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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희곡

테네시 윌리엄스 희곡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Cat on a Hot Tin Roof)』

by 언덕에서 2023. 12. 28.

 

 

 

 

테네시 윌리엄스 희곡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Cat on a Hot Tin Roof)』

 

미국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Tennesee Williams.1911∼1983)의 희곡으로 3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1955년 3월 E. 카잔의 연출로 뉴욕에서 초연되었다. 내용은 미시시피의 부유한 농장주 일가의 재산을 둘러싼 싸움을 배경으로 가정이라는 옛 질서의 붕괴와 고독, 동성애, 부부생활의 위기 등이 묘사되어 있다.

 1971년 출간된 <테네시 윌리엄스 희곡집>에는 윌리엄스가 처음 쓴 오리지널 판과 브로드웨이 판이 나란히 있다. 오리지널 판이 자신의 기만으로 결국 패배하게 되는 브릭의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브로드웨이 판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브릭이 매기에게 “당신을 존경해요”라고 말하는데, 이는 정신적으로 절망상태에 빠졌던 브릭이 결국 도덕적 마비에서 회복되고 두 사람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윌리엄스는 연출가 엘리아 카잔(Elia Kazan)의 권유에 따라 새롭게 쓴 브로드웨이 판을 재앙이라 여겼다. 왜냐하면 상업적 목적을 위해서 무리하게 긍정적인 결말을 끌어냄으로써 자신이 이 극을 통해서 성취하고자 했던 목적을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제3막은 윌리엄스의 원작 그대로인 것과 카잔의 요구로 고쳐 쓴 것이 있다. 1958년 R. 브룩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한국에서는 1959년 극단 [신협]이 원각사에서 초연하였다.

영화 [뜨거운 양철 위의 고양이] 1958년, 포스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브릭은 한때 전도유망했던 미식축구선수였으나 지금은 술에 탐닉한 채 하루하루 의미 없이 살아가고 있는 아내 매기와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브릭의 아버지 빅 대디는 아들을 알코올 중독에서 이끌어내기 위해 술을 마시는 이유를 추궁한다. 브릭은 자신과 동성애적 감정을 나눴던 친구 스키퍼(Skipper)가 자살한 이유가 자신 때문이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며 빅 대디와의 대화를 거부한다. 한편 임박한 빅 대디의 죽음은 폴리트 가(家)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몫을 찾고 자기의 입지를 굳히려는 매기로 하여금 거짓 임신 선언을 하도록 한다.

 브릭 부부와 유산을 놓고 다투는 구퍼(Gooper)와 매(Mae)는 매기의 임신이 거짓임이 분명하다고 추궁하는데 이때 브릭은 아무런 부정도 하지 않는다. 결국 매기는 “당신을 사랑해요, 브릭, 사랑해요.”라고 절망적으로 말하면서 브릭에게 매달리지만 그는 “그것이 사실이라면 웃기는 일 아닐까?”라고 대답한다.

 브릭이 매기의 거짓 임신을 부인하지 않았던 것은 스키퍼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포기한 그가 너무도 적극적으로 자신이 희생양이 되기를 거부하는 매기의 모습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즉 브릭은 여전히 도덕적인 마비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영화 [뜨거운 양철 위의 고양이] 1958년

 

 제목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는 여자 주인공 매기를 상징한다. 매기는 종종 사람들로부터 “고양이 매기”(Maggie the cat)라고 불리 우고, 빅 대디나 브릭 역시 그녀가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같다는 얘기를 한다. 매기는 신 남부를 대표하는 여성으로 윌리엄스의 대표작인 <유리동물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들과는 판이한 인물이다.

 그들이 옛 남부의 환상에 젖어 있다면 매기는 자신의 성공을 위하여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어떠한 희생도 감당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녀는 스스로 “뜨거운 양철지붕”을 견디면서 성공적인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매기에게 있어 가장 견디기 힘든 뜨거운 양철지붕은 철저하게 무관심하고 스스로 고립되어 있는 남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서로 간의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브릭(Brick), 빅 대디(Big Daddy), 매기(Maggie)는 겉으로는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과 대립되는 위치에 놓인 사람으로부터 대화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결국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자기의 관점을 강요할 따름이다. 고립된 인물은 더욱 고립되어 가고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없게 된다. 결국 진실을 직면하지 못한 채 과거 속으로 도피하고, 남을 기만하고, 스스로를 속이는 인물들은 파국으로 치닫고 만다.

 이 작품은 작가가 가장 의욕적인 시기에 쓴 것으로 알코올 중독, 성도착주의, 황금만능주의 등 현대문명이 안고 있는 온갖 죄악과 부패상을 극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즉, 인간의 아름다움보다는 추악성을, 양지보다는 음지에 움츠러든 인간상을 그리면서도 그 악의 꽃들이 이루어 좋은 도취감과 히스테리컬한 불안과 초조, 그리고 도착된 섹스에서 오는 환상적인 쾌락의 그림자를 투영시킴으로써 현대인의 황량하고 살벌한 불모지대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영화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1958년 작품. 감독 리처드 브룩스, 엘리자베스 테일러, 폴 뉴먼, 벌 아이비스 주연이다.

 좌절과 탐욕에 젖어 있는 가족 간의 갈등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해부하고 있다. 85년에 제시카 랭과 토미 리 존스 주연의 TV 영화로 리메이크된 바 있다.

 멜로드라마와 서부극을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든 리처드 브룩스 감독은 특히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엘머 갠트리> 같이 문학 작품을 각색한 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내었다. 이 영화는 극히 제한적인 공간의 사용을 통해 연극적인 미장센 연출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감독은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치밀한 동선 유도를 통해 허위와 탐욕으로 가득 찬 영화의 분위기를 안정감 있게 표현해내고 있다. 특히 폴 뉴먼은 인간의 허위의식에 저항하는 주인공의 내면심리를 탁월한 연기력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 남부의 귀족 가문에 태어난 매기(Maggie 'The Cat' Pollitt: 엘리자베스 테일러 분)는 한때 유명한 미식축구 선수인 브릭(Brick Pollitt: 폴 뉴먼 분)과 결혼을 하지만 불행한 생활을 하게 된다.

 어느 날 거대한 농원의 지주인 아버지의 죽음의 선고로 형과 재산 상속 문제로 암투를 벌이게 된다. 불행히도 한쪽 다리를 잃은 남편 브릭은 정열적이고 뜨겁게 사랑을 갈구하는 아름다운 아내 매기에게 사랑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 재산 상속 다툼과 젊고 아름다운 아내 매기에 대한 사랑의 갈등이 이중적 구조로 겹쳐 브릭은 점점 모든 면에서 비뚤어진다. 브릭을 사랑하는 아내 매기는 남편과의 사랑을 위해서 끝까지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아름다운 아내 매기가 궁핍한 사랑으로 인해 황폐해져 간다는 줄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