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외국 현대소설

아이작 B. 싱어 장편소설 『쇼샤(Shosha)』

by 언덕에서 2023. 4. 20.

 

아이작 B. 싱어 장편소설 『쇼샤(Shosha)』

 

 

폴란드 출신 미국 소설가 아이작 B. 싱어(Isaac Bashevis Singer, 1904~1991)의 장편소설로 1978년 간행되었다. 이 소설은 독일 침공 직전 폴란드의 유대인 중, 조금 특별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랍비 집안 출신으로 작가가 되려는 아론이 신체적으로 미성숙한 쇼샤를 사랑하는 줄거리는, 사랑의 계산적 방식이 아닌 이성적인 인간들이 가질 수 없는 원초적인 아름다움과 지혜를 알려준다. 그래서 아론은 그런 쇼샤를 통해 진정한 자기 모습과 자기 삶을 찾게 된다는 큰 줄기를 가진 이야기이다.

 아론과 쇼사에 대한 사랑을 시작으로 주변 인물들의 생각과 철학, 삶의 방식을 보여 준다. 공산당원인 도라, 미국에서 온 작가 파이텔 존, 미국인 여배우 베티와 그의 늙고 부유한 연인, 부유한 유대인 하이믈과 그의 아내 셀리아, 쇼샤의 가족…. 그들의 삶은 독특해 보이지만 보편적인 삶에 대한 의문과 철학을 말하고 있다.

 나치의 박해를 피해 뉴욕으로 이주한 싱어는 먼저 이디시어 신문인 〈주이시 데일리 포워드 Jewish Daily Forward〉에서 일했으며, 자신이 쓴 기사에 워쇼프스키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1943년 미국 시민권을 얻어 뉴욕에 정착함으로써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작품은 동유럽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들의 빈곤과 박해, 그리고 망국한(亡國恨)을 안은 채 쓸쓸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생활과 경건하고 장엄한 유대인의 종교의식을 인상 깊게 묘사하고 있다.

 미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던 그는 1950년과 1956년에 걸쳐 <레미드상>을 수상하였으며 1950년에는 미국예술문학연구소 후원으로 창작활동을 이어갔다. 이어 1963년에는 <다프상>을 수상하였으며 1970년과 1974년 <내셔널 북 어워드>를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고 1978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폴란드 출신 미국 소설가 아이작&nbsp; B.&nbsp; 싱어 (Isaac Bashevis Singer, 1904~1991)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쇼샤와 아론은 바르샤바의 크로크말나 가 10번지에서 살던 어릴 적 친구이다. 랍비 집안에서 자란 소년 아론은 동네에서 천재로 여겨지고 소녀 쇼샤는 바보로 여겨진다. 따라서 아론과 쇼샤는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괴롭힘을 당한다. 다른 아이들과는 어울리지 못하지만, 아론은 쇼샤에게 끌리기 시작한다. 쇼샤는 아론이 하는 모든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으며 아론을 이해해 준다. 쇼샤가 7번지로 이사를 하고 아론 가족도 바르샤바를 떠나게 된다. 그러나 아론은 쇼샤를 잊지 못하고 매일 밤 쇼샤 꿈을 꾼다.

 어른이 되면서 아론은 쇼샤를 잊어 간다. 아론은 글을 쓰기 시작하지만, 자신의 문학적 영역을 창조하는 스타일을 찾지 못하고 떠돌아다닌다. 바르샤바로 돌아와 교정자와 번역가로 일을 하게 되고 작가 클럽에도 다니게 되면서 아론은 여러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사랑하지는 않지만, 여자들과 관계를 갖기도 한다.

 여배우 베티의 제안으로 예전에 살던 크로크말나 가를 찾은 아론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쇼샤네 집을 찾아간다. 쇼샤는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었다. 그녀는 어릴 적보다 3~5cm만 더 자라 있었고 아론의 이야기를 듣던 아이 같은 황홀한 표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아론은 쇼샤를 만나는 순간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이 쇼샤임을 깨닫는다.

 나치의 위협이 커지면서 아론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생명뿐만 아니라 작가로서의 성공이 보장되는 미국행 대신 쇼샤와의 결혼을 선택한다. 아론과 알고 지냈던 사람들은 신체적으로 미숙한 쇼샤와 결혼하려는 아론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며 쇼샤로 인해 불행해질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아론은 쇼샤를 통해 자신과 쇼샤를 위한 문학적 영역을 창조하게 되며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영화 [양철북], 1979

 

 이 소설은 20세기 초 바르샤바의 유대인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나치즘, 사회주의, 시온주의 등 온갖 위협과 이념이 떠도는 바르샤바에서 주인공 아론 그라이딩거는 작가로 살아간다. 스스로 만족할 만한 작품을 쓰지 못한 채 근근이 삶을 이어가는 아론 그라이딩거에게 어느 날 기회가 찾아온다. 바르샤바를 방문한 미국 백만장자 샘 드라이만으로부터 희곡 청탁을 받게 된 것이다.

 그는 상상도 못 한 액수의 선급금을 받게 되고, 그와 더불어 일련의 성적 모험을 겪는다. 그 상대는 공산주의자 애인, 여배우, 하녀, 친구의 아내 등으로 다양하다. 어느 날 아론은 우연히 자신이 어렸을 적 살았던 동네를 찾게 되고 그곳에서 유년 시절의 친구 쇼샤를 만난다. 쇼샤는 몸도 정신도 미성숙한, 소녀 같은 여자다. 그간 죽은 줄만 알았던 쇼샤를 재회한 아론은 지금껏 자신이 무엇을 그토록 찾아왔는지 한순간에 깨닫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순수, 바로 쇼샤이다.

 주인공 아론은 소설가이고 쇼샤는 그의 어릴 적 소꿉친구로 몸과 마음의 성장이 멈춘 백치이다. 아론은 온갖 여성과 만남을 이어오던 중 우연히 쇼샤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 순간 아론은 자신이 지금껏 찾아왔던 것이 쇼샤였음을 깨닫게 된다. 명석한 젊은이와 어리숙한 소녀가 어떻게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주변의 우려에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둘의 조합은 불안정하다. 

 

 

 

  『쇼샤』는 독일 침공 직전 폴란드의 유대인 중, 조금 특별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랍비 집안 출신으로 작가가 되려는 아론이 신체적으로 미성숙한 쇼샤를 사랑하는 이야기는, 사랑의 계산적 방식이 아닌 이성적인 인간들이 가질 수 없는 원초적인 아름다움과 지혜를 알려준다.

 장편소설 『쇼샤』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에서 풍기는 개성 때문에 흡입력이 강한 작품이다. 아이작 B. 싱어는 전혀 다른 인물들을 창조해냈음에도 인물 한 명, 한 명이 가진 입체성과 깊이를 아주 훌륭히 표현했다. 나치가 곧 쳐들어와 학살을 자행할 것이 분명한 바르샤바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마주한 것은 죽음인 동시에 삶이다. 즉 죽음이 목전에 있기에 삶을 인식할 수 있다. 그들의 대화는 알고 보면 인간의 삶을, 혹은 자신의 삶을 이해해보려는 간절한 독백이다. 책 속 등장인물은 저마다 다른 태도로 이 파국을 맞이하고, 헤쳐나가고, 때론 굴복하며, 몸소 겪어낸다. 각 인물은 다양한 삶을 대변한다.

 싱어의 작품 가운데 악의 운명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보여 주는 <인간쓰레기>,잔잔한 감동과 삶의 지혜를 전해주는 <행복한 바보들이 사는 마을, 켈름> 등이 한국어로 출간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