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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레이먼드 챈들러 장편소설 『안녕, 내 사랑(Farewell, My lovely)』

by 언덕에서 2023. 9. 18.

 

레이먼드 챈들러 장편소설 『안녕, 내 사랑(Farewell, My lovely)』

 

 

미국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Raymond Chandler, 1888~1959)의 장편소설로 1940년 발표되었다. 레이먼드 챈들러는 하드보일드(hard-boiled) 탐정소설의 종결자로 알려져 있다. 하드보일드는 1930년을 전후하여 미국 문학에 등장한 새로운 사실주의 수법을 이르는 말이다. 불필요한 수식을 모두 빼버리고, 신속하고 거친 묘사로 사실만을 쌓아 올리는 글쓰기를 뜻한다. 하드보일드는 기자 수련 시절 습득한 ‘첫 문장은 최대한 짧게, 쓸데없는 수식어는 전부 삭제, 힘 있는 영어로 쓰라’라는 교훈을 소설 쓸 때도 활용한 헤밍웨이에서부터 시작됐다.

 ‘레이먼드 챈들러, 대실 해미트, 로스 맥도널드’ 이상 세 사람은 하드보일드 소설을 창조하여 완결한 3인방이다. 챈들러는 1888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으나 영국에서 교육을 받았다. 1910년대에는 런던의 몇몇 신문사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시와 수필을 썼다. 미국으로 건너와 많은 직업을 거친 끝에 석유회사의 부사장까지 올랐던 그는 48세 때부터 [펄프 매거진]에 범죄 단편들을 기고하면서 소설가가 되었다. 첫 장편소설 『빅 슬립』을 낼 때 그의 나이는 51세였고 1년 후 『안녕 내 사랑』을 발표했다. 그는 미완성작을 제외하고 모두 6편의 장편소설을 세상에 남겼다. 『안녕, 내 사랑』은 하드 보일드(비정파) 추리소설의 황금시대를 연 레이몬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우' 시리즈중 3대 걸작에 속하며, 높은 문학성을 지니고 있어 대학에서도 연구 대상이 되고 있는 작품이다.

 

미국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 (Raymond Chandler, 1888-1959)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필립 말로는 다소 느긋한 성격의 정의감 넘치는 인물로 사립 탐정이다. 필립 말로는 센트럴로를 걷던 중 술집 앞에서 우연히 무스 맬로이라는 195cm의 거한이 저지르는 살인 사건 현장에 있게 된다. 감옥에서 나온 맬로이는 8년이나 못 본 ‘레이스 속옷처럼 귀여운 빨강 머리 벨마’를 찾아 헤매고 있다. 함께 들어간 술집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맬로이는 사라지고 말로는 이상한 일을 의뢰받는다. 맬로이가 긴 감옥살이하는 동안 떠나버린 빨강머리 애인을 찾는 중이라는 걸 알고 말로는 그녀의 행방을 알고 있을 노파를 찾아 나선다. 돈을 전달하는 자리에 함께 가달라는 매리엇으로부터 100달러를 받고 알 수 없는 곳으로 가게 된 것이다. 그곳에서 말로는 죽을 고비를 넘기며 가까스로 탈출한다.

 하지만 그 후 노파도 처참히 살해된 채 발견된다. 한편, 말로는 한 남자로부터 어느 귀부인의 도난당한 비취 목걸이를 찾는 데 동행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러나 그 의뢰인은 현장에서 살해당하고 말로도 속수무책으로 폭행을 당하고 만다.

 말로는 자신이 당한 일에서 범죄의 냄새를 맡고 사건을 되짚으며 자신을 가해한 인물들을 하나하나 찾아간다. 맬로이 사건과 매리엇 사건에서 경찰은 많은 것을 숨기며 의문스러운 행보를 한다. 말로는 경찰과 협조하면서도 자신이 취득한 정보 가운데 일부를 알리지 않는다. 사랑하는 여인을 좇아 사라진 맬로이, 되찾으려는 이를 위협하는 비취 목걸이의 행방, 그사이에 일어나는 살인 사건들. 흩어진 사건의 조각들을 맞춰나가던 말로는 결국 8년 전의 빨강머리 여자를 찾아낸다.

 맬로이가 감옥에 가 있는 동안 늙은 부자 그레일과 결혼한 그녀, 머리 색깔과 모습이 바뀌었지만, 목소리는 그대로인 그녀에게 맬로이가 “안녕, 오랜만이야”라고 인사할 때 벨마는 그에게 총을 쏜다. 그 길로 도망갔던 그녀는 경찰에 발각되자 남편을 지키기 위해 자신에게 총을 겨눈다. 사랑의 사슬은 엇나가고 종말을 고한다.

 

 

 챈들러의 작품들은 불필요한 수식을 배제한, 비정하고 간결한 문체를 특징으로 하는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의 대명사가 되었다. 특히 <기나긴 이별>은 챈들러의 대표작이자 그가 창조한 전설적 인 탐정 캐릭터 <필립 말로> 시리즈의 후기 걸작으로, 하드보일드소설의 대표 고전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으로 챈들러는 1955년 미국 추리 작가 협회의 최우수 작품상인 에드거상을 수상했다. 챈들러가 20세기 후반 문학에 미친 영향은 컸다. 후대 하드보일드 작가들은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한 현대 주요 작가들이 그의 스타일에 영향을 받았다.

 챈들러의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필립 말로는 소설마다 다른 모습을 보이며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안녕 내 사랑』은 우리나라 독자들이 그의 소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이 소설 속의 수많은 복선과 사건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꼼꼼히 살피며 읽어야 작품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목숨이 위태로울 때도 박차고 나서는 용기 뒤에는 분명한 근거가 있는데, 갈피에 숨어 있는 이런 포인트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아름다운 부잣집 여인 그레일 부인과 착한 아가씨 앤 리오단이 말로와 미묘한 감정을 교환하는 장면도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마지막에 맬로이와 그레일 부인이 시간 간격을 두고 말로를 찾아올 때 극도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소설은 하드 보일드(비정파) 추리소설의 황금시대를 연 레이몬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우' 시리즈중 3대 걸작에 속하며, 높은 문학성을 지니고 있어 대학에서도 연구 대상이 되고 있는 작품이다. 『안녕 내 사랑』은 제목에서 예고하듯 하드보일드 추리소설과 사랑 이야기라는 두 장르를 동시에 담고 있으며, 이 작품은 단서를 근거로 사건을 해결하는 숨 가쁜 단순 추리소설이 아니라 멈춰 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조직적인 생활이 맞지 않아 경찰을 그만둔 말로가 경찰의 허를 찌르는 장면들과 공권력의 묵인하에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세밀한 묘사로 잘 그리고 있다.

 말로가 홀로 불의와 맞서면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 위험하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나를 죽일 이유가 없거나’ ‘나를 죽이면 상대가 위험해지는’ 단서를 찾아 헤쳐나가는 두뇌 싸움이 끝까지 이어진다. 이 소설은 다양한 인간 군상과 그들의 치밀하거나 어리석은 행동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느긋하다가 말할 수 없이 용감해지는 필립 말로 때문에 느끼는 초조함이 오히려 긴장을 유발하는, 재미있으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