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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알베르 카뮈 평론 『시지프 신화(Le Mythe de Sisyphe)』

by 언덕에서 2023. 5. 1.

 

알베르 카뮈 평론 『시지프 신화(Le Mythe de Sisyphe)』

 

 

프랑스 작가 A.카뮈(Camus,Albert.1913∼1960)가 1942년에 발표한 평론으로 부제에 있듯이 <부조리에 관한 시론>이며 소설 <이방인>과 짝을 이룬다. 『시지프 신화』는 카뮈가 첫 작품 <이방인>과 같은 해에 발표한 작품으로, 집필은 <이방인>보다 먼저 시작했다.

 시지프(시시포스)는 그리스 신화의 인물인데 신들에게서 바위를 산꼭대기에 운반하는 형벌을 받았다. 이 바위는 산꼭대기에 도달하면 굴러 떨어져서 시지프는 영원토록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운반하는 작업을 되풀이해야만 한다. 무익하고 희망이 없는 노동보다 더 무서운 형벌은 없다고 신들은 생각했다.

 카뮈가 첫 작품 <이방인>과 같은 해에 발표한 작품으로, 집필은 <이방인>보다 먼저 시작했다. 이 작품은 그의 문학적 기반이 되는 사상의 단초를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 이야기로 풀어 나간 철학 에세이로, 소설 <이방인>, 희곡 <칼리굴라>와 함께 ‘부조리 3부작’을 이룬다. 그는 신의 저주에 의해 영원히 산 밑에서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삶을 살아야 하는 시지프의 운명을 부조리한 세계에 던져진 인간의 삶에 빗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반항은 자살이 아니라 그 삶을 똑바로 직시하며 끝까지 이어 나가는 것임을 밝힌다.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 작품은 그의 문학적 기반이 되는 사상의 단초를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 이야기로 풀어 나간 철학 에세이로, 소설 <이방인>, 희곡 <칼리굴라>와 함께 ‘부조리 3부작’을 이룬다.

 카뮈는 신의 저주에 의해 영원히 산 밑에서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삶을 살아야 하는 시지프의 운명을 부조리한 세계에 던져진 인간의 삶에 빗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반항은 자살이 아니라 그 삶을 똑바로 직시하며 끝까지 이어 나가는 것임을 밝힌다.

 카뮈가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은 살아 있다는 명철한 의식과 반항에 대한 열정이다. 『시지프 신화』는 실존적 비극에 대한 ‘영원한 혁명’의 윤리로 독자의 뇌리에 깊이 남을 것이다.

 『시지프 신화』는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라는 충격적이고도 공감 가는 구절로 시작한다. 카뮈가 이처럼 시작부터 분명히 하는 책의 주제를 다른 말로 바꾸어 표현해 보면 “부조리와 자살의 관계”가 된다. 세계에 ‘내던져진’ 자아로서 현대인은 이 세계에서 살아야 할 이유와 가치를 찾지만, 부조리로 가득 찬 세계에서 그것을 찾기는 쉽지 않다. 흔히 자살은 공허에 대해 인간이 쉽게 찾을 수 있는 해답이다. 카뮈는 자살을 단순한 개인적 비관이나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선택으로 보지 않았다.

 카뮈에게 자살은 공허하고 부조리한 세계를 앞에 둔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제1의 방안이다. 그러나 카뮈에게 그것은 올바른 해답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삶을 직시하는 명철한 의식에서 빛의 세계 밖으로의 도피로 인도하는 이 치명적 유희”일 뿐이라는 것이다. 카뮈가 제시하는 제2의 방안은 ‘희망’이다. 그러나 희망 역시 “삶 그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어떤 거창한 관념, 삶을 초월하고 그 삶을 승화시키며 삶에 어떤 의미를 주어 결국은 삶을 배반하는 어떤 거창한 관념을 위해 사는 사람들의 속임수”일 뿐이다. 내세의 희망을 품고 사는 것은 현세에 대한 기만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제3의 방안은 ‘반항’과 그와 동반되는 ‘자유’와 ‘열정’의 감각이다. 카뮈는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방안인 ‘자살’과 ‘희망’이 모두 삶을 직시하지 않고 망각과 무(無)로 도피하는 처사라고 한계를 둔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 세계 앞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그것은 ‘반항’이다. 영원히 돌을 산 위로 밀어올리기를 반복하는 저주를 받은 그리스 신화의 시지프와 같은 인생을 사는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내려는 반항적 의지와 저주를 한몸에 받아들어 감수하면서도 미소를 띨 수 있는 삶에 대한 열정이다.

 

 

 알베르 카뮈는 프랑스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역대 최연소 나이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사르트르와 함께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작가다. 20세기 문학이 담긴 기념비적인 작품 <페스트>는 1947년 출간되어 한 달 만에 초판 2만 부가 판매되었고, 그 해 [비평가 상] 수상 등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프랑스어 판만 500만 부 이상 판매된 세기의 스테디셀러로서, 20세기 이후 발표된 의미 있는 문학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1942년 첫 작품 부조리한 세계에 던져진 인간의 소외와 반항을 그린 <이방인>을 발표해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에 ‘문학적 사건’을 일으킨 알베르 카뮈. 그 후 그는 적극적으로 사회 문제에 참여하는 동시에 현대인의 공허함을 대변하는 작품으로 프랑스의 지식인 사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쌓아 나가던 중, 1947년 발표한 대작 <페스트>로 허무에 빠진 현대인에게 연대 의식과 희망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 수많은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다. 1957년에는 “우리 시대 인간의 정의를 탁월한 통찰과 진지함으로 밝힌 작가”라는 한림원의 평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성취를 이루기도 했다.

 

 

(전략) ... 오늘날의 노동자는 그 생애의 그날그날을 똑같은 작업을 하며 사는데 그 운명도 시지프에 못지않게 부조리하다. 그러나 운명은 오직 의식이 깨어 있는 드문 순간들에만 부조리하다. 신들 중에서도 프롤레타리아요, 무력하고 반항적인 시지프는 그의 비참한 조건의 넓이를 안다. 그가 산에서 내려올 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 조건이다. 아마도 그에게 고뇌를 안겨 주는 통찰이 동시에 그의 승리를 완성시킬 것이다. 멸시로 응수하여 극복되지 않는 운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 본문 182~183쪽

 『시지프 신화』는 알베르 카뮈가 창조한 작품 세계의 사상적 근원을 파헤칠 수 있는 좋은 텍스트인 동시에 철학사적으로도 실존주의의 한가운데 우뚝 선 카뮈만의 독특한 철학을 담은 작품이다.

 카뮈는 인간존재와 세계와의 관계를 ‘부조리’한 것으로 파악하고 그 일상적인 현상, M. 하이데거ㆍK. 야스퍼스ㆍS. 키에르케고르 등의 실존철학자, E. 후설 등의 현상학자들의 부조리인식의 검토, 사형수ㆍ배우ㆍ돈 후안 등 부조리한 인간들에 관한 묘사를 거쳐서, 부조리는 인간의 출발점이며 이 출발점을 부단히 의식함으로써 비로소 인간적 자유가 얻어진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같은 부조리한 자유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 산꼭대기까지 밀어올리면 떨어져 내리는 바위를 끊임없이 밀어올리는 그리스신화의 인물 시시포스의 노동이다. 그는 이것을 그저 무익하다고 볼 것이 아니라, 행복이라고 달관해야만 한다고 말하였다. 카뮈의 운명애를 나타낸 저서이다.

 카뮈는 시지프 안에서 부조리한 인간의 전형을 보았다. 인간 존재의 무의미성을 자각하면서 이 부조리에 대하여 반항을 기도하는 인간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지만, 이 인간의 운명에 비참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행복을 발견하고 있는 데 그의 독자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