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설야 장편소설 『황혼(黃昏)』
월북작가 한설야(韓雪野. 1900∼1976)의 대표적인 장편소설로 1936년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다. 한설야는 1925년 <그날 밤>을 발표하면서 등단, 광복 후 북한에 거주하면서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을 결성, 한때 북한 문학예술계의 수장으로 활동하다 1962년 숙청되었다.
한설야는 함흥 교외 나촌에서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서울 경성고등보통학교를 다니다 함흥고등보통학교로 전학하여 졸업했다. 함흥법학전문학교에 진학했으나 교내사건에 연루되어 퇴학당하고 베이징[北京]의 익지영문학교에 들어가 사회과학을 공부했다. 1921년 일본으로 유학, 일본대학 사회학과를 다니다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귀국하여 북청사립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러나 집안의 몰락으로 만주 푸순[撫順]으로 이주하여 탄광 등지를 돌아다니며 노동을 체험하게 되었다. 1925년 KAPF에 가입한 뒤 1927년 중앙위원으로 선출되었으며, 1928년에는 함흥에서 [조선일보] 지국을 경영하기도 했다. 1931년 [대조]ㆍ[신계단]의 편집을 맡았다가 1933년 잡지가 종간되자 [조선일보] 편집기자 생활을 했다. 1934년 8월 KAPF 제2차 검거 때 체포되었다가 1935년 12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후 귀향하여 서점ㆍ인쇄소ㆍ극장 등을 경영하면서 창작에 전념했다. 해방 직후 이기영과 함께 [조선프롤레타리아문학동맹]을 조직하여 임화ㆍ김남천의 [조선문학건설본부]에 대항하다 두 단체가 [조선문학가동맹]으로 합쳐지자 바로 월북했다. 북한에서 [조선문학예술총동맹] 결성 초기부터 주도적인 활동을 전개해 1962년까지 중앙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이외에도 북조선노동당 중앙위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문학예술총동맹 위원장, 교육문화상, 당중앙위원 등 고위직을 역임했다. 1962년 말 복고주의자ㆍ자유주의자로 몰려 숙청된 후 문단 및 문학사에서 오랫동안 사라졌다가 1988년 7월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월북작가들에 대한 대대적인 해금 조치로 복권되어 다시 주요 작가로 거론되고 있다.
이 작품은 1930년대를 배경으로 친일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대립을 갈등구조로 하여 부동하는 소시민층의 몰락과 성장하는 노동자계급의 희망을 그렸다. 강경애의 <인간문제>와 함께 일제강점기 노동소설의 압권으로 평가받는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여순이란 여성이 김재당 집에서 가정교사로 고학하면서 그 집의 타락한 생활을 목격한다. 그 후 비서로 취직한 회사에서 사장 안중서에게 겁탈당할 뻔한 사건을 겪는다. 여순은 끝내 방직공장 노동자가 되어 준식 등과 함께 투쟁의 길을 나서는 파란만장한 삶을 산다.
여순은 시골 태생으로 서울에 올라와 고학으로 학업을 계속했고, 가정교사 노릇을 하면서 여학교를 졸업하게 된다. 그리고 졸업 후에는 방직공장 사장의 비서로 취직한다. 그러나 그녀는 사장의 탐욕에 대한 반감을 갖고 회사를 뛰쳐나온 후 다시 노동자의 신분으로 공장 직공이 되어 공장 내에서 일어나는 노동운동에 관여하게 된다.
처음엔 김재당의 아들 경재에게 마음을 의지했지만, 겁탈사건 와중에 보여준 경재의 우유부단한 모습과 동요에 마음을 돌려 노동자들의 도덕적이고 건강하면서 인정 많은 세계에 합류하게 되는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이 작품은 양심 있는 인텔리 청년의 고민을 그리려는 의도에서 창작되었으며, 군더더기 없는 정공법의 유창한 문장으로 쓰였다. 이 작품에서 인텔리의 고민이란 연애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고아이자 가정교사로 겨우 여학교를 졸업한 여순이라는 주인공을 가운데 두고, 준식과 경재라는 두 청년의 사랑을 삼각관계로 보여 준다. 이 작품은 계층 구조가 남녀 관계에 현저히 작용하는 것을 암암리에 제시하고 있음이 특징이며, 성격 및 심리 묘사가 불투명하고 회사와 사장과 사원 간의 묘사가 다소 도식적이다.
이 작품은 여순이란 여성이 김재당 집에서 가정교사로 고학하면서 그 집의 타락한 생활을 보고, 그 후 비서로 취직한 회사에서 사장 안중서에게 겁탈당할 뻔한 사건을 겪으며, 끝내 방직공장 노동자가 되어 준식 등과 함께 투쟁의 길을 나서는 파란만장한 삶을 담고 있다. 처음엔 김재당의 아들 경재에게 마음을 의지했지만, 겁탈사건 와중에 보여준 경재의 우유부단한 모습과 동요에 마음을 돌려 노동자들의 도덕적이고 건강하면서 인정 많은 세계에 합류하게 되는 의식의 전환이 소설의 밑바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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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은 한설야의 문학 세계를 대표하는 장편 소설이다. 이 작품은 몰락한 농민의 반항을 주제로 했던 신경향파 소설의 단계에서부터 농민의 몰락과 그들이 노동자로 전락해 가는 계급 문학의 초기 단계를 벗어난 작품 성향을 지닌다. 즉, 계급 문학의 방향 전환을 이념적으로 실천하고자 했던 한설야의 의식이 작품화된 경우이다. 노동자들의 저항에 단순성․계급적 투쟁성을 벗어나, 그들의 힘을 조직화하는 노동 운동으로 전환하는 데까지 이 소설은 나아가고 있다.
특히, 지식 계급에 속하는 주인공 '여순'이 스스로 자신의 소시민적․개인주의적 의식을 청산하고 노동자로서의 자기 변신을 꾀함으로써 창조적인 삶으로의 노동에 임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이 소설의 이념적 성과로 지적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그려지고 있는 1930년 중반의 식민지 현실은 철저한 계급적 대립과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이 「황혼」의 전반부는 방직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자본가 계층의 생활과 의식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후반부는 방직공장의 노동자들의 사고방식과 생활 태도가 주요 내용이 되고 있다. 여기에서 여순은 사회적 성격을 강하게 드러낸다. 물론 이 같은 두 가지 상반된 내용의 연결은 이 소설의 여주인공 ‘여순’의 삶의 과정을 통해 형상화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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