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의 어원
영어로 써서 'cocktail'이니 영락없는 ‘수탉꼬리’다. 우리네 풍습도 저쪽을 많이 닮아 번득하면 ‘칵테일파티’(영어식 표기로는 ‘콕테일')를 연다는 거다. 출판기념회라는 것이 그렇고, 무슨 회의 정기적인 모임이 그런데, 우리네 생각으로 '칵테일파티'다 하면, 술이나 맥주를 마시더라도 '서서 웅성거리며 마시는 술자리' 인상이다.
‘칵테일’에 대한 유래는 많으나, 어느 것이 진짜 어원이 되는 것인지는 분명치가 않다. 그러나 역시 ‘수탉’과 ‘꼬리’를 갖다 붙이는 이야기 쪽이 가장 많다. 그러는 중에도 미국의 한 손님에게 아름다운 술을 주었다는 멕시코의 왕녀 Xoc-te(혹테)에서 와전된 것이라는 설이 상당히 유력하긴 한 모양이다.
그는 그렇고, 지난날 영국의 뱃사람들이 멕시코에 상륙해서 술을 마시곤 했다. 그것도 스트레이트로. 이것저것을 섞어서 마시는 데도 있었지만, 그것은 조잡한 글라스에 브랜디ㆍ램 따위를 나무 스푼 같은 걸로 저었던 것이다. 금속 냄새가 난다고 해서 쓰지 않았다. 그 이름은 ‘dracs’라고 했다는데, 이는 영국의 용감한 뱃사람 ‘Drake’의 이름이 변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이 dracs를 파는 한 가게에서 스푼 대신으로 가늘고 매끄럽고 고운 나무때기를 썼던 모양이다. 그 나무때기 이름을 물으니, Colade Gollo로서 영어의 cock-tail과 같다는 대답이었다나. 그 이래 dracs는 ‘칵테일’로 되어 세계를 항해하는 뱃사람들에 의해 이 이름이 세계적으로 되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미국 독립전쟁 때 베치 플래너건이라는 과부가 웨스트 체스터카운테의 포어 코너즈라는 데서 술집을 열었다. 이 술집은 군인들이 아주 좋아하여 미국ㆍ프랑스의 군인들이 들락거렸다. 왜 인기가 있었느냐 하면, 그 여자의 술을 섞는 재주가 대단한 데서였다.
어느 날, 미국의 군인들이 영국 경찰의 눈을 피해서 닭 집을 습격하여 수탉을 여러 마리 훔쳐가지고 베치 여사한테 와서는 로스트로 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를 승낙한 베치 여사는 그날 밤 연회 때 바 안을 온통 수탉의 꼬리털로 장식했다. 잔치는 성대히 베풀어졌다. 한 손님이 잘 섞은 조합주를 주문했다. 이때 베치 여사는 섞어 휘젓는 데에 수탉의 꼬리를 이용했다.
드디어 건배할 때가 왔다. 한 병사가,
“여기 베치 여사와, 그 여자의 불가사의한 섞는 법을 위해 건배하자. 이 수탉(cock)의 꼬리(tail)가 아름다운 것과 같이 이 술은 미각에 대해 쾌적한 감각을 주고 있구나!”
하고 소리쳤다. 프랑스 군인 한 사람이 곧 이어 소리쳤다.
“칵테일 만세!”
또 다른 유래.
독립전쟁이 끝난 뒤, ‘미인과 빠른 말(馬)과 좋은 술의 고장’인 켄터키에서는 닭싸움이 대유행이었다. 클럽 같은 데서도 닭싸움 얘기가 단연 으뜸이었다. 이겼느니, 졌느니, 어떻게 해서 이겼느니 하는 얘기는 주흥이 돋워질수록 더해가기만 했다.
어느 날, 역시 이 이야기로 흥분돼 있는 중, 한 술꾼이 그 언저리에 있는 술병을 모조리 끌어당겨서는, 그 안에야 어떤 술이 들어있건 간에 깡그리 한 컵에다 섞어 버린 것이다. 그때 다른 사람이 수탉(cock)의 이야기(테일: tale)를 더 해 달라고 졸랐다. 이 혼합주가 돌아감에 따라 닭싸움 이야기도 더욱 무르익어 갔다.
또 하나.
가장 맛있는 조합주의 처방은, 용커즈 시에 칵스테일 터번이라는 술집의 아름다운 마담이었던 페기 에이크 양으로부터의 비법이다. 이 마담은 그의 약혼자인 선장 아플턴을 위해 이 조합주를 만들었다. 그때 그 여자가 사랑했던 싸움닭이 소리 높이 울면서 홰를 쳤다. 그러자 꼬리털이 하나 빠져서 페기 양 앞에 떨어졌다. 그 여자는 그 꼬리털을 주워서 글라스의 술을 저었다. 그래서 칵테일이란 이름이 붙었다.
- 박갑천 : <어원수필(語源隨筆)>(19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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