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석 희곡 『태양을 향하여』
차범석(車凡錫.1924∼2006)의 희곡으로, 1957년 [문학예술]에 발표한 <불모지>를 1961년에 개작한 4막 희곡 작품으로, 1962년 10월 [국립극단]에서 공연되었다. 차범석은 극작가 중 가장 많은 작품을 썼으며, 연출가로서도 큰 역할을 했다. 또 극단 [제작극회]와 [산하]를 창단 평생을 오로지 연극만을 생각하면서 걸어온 그는 일제 강점기, 6ㆍ25전쟁 등 숱한 역사적 사건을 작품 속에 용해시켜 내려 했다. 특히 전쟁과 좌우이데올로기 대립 속에서의 인간의 애욕과 갈등, 비극적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분단민족의 비극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대표작 <산불>은 '해방 이후 사실주의 희곡의 최고봉'이라는 평가와 함께, 6ㆍ25의 비극을 부각시키고 반전(反戰)을 호소한 전후문학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그의 사회 현실에 대한 풍자와 비판의식이 강한 작품들은 오늘날까지도 끊임없이 무대 위에 올려지고 있다.
이 작품은 새로운 물결로 인하여 막다른 골목까지 쫓기어 가는 아버지의 불안과 초조, 새 것을 찾아 몸부림치는 젊은 세대의 고민과 갈등을 중심으로 '최노인'일가가 역경을 극복하고 재생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새로움을 찾아 몸부림치는 젊은 세대의 고민과 새로운 물결로 인해 막다른 골목까지 쫓겨가는 아버지의 불안과 초조를 한가닥의 애수로서 표현하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최 노인은 종로에서 50년 동안이나 혼구세업(婚具貰業)을 경영해 온 육순의 노인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세상의 변화는 눈부시고 이웃에는 근대식 건물이 늘어만 간다. 하지만 이 집만은 최 노인의 고집으로 옛 그대로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 노인 부부는 슬하에 경수, 경재, 경애, 경운의 4남매가 있다. 장사는 제대로 되지 않고 노부부의 희망이 자라나는 자녀들에게 간신히 이어나간다. 맏아들 경수는 대학 도중에 군에 입대했고, 경재는 고등학교 3학년이다. 큰딸 경애는 영화배우를 꿈꾸는 허영이 많은 편이나 경운은 인쇄공장 식자공으로 어려운 살림을 돕는 성실한 딸이다.
오늘은 맏아들 경수가 제대하고 돌아오는 날이다. 노부부는 아들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렸고, 이웃의 춘자는 전부터 경수와 다정히 지내던 터라 역시 가슴을 설레며 기다린다. 그러나 돌아온 경수는 왼팔이 없는 불구자로서 돌아온다. 가족들의 실망은 컸다. 그래도 경수는 이를 악물고 재생을 다짐한다.
춘자는 경수에게서 멀어진다. 취직도 되지 않은 경수는 차츰 자포자기되어 간다. 최노인은 가게도 닫아버린다. 가족들은 이 집을 팔아서 시외로 옮기고 생업도 바꾸자고 조른다. 최 노인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이 집은 절대 팔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그러던 어느 날, 경수는 집을 떠날 결심을 하고 돈 만환을 어머니에게 요구한다. 그러나 돈이 있을 리 없었다. 때마침 이 광경을 목격한 아버지와 대판 실랑이가 벌어지자 경수는 그 길로 집을 나가버린다. 그런 판에 경애는 배우를 시켜준다는 사기한에게 몸까지 망치고 돌아와 음독자살을 한다. 이런 불행이 연달은 집안은 몹시 쓸쓸하고 허전해진다.
춘자는 경수가 집을 나간데 대해서 가책을 느끼고 경운과 함께 찾아 나선다. 그러나 2주일이 지났는데도 행방이 묘연하다. 이때 제약회사에서 경수의 취직 통지서가 온다. 가족들은 기뻐했으나 경수에게 알릴 길이 없다. 바로 이때 경수가 나타난다. 온 가족은 기쁨에 싸인다. 그리고 최 노인은 뜻밖에도 이 집을 팔고 햇볕 잘 드는 교외의 집을 사 가겠다고 선언한다.
이 작품은 전후의 사회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주의 수법은 현대적인 일상어의 압축성 있는 구사와 맞물려 있다. 그러나 정작 작가가 노린 것은 전통의 조락과 신세대의 등장을 예고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태양을 향하여'는 그 무대 설정부터 전통과 현대의 충돌을 보여 준다. 작가는 그 점을 '고층 건물의 틈바구니에 낀, 음지에 있는 최노인의 고옥'으로 상징하고 있다.
이 작품은 전환기를 맞이한 일가가 경제적, 심리적으로 겪게 되는 고통과 갈등으로 인해 거의 파멸 직전에 이르렀으나, 그러한 역경을 극복하여 다시 화합하고 재생하는 과정을 그린 것으로서 일종의 희비극(喜悲劇)이라고 할 수 있다. 표현면에서 인물의 심리적 갈등이 날카롭게 그려져 있고, 현대적 일상어를 압축성 있게 구사하고 있어, 사실주의의 면모를 보인다. 원래 새 세대의 출발을 부정적으로 보았던 '불모지(不毛地)'라는 이름으로 발표되었다가, 새 세대의 출발을 긍정적으로 보는 '태양을 향하여'으로 개작되었다.
이 글은 희곡의 한 대목이다. 희곡은 서사와 마찬가지로 사건을 전달하지만 작자가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서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형식이다. 따라서, 작품의 수용자는 대화와 행동을 통해 표현되는 사건에 대해서 독자적인 판단을 내려가면서 이해해야 한다.
이 작품은 전후 사회의 신ㆍ구 갈등을 사실주의 수법으로 표현하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잘 드러내었다. 인물의 심리적 갈등이 날카롭게 그려져 있고, 현대적인 일상어를 함축성 있게 구사하여 보여 주었다. 전환기를 맞이한 일가가 겪게 되는 경제적ㆍ심리적 고통과 파멸의 위기를 한국 가정, 또는 가족의 논리로 극복하는 희곡으로, 이러한 화합과 재활에 이르기까지를 치밀하게 묘사한 희비극(喜悲劇)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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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신ㆍ구세대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물의 심리적 양상이 작품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연극에서 배우는 희곡에 나타난 인물들의 심리를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따라 명연기를 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희곡에서는 대화뿐만 아니라, 배경과 상황의 설명이 정확해야 한다.
50년 동안 같은 집에서 살며 구식 혼구 대여업으로 어렵게 생활하면서도 집이나 직업을 바꿀 수 없다고 고집하는 최 노인은 전통적인 것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이에 비해 부상당한 몸으로 제대한 장남 경수, 영화배우 지망생인 장녀 경애, 대학에 진학하려는 차남 경재, 출판사 식자공으로 가정을 돕는 차녀 경운 등은 전후(戰後)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인물들이다.
이들은 삶을 추구하는 방법에 있어서 과거에 집착하는 전통을 고수하려는 최 노인과는 확연히 다른 면을 보여 준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와 자녀들 사이에 치열한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시대의 조류에 밀려 전통이 붕괴되는 것 또한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이상은 <불모지(不毛地)>와 공통되는 내용이다. 작가 차범석은 <불모지>의 내용이 지나치게 암울하고 우울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극의 결말을 희망적인 메시지로 바꾸어 「태양을 향하여」로 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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