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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싱클레어 루이스 장편소설 『도즈워스(Dodsworths)』

by 언덕에서 2023. 5. 10.

 

싱클레어 루이스 장편소설 『도즈워스(Dodsworths)』

 

 
 미국 소설가 싱클레어 루이스(Sinclair Lewis, 1885∼1951)의 장편소설로 1927년 발표되었다. 유럽 각지를 여행하는 도즈워스 부부의 두근거리고 이상야릇한 사랑의 여정을 생생하고 희화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끝없는 방황과 영원한 안착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인간의 두 가지 욕망을 동시에 실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런던, 파리, 베를린, 나폴리 등 유혹적이고 아름다운 유럽의 도시와 사람들 속에서 질주하고 부딪치고 끝내 정체하는 부부의 모습은, 일상적 결혼 생활에서는 절대로 경험할 수 없는 새롭고 성숙한 사랑의 가능성을 역설적으로 희망하게 만든다. 1936년 [공작 부인]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
 루이스는 예일대학 재학 중 한때 U. 싱클레어가 주재하는 사회주의적 [공동생활]에 가입했다. 대학 졸업 후 뉴욕으로 가서 저널리즘에 종사하면서 작가 생활에 들어갔다.

 전형적인 미국 시민을 그린 <배빗>(1922), 과학이라는 이상에 몸을 바치는 세균학자를 그린 <애로우 스미스의 생애>(1925), 프로테스탄트교회의 위선을 폭로한 <엘머 겐트리>(1927), 동경하던 유럽에 환멸을 느끼는 자동차 제조업자 부부 사이 사랑의 갈등을 그린 『도즈워스』(1927) 등을 계속 발표하고, 1930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루이스는 미국이 국제적인 대국(大國)으로 부상하는 시대 미국인의 생활을 풍자적으로 묘사해 S. 앤더슨과 더불어 새로운 리얼리즘을 확립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영화 [ 도즈워스 (1936)]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성공한 기업가인 도즈워스는 아내인 ‘프랜’과 함께 유럽 여행에 나선다. 평생 일궈온 회사를 매각하고, 자녀들은 장성해 집을 떠나 도즈워스 부부의 긴 여정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없다. 런던을 시작으로 파리, 베를린, 나폴리 등을 거치며 사업과 가정에만 몰두해온 지난 시절과는 사뭇 다른 시간을 경험한다.
 그러나 도즈워스는 유럽에서 만난 남자들과 연달아 염문에 빠지는 아름답고 변덕스러운 아내에게 어쩔 줄 몰라 하며 휘둘린다. 도즈워스는 플랜의 외도를 막기 위해 항공편으로 베를린으로 돌아가면서 자신의 수동적이고 타율적 상태를 깨닫는다. 그러나 프랜은 독일 귀족 출신의 ‘쿠르트’와 사랑에 빠져 도즈워스와 이혼을 감행한다. 그런데도 어쩐지 프랜을 놓지 못하던 도즈워스는, 베네치아에서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주는 여성 ‘이디스’를 만난다. 이디스는 자기 중심적 사고와 논리의 소유자인 프랜과는 달리 사려 깊고 사색적인 여성이다. 

  유럽 전역을 돌며 혼자서 쓸쓸한 여행을 계속하던 도즈워스는 베니스에서 우연히 이디스와 다시 만나게 되고, 다정하고 침착한 이디스와의 생활속에서 평화를 되찾는다. 한편 아놀드 어머니의 반대로 그와의 결혼이 무산된 프랜은 도즈워스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곁에 와 줄 것을 부탁하고, 도즈워스는 프랜의 청에 그녀의 곁으로 가지만 두사람의 결혼은 돌이킬 수 없다. 도즈워스는 프랜에게 이별을 고한 후 이디스의 곁으로 돌아가고 프랜은 홀로 남겨진다.

 

영화 [도즈워스(1936)]


  진취적이고 자유로운 인물로 생각되던 프랜에게 어느 순간부터 독자는 염증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도즈워스는 ‘진중한 남자’와 ‘철없는 여자’라는 위험하고 낡은 소설의 진부한 표현을 비틀어, 한 발짝 더 나아간다. 프랜과는 대조적으로 이상적인 여성상처럼 보이는 이디스와 더불어, 소설은 두 여성 인물의 배후에 당시 사회가 규정해놓은 여성에 대한 시선과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무엇이었는지를 자세히 감지하고 드러내기 때문이다.

 도즈워스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선구자이자 성실하게 자신의 사업을 수행해온 기업가이지만, 중년이 되도록 한 번도 이국의 땅을 밟아보거나 문화를 경험하지 못한 인물이다. 젊은 시절에는 “브라질의 정글과 중국과 온갖 곳을 다 보리라 생각”했었지만, 미국의 근대화를 주도하느라 여행이나 여가를 즐길 틈을 찾지 못한 것이다. 반면 프랜은 “온 세상을 갖고 싶”다는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남편에게 유럽행을 종용한다. 유럽에 도착해서도 끊임없이 유럽의 문화와 사람들을 칭송하며 그에 스며들지 못하는 남편을 무능하다며 다그친다. 나아가 남편을 자신의 취향대로 조정하려 들면서도 자신은 계속해서 유럽의 남자들과 외도를 한다.

 

 



 부부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도즈워스는 왜 자신을 깎아내리며 대놓고 바람피우는 프랜을 쉽게 놓지 못하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프랜 도즈워스’는 미국 문학사에서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여주인공인 ‘데이지 뷰캐넌’과 자주 비견되곤 하는데, 낭만적이고 영원한 흠모와 욕망의 대상이다.

 젊은 시절의 도즈워스는 “프랜이 유럽을 원한다면” “그것을 정복해 번쩍이는 금 접시에 담아 바칠 생각”을 할 만큼 낭만적이고 열정적이었다. 하지만 쉰이 넘어서야 처음 온전한 여행을 하고, 아내에게 세련되지 못한 취향에 대해 구박받으면서야 자신의 진정한 꿈과 자아에 대해 비로소 되돌아보게 된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평생 자동차 산업에 헌신했음에도 도즈워스가 직접 차를 몰거나 질주하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싱클레어 루이스는 심리적으로 깊이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일관된 정교함으로 구축해냄으로써 독자에게 도즈워스 부부의 두근거리고 이상야릇한 사랑의 여정에 기꺼이 동참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