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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엄마’의 어원

by 언덕에서 2023. 5. 11.

 

 ‘엄마’의 어원

 

 

어린애를 낳으면 처음엔 응아응아 울기만 하다가, 몇 달이 되면 옹앙거리는 소리를 내게 된다. ‘엄엄’이라 들리기도 하고, ‘옴옴’이라 들리기도 하고, ‘암암’이라 들리기도 하는 그 소리다. 이것이 예스페르센(Jens Otto Harry Jespersen: 1860∼1943)이 일렀던 바 인간의 공통적인 첫 발음이 되는 모양이다.

 사실 ‘ㅁ’ 소리는, 그래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것과 연관되어 있다. 그것은 어머니 또는 먹을 것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거의 세계적으로 공통된 어린이의 말로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를테면, 영어에서의 ‘mamma'는 어머니를 이르는 어린이의 말인데, 그것은 또 동시에 유방의 의미까지를 곁들이고 있는 것에서 살필 때, 우리말에서도 ’맘' 하는 말이 어린애의 먹는 것을 뜻하면서 ‘엄’ 하는 것이 어머니를 뜻하는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앞서의 ‘mamma'는 영어뿐이 아니라, 유럽어에서도 대부분 그러한 형태로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중동 아시아 쪽에서도 쓰이고 있다.

 우리 고대어에서 ‘암’이라는 말을 생각해 본다면, 이 말이 사물의 시작을 뜻했던 것으로 풀이할 수가 있다.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발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동물적인 시작을 이를 때는 ‘암'으로서, 생명을 잉태하는 암컷을 일렀다고 생각되는 것이며, 식물적인 시작을 이를 때는 '엄'이나 '움'으로서, 그 역시 생명의 시작을 뜻했던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암’은 암수(雌雄)의 ‘암’이니, 거기서는 생명이 태어난다. ‘암’은 여성을 뜻한 채, 생명의 시작을 동시에 뜻해주고 있다. ‘엄’은 ‘암’의 개념에서 머무른 채, 약간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에도 지방으로 내려가면, 움(芽)을 일러 ‘엄’이라 하지만, 우리 중세어에서도 ‘움’이 곧 ‘엄’(芽: 엄아)이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이 ‘엄’에서 출발되었다. 어금니를 ‘엄’이라 했음도 어금니 그것이 이빨 중의 이빨이었기 때문이다.

 ‘움’은 싹이다. 동물의 경우에 있어서의 ‘암’ㆍ‘엄’이 식물로 오면 ‘움’이었다고는 할 수 있겠지만, 결국 ‘암’으로 귀일될 수 있는 ‘암’ㆍ‘엄’ㆍ‘움’은 생명을 잉태하고 생명의 시작이 되는 우리말이었다. 그리고 ‘엄마’는 최초에는 ‘엄’에 ‘아’라는 부름토씨(호격조사)가 붙어서 이루어졌던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엄아’라고 부르던 것이 나중에는 강조되는 발음으로 되면서 ‘엄마’로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캐들어가다가 보면, 김소월(金素月)의 ‘엄마야 누나야’ 하는 ‘엄마야’는 ‘엄마’ 그것으로 ‘어머니’ 같이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엄마’를 생각하면서, 우리말에서의 송아지 울음소리인 ‘음매’를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송아지란 놈 역시 그 ‘엄’을 부르는 것이지만, 인간과 똑같이 ‘엄마’ 할 수는 없는 일이어서 ‘움매’ 혹은 ‘음매’ 하고 길게 내리뽑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암’은 일본말의 ‘ァマ(天)’나 ‘ウム(産)’ 같은 말과도 관련이 지어져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들의 ‘ァマ’는 하늘이어서 모든 생명의 시원(始源)을 뜻한다는 데서 그렇고, ‘ウム’ 역시 ‘낳는’ 것이니, 생명과 관련이 있어 그렇다는 생각이다.

 

 

                                            - 박갑천 : <어원수필(語源隨筆)>(19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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