했다. 1964년 <토끼와 포수>가 당시 유일했던 연극상인 [동아연극상] 대상·연기상·희곡상을 수상하면서 평단에 이름을 알렸고, 1988년 「오장군의 발톱」으로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했다.
『오장군의 발톱』은 1975년에 공연불가 결정이 나서 13년간 빛을 보지 못하다가 1988년에 초연되었고 [백상예술대상] 희곡상을 수상하였다. 1989년 제7회 [전국연극제]에서 최우수상과 연기상을 수상하였다. 1992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1회 [태평양 국제연극제]와 1994년 서울에서 열린 제1회 [베세토 국제연극축제]에 한국대표작으로 참가하였다. [백상예술대상] 희곡상(1988), [전국연극제] 최우수상·연기상(1989) 등 수상했으며, 2018년 [모스코바 영화제]에 출품되어 경쟁부분에 진출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평화로운 시골에서 농사밖에 모르던 오장군이 군대에 징집영장이 배달된다. 그에게 배달된 영장은 원래 오부자네 아들 오장군에게 배달되었어야 할 것이었다. 노모와 꽃분이가 행정관청을 찾아다니며 그의 귀가를 요청하지만 관료들이 책임을 미루는 사이 그는 전방에 배치된다.
군대 적응 능력이 전혀 없는 오장군은 동쪽나라 사령관을 안마하러 갔다가 역정보 공작 임무를 맡게 된다. 그런데 이기는 것만이 목표인 전쟁과 이기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합리화되는 군대가 그를 죽음으로 이끈다. 동쪽나라의 사령관 이하 장교들은 그가 적군에게 잡혀 자신들이 주입시킨 잘못된 정보를 실토하도록 계획을 짠다.
오장군에게 노출한 브리핑은 모두 거짓 브리핑이었고, 오장군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쪽나라의 포로가 되고 만다. 서쪽나라는 동쪽나라에서 주입한 거짓 정보를 완전한 사실로 믿었던 오장군에게 속아서, 공격의 기회를 놓치고 만다. 믿었던 오장군 때문에 공격 기회를 잃은 서쪽나라 사령관은 그의 공작 능력에 경의를 표하며 그를 총살하기로 한다.
죽음 앞에서 절실하게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르는 "엄마야… 꽃분아… 먹쇠야…"라는 자연스러운 외침 때문에 오장군은 변장 능력이 뛰어난 공작원으로 서쪽나라 군인들의 경의를 받으며 총살된다. 한편 오장군의 시체도 거둘 수 없었던 동쪽나라 군대는 오장군의 노모와 약혼녀 꽃분에게 훈련소에 남아 있던 오장군의 발톱을 전해 준다.
이 작품의 영문 제목은 <Soldiers Mementos>인데, 직역하면, '군인의 유품' 정도로 해석할 수가 있다. 여기서 유품은 발톱을 말한다.
가상의 장소를 배경으로 하는데, 작품에 지구와 같이 대기가 있는 행성이 지구에서 보는 태양이나, 달의 크기보다 훨씬 큰 크기로 하늘에 떠 있다. 마치 천공의 에스카플로네에서의 환상의 달과 같은 느낌의 장소로 설정한 듯하다. 그래봐야 서로 대치 중인 양국 동쪽 나라나 서쪽 나라나 둘 다 대한민국의 20세기 한국전쟁 시기의 모습에 가깝다.
이 작품은 작가가 6·25 때 약 5개월간 최전방 부대에서 전투에 참가한 경험을 연극으로 옮겼다. 1974년에 썼으나 공연 불허로 14년 만인 1988년에야 초연했다. 시골뜨기 오장군의 순박함은 전쟁의 부당성과 자연스러운 삶이 주는 감동을 부각한다.
오장군에게 꿈은 그가 군대로부터 받는 구속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자유의 공간이다. 숫자도 셀 줄 모르며 자신을 향해 오발을 할 정도로 바보 같은 오장군의 행동거지는 시종일관 타인들의 웃음거리가 된다. 그러나 그의 착한 본성과 순박함과 성실함은 그를 이용해 먹는 인물들에게까지 감동을 주며 관객들의 연민과 애정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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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전쟁의 비극성을 강조하기 위해 대립적인 동화적 우화극의 형태를 취한다. 동화적 순수와 아름다움, 그리고 익살스러운 소극(笑劇)적 형식으로 처참하게 인간성을 파괴하고 세상을 황폐화시키는 전쟁의 비인간성과 폭력성을 고발한다. 제명 '오장군과 발톱'은 대비되는 상징성을 갖는다. 군대에서 전사할 경우를 대비하여 손톱을 깎아두는데 그는 발톱까지 깎는다. 그의 행동을 본 다른 병사들도 발톱을 깎는 장면에서 그들은 죽음을 의식하고 있으며 관객들도 죽음에 대한 강한 복선을 느끼게 만든다.
주요 인물들은 특정 관념이나 개념의 의인화된 형태로서 오장군은 순진무구한 청년으로 전쟁과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다. 전쟁에 끌려가 죽을지도 모르는 오장군과 선뜻 부부의 인연을 맺는 꽃분이 역시 오장군과 같이 순수를 나타낸다. 순수 자연을 상징하는 오장군의 성격은 착하고 자연과 완벽하게 친화되며 다른 인물들과의 갈등이 없다. 암소인 먹쇠와도 교감을 나눈다. 전쟁은 오장군·엄마·꽃분이·먹쇠 등의 존재가 상징하는 자연성과 대조되어 그 야만성이 더욱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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