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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희곡

오영진 희곡 『맹진사댁 경사』

by 언덕에서 2024. 5. 28.

 

오영진 희곡 『맹진사댁 경사』

 

 

오영진(吳泳鎭, 1916∼1974) 원작의 장막극으로 2막 5장이며, 1942년 [국민문학]에 발표되었다. 이후 오영진은 1942년에 쓴 시나리오를 1943년 작자가 직접 희곡으로 개작, 1944년 [태양극단]에서 초연하였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맹진사댁 경사」는 1942년 [국민문학]지에 일본어로 쓴 시나리오를 토대로 하여 후에 희곡으로 개작한 것이며, 1957년 이 작품은 제4회 [아시아영화제]에서 최우수 희곡상을 받은 바 있다. 그 후 영화로 제작될 때 <시집가는 날>로 제목을 고쳤다. 이 작품은 <배뱅이굿> <한네의 승천>과 함께 일종의 의식화(儀式化: 굿, ritual)에 관련된 것으로, 극예술이 안고 있는 가장 중요한 측면을 형상화한 것으로 볼 때 매우 중요하다. 시나리오 <배뱅이굿>(1942)을 일본말로 쓴 바 있는 오영진은 평양에서 태어났고 경성제국대학 조선어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영화에 많이 관여하다가 <정직한 사기한>(1949)을 기점으로 희곡에도 많은 작품을 남겼다.

 희곡 「맹진사댁 경사 그 후 [신협(新協)](1951)과 [실험극장](1969, 1972)에서도 공연하였다. 1964년 [국제극예술협의회] 파리본부에서 영어와 프랑스어로 번역되었고, 영화로는 1957년 도쿄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영화제]에서 최고 희극상을 받았다. 한국의 연극은 신극(新劇) 이후부터 현대극에 이르기까지 희극의 풍토를 개척하는 데 소홀했는데, 오영진이 그 작업을 1940년대 초에 훌륭히 해냈고 한국의 현대 희극이 지향할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시나리오 <시집가는 날>(오영진)로 각색, 영화화되기도 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욕심 많고 허세 부리기 좋아하는 맹진사는 딸 갑분이를 김 판서댁 아들 미언에게 시집보내게 된다. 판서댁과 사돈을 맺게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참 들뜬 맹진사는 신랑감은 보지도 않고 약혼을 하였으나, 결혼을 하루 앞둔 날, 신랑감이 절름발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란다.

 이에 맹진사는 갑분이를 피신시키고 하녀인 입분이를 대신 신부로 내세워 혼인식을 거행하도록 계획을 짠다. 그러나 막상 혼인식장에 도착한 신랑은 사지가 멀쩡하고 훤칠한 대장부다. 다시 한 번 놀란 맹진사는 혼인식을 미루고 갑분이를 데려 오게 하였으나, 신랑측의 독촉과 노망한 맹진사 아버지의 독촉으로 입분이가 신부가 되어 혼인을 하게 된다.

 첫날 밤 입분이는 지금까지의 사실을 고백하지만, 신랑 미언은 입분이의 미모와 마음 씀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계략을 세워 입분이와 혼인하게 되었음을 알려 준다. 이리하여, 판서댁 도령과 진사댁 하녀는 부부가 된다.

 

 

 전래 민담인 '뱀신랑'에서 소재를 취한 작품이다. 인간의 진면목을 보기보다 외모, 배경, 가문, 권세 등에 욕심을 내는 맹진사를 통해 인간의 위선과 어리석음을 비판하고,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옛 결혼 제도의 모순과 인습을 작가 특유의 해학과 풍자로 다룬 풍자적 희극이다. 우리나라의 몇 편 안 되는 신고전(新古典) 가운데 한 편이다.

 구(舊)결혼제도의 모순과 인습을 풍자한 이 작품은 한국의 고유한 생활ㆍ풍속ㆍ사상을 잘 보여준다. 무남독녀를 둔 맹진사(벼슬을 돈으로 산 사람이다)는 지체높은 부자 김대감집과 사돈이 되려는 허영에서 사위될 사람은 보지도 않고 혼인승낙을 한다. 그런데 그 사위는 다리 병신으로 알려진다. 이에 놀란 맹진사는 몸종 이쁜이로 하여금 자기 딸 갑분이 대신 혼인하게 한다. 그러나 정작 혼인날 나타난 신랑은 멀쩡하게 잘 생긴 건강한 청년이었다. 신랑은 안절부절못하는 이쁜이에게 자기가 절름발이라고 거짓말한 것은 마음씨 고운 여인을 맞기 위한 기지였다면서 그녀를 아내로 맞을 것을 선언한다.

 

 

 인생의 삶에 있어서 관혼상제만큼 기본적인 양식은 없다. 그 중 혼례를 다룬 것이 「맹진사댁 경사」이다. 그리고 관혼상제 중 혼례가 가장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것이기에 이를 제재로 작품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2막 5장으로 되어 있다. 이 작품의 배경은 꼭 어느 때라고 할 수가 없다. 조선 왕조 말기나 개화기쯤으로 보아도 무방할 듯하고, 어쩌면 1920년대라도 별로 상관이 없다. 바로 이 점이 이 연극의 큰 강점 중의 하나이다 관혼상제란 삶의 기본 유형이기 때문에 어떤 특정 시대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 이 작품은 구식 결혼 제도의 모순과 인습을 풍자한 수작으로서, 한국 고유한 생활 풍습 사상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시집가는 날>, <도라지 공주> 등의 이름으로 더욱 잘 알려진 것인데, 시나리오 <배뱅이굿>, <한네의 승천>과 더불어 3부작으로 전래의 통과 제의의 관혼상제 중에서 혼례기를 다루었다.

 오영진은 전통적인 문화에서 소재를 택한 작품을 즐겨 썼는데, 이 작품 역시 전래 민담인 <뱀신랑>에서 그 소재를 취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는 민담과 그 구조가 일치한다. 인간의 진면목을 보기보다는 외모, 배경, 가문, 권세 등에 아부하는 맹진사를 통해 인간의 위선과 어리석음을 비판하고, 입분이의 행복한 결혼을 통해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다는 의식을 나타낸 점에서 그러하다. 따라서 이 작품의 웃음 속에는 전통적 해학과 함께 교훈적 의미가 깔려 있다. 그리고 「맹 진사댁의 경사」는 영화로 제작될 때 <시집가는 날>로 제목을 고쳤다. 이 작품은 <배뱅이굿>과 함께 일종의 의식화에 관련된 것으로 극예술이 안고 있는 가장 중요한 측면을 형상화한 것으로 볼 때 매우 중요하다. 

 이 희곡의 표면적인 흥미는 관객들이 비밀을 다 알고 있는데, 오직 작중 인물 중 주요 인물인 맹 진사댁 쪽만이 모르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아무도 어떤 악의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 또한 특징적이다. 그러나 이 희곡의 효과는 단순한 그런 기교에서 연유되는 것이 아니라 관혼상제라는 의식화가 연극 양식을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희극미와 함께 영원한 기쁨을 자아낸다.

 

 

 

 

 


 

☞ <뱀신랑 설화> : 어떤 노부부가 아들을 낳았는데, 뱀이었다. 뱀아들은 나이가 차자, 김 정승의 딸에게 장가를 들고 싶어했다. 김 정승이 딸에게 의사를 물어 보니, 첫째 딸과 둘째 딸은 거절하였으나 셋째 딸이 아버지의 뜻이면 따르겠다고 하였다.

 혼인하던 날 밤, 뱀신랑은 허물을 벗고 잘 생긴 선비가 되었는데, 이를 알고 신부의 언니는 질투를 한다. 남편은 뱀 허물을 아내에게 주면서 잘 보관할 것이며, 만약 없애면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하며 집을 떠났다. 이 비밀을 안 두 언니는 뱀 허물을 훔쳐다 몰래 태웠다.

  아내는 남편을 찾아 떠나 바위 속 세계로 들어갔다. 남편과 아내는 노래를 주고받다가 만나 보니 남편에게는 딴 부인이 있었다. 남편은 몇 가지 시험을 해서 무난히 통과하는 사람을 진짜 아내로 삼겠다고 했는데, 찾아간 아내만 시험을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