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현대소설

김유정 단편소설 『노다지』

by 언덕에서 2023. 4. 6.

 

김유정 단편소설 『노다지』

 

 

김유정(金裕貞, 1908~1937)의 단편소설로 1935년 [조선중앙일보] 신춘문예 가작 입선 작품이다. 1935년 3월 2일부터 9일까지 5회 연재되었다. 작자의 <소낙비>가 [조선일보사]에서 공모한 신춘문예작품 현상모집(1935. 1. 3)에 1등으로 당선된 이후, 1935년 3월 2일에는 『노다지』가 [조선중앙일보] 신춘문예 가작 입선작품으로 제목 앞에 ‘가작 단편소설 기사(其四)’라는 표식을 붙이고 5회에 걸쳐 연재되었다. 그러니까 김유정은 27세 되던 1935년에 [조선일보]와 [조선중앙일보]에 동시에 1등 당선과 가작 입선이 됨으로써 무명에서 일약 천재라는 찬사를 받게 되었다.

 김유정의 소설 중에는 금을 소재로 한 작품이 세 편 있다. 『노다지』와 <금>과 <금 따는 콩밭>이 그것이다. 『노다지』는 금을 소재로 한 작품 중에서 제일 먼저 발표된 작품이다. 김유정은 고향마을에서 사금을 채취하는 것을 보았고 충청도 예산 등지의 금광 현장에서 일한 바도 있었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노다지』는 금장이의 체험적 소설이다. 노다지의 사전적 의미는 목적하는 광물이 많이 묻혀 있는 광맥, 필요한 물건이나 이익이 많이 나오는 곳, 또는 그 물건이나 이익을 뜻한다. 영어의 ‘노터치(no touch)’를 뜻하는 것으로 노다지판이라 할 때는 어떤 광맥에서 광물이 쏟아져 나오는 판국을 가리킨다.

 

광산 굴 앞에서 함께 일하던 인부들, 사진 출처 : 홍성신문(http://www.hsnews.co.kr)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꽁보와 꽁보의 생명의 은인인 더펄은 서로 형제처럼 지내며 금광 노다지를 찾으러 다닌다. 밤중에 더펄이와 꽁보가 어울려 휴광 중인 산 너머에 있는 금점에 금을 캐려고 숨어든다. 그들은 금을 캐서 일확천금을 얻으려고 하지만, 금장이에 대한 모멸에 가까운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의식을 가지고도 더펄이와 꽁보는 금점을 떠나지 못한다. 꽁보는 더펄에게 자신의 누이를 소개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더펄은 흡족해한다.

 둘은 휴광 중인 금밭을 칠흑의 밤에 몰래 들어가 금을 훔치려 작정한다. 금광을 다니던 중 꽁보는 금맥을 찾고 곡괭이로 금을 캐기 시작한다.  더펄은 꽁보에게 자신이 금을 캐겠다고 하고 자신의 솜씨를 자랑하며 꽁보에게 곡괭이를 집어 달라고 한다. 그 꼴이 짜증 나고 얄미웠던 꽁보는 가만히 지켜보다 동발(지겟다리)이 무너진다. 금점 속의 돌밭이 무너지고 모진 돌이 더펄이를 덮친다.

 그러나 꽁보는 노다지를 손에 잡고 돌더미에 깔린 더펄이를 혼자 두고 장벽을 기어오른다. 더펄이의 형체는 보이지 않고 꽁보는 굴 문을 나온다. 꽁보는 아까 캤던 금을 가지고 혼자서 도망가 버린다.

소설가 김유정 ( 金裕貞 , 1908~1937)

 

 소설가 김유정의 아명은 '멱설이'로 1916년부터 약 4년간 한문 수업했으며, 그 후 휘문고보를 거쳐 1927년 연희전문 문과에 입학했으나, 다음 해 중퇴했다. 1931년에 춘천 실레마을에 야학을 열었고, 그 후 얼마 동안 금광(金鑛)을 전전했으나, 1932년부터 실레마을에 금병의숙(錦屛義塾)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계몽운동에 나섰다.

 이듬해 처음으로 단편 <소낙비>와 <산골나그네>를 집필, 1934년에는 단편 <만무방>을 썼다. 1935년 <소낙비>가 [조선일보]에 당선, 「노다지」가 [조선중앙일보]에 입선되었다. 뒤이어 <금따는 콩밭>(개벽) <떡>(중앙) <만무방>(조선일보) <산골>(조선문단) <봄 봄>(조광)이 각각 발표되어 일약 중견의 대우를 받으면서 [구인회(九人會)] 멤버로 활약했다.

 이 작품에서는 김유정 소설의 특징인 해학성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꽁보의 심리변화의 과정을 치열하게 묘사하고 있다. 꽁보는 처음에는 더펄이가 금광에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것이 고마워서 누이를 소개해 줄 정도로 더펄이를 생각하나 막상 노다지를 발견한 후에는 더펄이를 오히려 없애고 혼자서 노다지를 다 차지한다. ‘금’이라는 물질 앞에서 사라지는 인간성의 모습을 꽁보의 심리변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더펄과 꽁보 두 사람이 벌이는 이 노다지 행각은 금을 앞에 두고 목숨이 사라질 위기에 직면하여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나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생명이 위태로운 처절한 상황을 박진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은 하룻밤 동안이라는 시간적 제약 속에서 모든 인간에게 잠재해 있는 황금에 대한 욕심과 인간의 변화 가능성을 연관 지어 남들의 눈을 피해 금을 캐러 다니는 잠채꾼의 행위와 심리를 추적하여 인간 심리의 갈등 구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다.

 육체적으로 약하고 소심하지만 금전에 밝은 꽁보라는 인물과 건강하고 좋은 체격이지만 금전관계에서는 비전문가인 덕팔이라는 대조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이 인물들이 일상적인 관계에서는 상호보완적인 위치이지만 노다지 앞에서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김유정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금광은 인간 욕망의 최대치로서 황금이라는 물질적 욕망 그 자체와 관련된다. 작품은 산골 마을의 특수성과 관련되어 전원적 자연환경과 인간의 탐욕으로 자연에서 물질적 욕망을 얻으려는 금광이라는 인위적 배경이 대비되어 묘사된다. 즉, 『노다지』 <금따는 콩밭> <금>은 궁핍한 현실로부터 물질적 풍요를 획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탈출구인 금광과 관련하여 농촌 현실의 탈출 가능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노다지의 어원 : https://yoont3.tistory.com/11303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