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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그라치아 델레다 장편소설 『어머니(Madre)』

by 언덕에서 2023. 4. 4.

 

그라치아 델레다 장편소설 『어머니(Madre)

 

 

이탈리아 소설가 그라치아 델레다(Grazia Deledda, 1871~1936)의 장편소설로 1920년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그라치아 델레다의 많은 작품 중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작품으로 종교와 미신이 섞인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종교인이 겪는 인간적인 갈등과 그것을 지켜보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이다.

 델레다는 사르데냐섬 누오로 출생으로 농가에서 태어나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독학으로 공부하였다. 사실주의가 쇠퇴하고 신비주의․상징주의․이상주의가 일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17세 때부터 문학 활동을 시작, 민족적인 주제의 소설을 썼다. 당시의 폐습 때문에 그녀는 중등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였으나, 항상 베리스모(verismo: 진실주의)의 수법으로 자연과 소박한 농민 모습을 즐겨 묘사, <사르데냐의 꽃>(1892) 이후 고향 사르데냐섬의 농민과 목인(牧人)들의 생활을 작품에 표현했다. 그의 문체는 상징적이나 인물의 성격 묘사는 사실주의적인 수법을 썼다. 1900년에 결혼하고, 1903년 로마로 이사하여 많은 소설을 썼는데, 출생지인 사르데냐섬을 떠나게 된 것이 그녀가 걸작을 쓰게 한 동기가 되어, 섬의 풍경에 새로운 색조가 가미되고 인간의 정욕과 죄의 드라마가 표면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로마로 이주해 조용히 살면서, 거의 모든 작품의 배경이 된 고향 사르데냐를 자주 방문했다. 정규 학교 교육은 거의 받지 못했으나 17세 때부터 민속적인 주제를 감상적으로 다룬 단편소설을 썼다. 그러나 <산속의 노인>(1900)을 낸 이후, 유혹과 죄악이 소박한 인간들에게 미치는 비극적인 영향에 대해 다루기 시작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이혼 후>(1902), 동생의 신부와 사랑에 빠진 전과자의 이야기를 다룬 <엘리아스 포르톨루>(1903), 사생아 때문에 자살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체네레(Cenere)>(1904 : 1916년 영화화되어 엘레오노라 두세가 주연), 아들을 신부로 만들겠다는 꿈을 실현하지만, 신부가 된 아들이 육체의 유혹에 굴복하는 것을 보고 절망하는 어머니의 비극을 그린 『어머니』(1920) 등이 있다. 델레다는 거의 50여 편에 이르는 다른 소설에서도 인간의 정욕과 죄악이라는 주제를 다루었다. 자서전적 소설 <코시마(Cosima)>는 사후 1937년 출판되었다.

 그녀의 작품에는 농민ㆍ목축인의 생활 및 시골 사정에 관해 쓴 것이 많다. 성격 묘사가 확실하고, 그의 서경(敍景)의 필치가 남성적이다. 192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이탈리아 소설가 그라치아 델레다 (Grazia Deledda, 1871~1936)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종교와 미신이 섞인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종교인이 겪는 인간적인 갈등과 그것을 지켜보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이다. 가난하고 무지하며 읽고 쓰지도 못하는 어머니는 아들 폴을 홀로 애쓰며 키운다. 이후 아들이 사제가 되는 소원을 이룬다. 그런데 갑자기 아들에게 매혹적인 여성이 나타나고 아들이 성과 속의 갈림길에 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반면, 사제이기 때문에 모든 인간적인 욕망을 박탈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아들 폴은 고뇌한다. 마을에서 추앙받는 직위임에도 그는 행복하지 않다. 또 자기 위치에 회의를 가진 인물이다.

 그는 사냥꾼 노인의 종부성사를 하고 악령 들린 아이를 진정시킴으로써 주민들에게 떠받들어진다. 하지만 그 의식들은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노인의 장례식을 치르기까지 마을로 돌아가지 않고 밤을 새워야겠다고 생각하는가 하면 악령을 내쫓은 일에 안티오쿠스가 감탄하자 그것을 믿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사랑하는 아그네스와 도망치는 일은 감히 시도할 수도 없다. 자신의 인간적인 본능을 들키면 신뢰를 잃고 쫓겨날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아그네스는 그런 그를 믿지 못하지만, 폴은 아그네스도 함께 구원받기를 원한다. 그들이 구원받을 길은 하느님에 남은 생애를 바치는 것밖에 없는 것이다.

 

이탈리아 샤르데냐 섬

 

 델레다의 수많은 소설 속 사건들은 산, 바위 및 넓은 덤불과 관목의 거친 야생의 배경을 가진 본인의 고향 사르데냐섬에서 주로 발생한다. 사르데냐의 사람들, 주로 목자들, 농부들 그리고 어부들은 본토 사람들과는 상당히 다르다. 다른 대부분의 이탈리아 사람들보다 심각하고 덜 발랄한 태도와 엄격한 명예 의식, 실제적인 의무로 여기는 친절은 지니고 있어서 고대 스페인 종족과 비슷하게 보이는데 아마도 실제로 그들의 먼 동족일 것이다.

 섬 주민들의 삶은 대개 궁핍하다. 여름에는 태양이 강렬하고 겨울에는 맹렬한 강풍과 얼음 바람이 번갈아 나타나는 산악지대의 토양에서 자급자족하는 데 끊임없는 고된 노동이 필요하다. 유행이 지났지만 전통 의상을 여전히 입고 마법과 악마의 오래된 미신과 토속 신앙은 심오하고 단순한 종교적 신앙심과 함께 섬에서 살아남았다. 본토에서 먼 지역인 섬, 즉 사람들이 자신의 토착 지구에서 멀리 떠나지 않고 외부 영향과 접촉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곳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델레다는 사르데냐를 배경으로 하고 베리즈모 시학이 풍부한 작품을 통해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형식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그와 같은 신념은 더욱 확고해졌고, 그에 대한 결과물이 장편소설 『어머니』이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인 어머니는 지난날 고아에다 과부로서 힘겨웠던 삶을 보상받기 위해 아들을 사제로 만들지만, 그 아들이 한 여성을 육체적으로 사랑함으로써 어머니와 갈등한다. 결국, 아들은 어머니의 설득을 수용하지만, 절정을 향해 치닫는 이들의 심리적 갈등은 풍경에 대한 묘사와 더불어 근대 소설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풍경묘사와 분위기에 녹아들어 있는 인물들의 정조를 살펴봄으로써, 풍경이 인물들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장편소설 『어머니』에서는 풍경과 인물들의 마음 상태가 일치하는 것이 계속 반복된다. 소설 속의 풍경은 작품의 공간적 배경을 서술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그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의 심리를 반영하기도 한다. 어두운 밤과 검은 색조는 육신과 정신 및 마음이 갈등하여 나온 내면의 고통과 더불어 소설을 지배한다. 이 어둠 속에서 붉은색이 분출한다. 붉은색은 젊은 사제 파울로의 폭발하고, 통제할 수 없고, 파괴적인 힘처럼 동요하는 열정의 색이다. 그러므로 바람이 불고, 밤이 다가오고, 텅 빈 창문과 파괴된 건물 및 폐허를 서술한다. 이와 같은 풍경은 비슷하든 혹은 대립하든 심리 상태와 비슷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