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 단편소설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김승옥(金承鈺, 1941~)의 단편소설로 1963년 [서울신문]에 발표되었다. 이 소설은 전체가 6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누이'가 도시로 가서 적응하려다 실패한 이유를 '나'의 입장에서 밝혀 보려는 독백적 문체의 작품이다.
김승옥은 60년대의 의식의 방황, 과학의 발달과 산업화 등의 외부적인 상황으로 인한 개인의 소외 문제를 뛰어난 감수성으로 형상화시켰다. 이처럼 그는 오랜 동안의 소설 문학적 상식에 반기를 들었으며, 이 도전을 작품의 현실로 보여 줌으로써 현대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증해 주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60년대 작가의 대명사처럼 불리며, ‘감수성의 혁명’이라는 극찬을 받은 것이다.
김승옥 소설의 중요한 주제의 하나는 개인의 자기 세계이다. 이것은 곧 1960년대에 들어와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개인들의 의식이 개별화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도시화로 벌어진 이 문제는 김승옥의 감수성이 근본적으로 도시적 감수성이라는 점에서 서로 연결된다. 이 작품도 대체로 이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 작품은 작품 전체가 서사적 줄거리를 가진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는 서사적인 줄거리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단지 화자의 독백 형식 속에 '나'라는 인물과 누이가 도시로 와서 적응하려다가 실패하는 이야기임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1장 : 축전 - 동생의 순산에 축전을 보내고 축전의 약어가 가지는 신기한 기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는 언어의 힘에 대한 작가의 새로운 인식을 뜻한다.
▶2장 : 프로필 - 작중 화자가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서울에 와서 만난 한 인물을 그리고 있다. 그는 시골을 떠나 도시에서 사는 위선적인 인물, 즉 얼치기요, 가짜, 흰수작만 하는 소설가이다. 도시화의 물결 속에 파탄되어 가는 상경인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
▶3장 : 갈대들이 들려준 이야기 - 도시에서의 좌절로 인한 누이의 귀향과 좌절의 아픔, 도시적 삶의 이해를 위한 주인공(작중화자)의 상경
▶4장 : 누이의 결혼 - 도시화로 인한 삶의 개별화 현상과 그로 인한 궁극적 심판이 불가할 정도의 가치의 상대화 현상
▶5장 : 일지초(日誌炒) - 작중화자의 짤막한 글을 모은 것이다. 개인적이고 위선적인 도시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의 흔적들을 읽을 수 있다.
▶6장 : 다시 축전(祝典) - 1장의 내용을 다소 변용하여 싣고 있다. 누이도 나의 축전을 받아들고 과히 당황하거나 부끄러워하지도 않으리라. 제발 지금 나의 이 뒤얽힌 감정 중에서도 밑바닥을 이루고 있는 이 한 가지의 기도가 실현된다면 그러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 작품은 전체가 6장으로 나뉘어 있으나, 엄밀한 의미에서 서사적 줄거리는 가지고 있지 않다. 단지 화자의 독백 형식 속에 '나'라는 인물과 누이가 도시로 와서 적응하려다 실패하는 이야기임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중심 이야기는 이러하다.
성공의 신화를 좇아 도시로 떠나간 많은 시골 젊은이와 같이 누이도 2년 전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갔다. 그러나 도시의 삶에 실패, 귀향한 누이는 완벽한 침묵에 빠져, 어머니에게도 '나'에게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오빠인 '나'는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도시로 나온다. 거기서 한 인물을 만나는데, 그는 시골을 떠나 작가연하고 살아가는 위선적인 인물로서, 도시화의 물결 속에 파탄되어 가는 상경인(上京人)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누이가 침묵에 빠진 이유를 이해한다. 즉, 누이는 도시에서 개인주의와 군중 속에서 느낀 고독에 의해 침묵하게 된 것이다. 얼마 후, 누이는 시골 청년과 결혼을 하고 출산, '나'는 축전을 띄운다.
♣
이 작품에서 누이는 세상이 무엇인가를 설명해 주고 인식시켜 주는 설화가 없는 농촌을 떠나 도시에 삶의 뿌리를 내리러 간다. 그러나 침묵만 배우고 돌아오고 만다. 누이가 도시에서 부딪힌 것은 모두 자기의 세계를 굳게 지키는 개인주의였으며, 그 속에서 느낀 것은 고독이었다. 누이는 이것에 대한 적응에서 좌절했다.
이 작품에는 배경이 잘 드러나 있지 않지만, 앞 부분에서는 황혼과 해풍이 있는 해변을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산업화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다변화되어 가는 현대적 삶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해 설화가 있는 도시는 그 속에서 수많은 사람이 파괴되어 가는 공간으로 설정되어 있다.
누이가 그러했고 작중 화자가 서울에 와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그 속에서 좌절하고 파괴되어 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고향으로는 내려가지 못하고 부유(浮游)하는 슬픈 공간이다. 또한, 이 작품에는 인물이 없다. 누이의 침묵을 이해하기 위하여 서울로 오게 된 작중 화자에 의해 관찰된 2장의 작자, 그리고 3장의 누이, 5장의 일지(日誌) 속에 단편적으로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 정도가 있을 뿐이다. 이들 인물은 모두 작중 화자의 의식 속에서 재구성되고 그의 평가를 받은 인물들이다. 결국 이 작품에는 작중 화자의 의식만이 존재한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이 작품에서 ‘황혼과 해풍’은 전원적 삶을 표상한다. 전원적 삶은 생성과 변화의 물결 속에서의 자기완성과 성공과 성취라는 의지의 신화가 없는 감각으로 느끼는 수동적 삶으로 도시를 알기 전에는 조그마나마 만족할 수 있었던 삶이다. 본문의 ‘이 황혼과 이 해풍이 누이의 침묵을 만들어 버렸다.’가 지니는 상징적 의미를 산업화한 도시적 삶과 관련해 정리하면 : 긍정적인 의미로는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이지만, 누이의 침묵을 만든 부정적인 의미는 점차 산업화되어 가는 시대에 적극적으로 변화하지 못하고 전근대적인 삶의 유물로 전락하는 것, 즉 변화 없는 전근대적 시골의 삶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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