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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C.S. 루이스 장편소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The Screwtape Letters)』

by 언덕에서 2023. 3. 23.

 

C.S. 루이스 장편소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The Screwtape Letters)』

 

 

아일랜드 소설가 C.S. 루이스(Clive Staples Lewis, 1898~1963)의 장편소설로 1942년에 발표되었다.

 경험 많고 노회한 고참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자신의 조카이자 풋내기 악마인 웜우드에게 인간을 유혹하는 방법에 대해 충고하는 서른한 통의 편지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인간의 본성과 유혹의 본질에 관한 탁월한 통찰이 가득한 이 작품은 웜우드가 맡은 ‘환자’(이 작품에서 악마들은 자기들이 각각 책임지고 있는 인간을 ‘환자’라고 부른다)의 회심부터 전쟁 중에 사망하여 천국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사소한 일들로 유발되는 가족 간의 갈등, 기도에 관한 오해, 영적 침체, 영적 요소와 동물적 요소를 공유하는 인간의 이중성, 변화와 영속성의 관계, 남녀 차이, 사랑, 웃음, 쾌락, 욕망 등 삶의 본질을 이루는 다양한 영역을 아우른다.

 스크루테이프는 여러 팀에 의해서 무대공연으로제작되었는데 특히 2021년 7월경 극단[ 조이피플]에 의해서 '북촌아트홀'과 '북촌나래홀'에서 올린 공연이 원작을 잘 살렸다는 평이다. 원래 C.S루이스의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읽기가 어럽고 이해하기가 난해하다는 평인데 이 뮤지컬은 코믹하면서도 재미있게 만들어져 원작이 더욱 쉽게 다가온다는 게 중론이었다.

 

아일랜드 소설가 C.S 루이스 (Clive Staples Lewis, 1898~1963)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노회한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한 남자를 유혹하는 임무를 맡아 고군분투하는 조카 웜우드에게 쓴 편지를 모은 내용이다. 웜우드의 답장은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통해 간접적으로만 묘사된다.

 편지를 쓴 필자인 베테랑 악마이자 유혹자인 스크루테이프가 갓 악마가 되어 한 영혼을 유혹하고 있는 조카, 웜우드에게 31통의 편지를 쓴다. 그의 31개의 이야기는 악마가 인간을 다루고 유혹하는 각각 다른 방법,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개별적인 이야기로 분리되지 않고 ‘인간을 원수에게 빼앗기지 않는 것’이라는 주제로 하나로 이어진다. 그리고 편지는 스크루테이프가 평가한 그의 조카 웜우드가 인간을 유혹했던 방법들에 대한 칭찬 혹은 충고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그들과 반대의 편에 있는 원수는 예수를 의미하는데 원수의 특징 혹은 원수가 이뤄나가는 구원에 대해서 악마의 입장으로 편지를 쓴다. 하지만 한 영혼을 결국 유혹해내지 못하고 그 영혼은 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하게 되면서 원수(예수)의 곁으로 가게 된다.

 그러니까 웜우드가 담당한 '환자'는 2차 대전의 포화 속에서 전사함으로써 '원수'(예수)에게 넘어가 버렸고 스크루테이프는 웜우드의 실수를 마구 질책하면서도 이제 넌 산산조각이 날 거고 그 중 일부라도 내가 챙겨먹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사랑하고 사랑하는 조카야’라고 애정을 드러내는 것으로 작품이 끝난다.

 

▲ 뮤지컬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공연 장면 , 사진출처 : 독서신문(http://www.readersnews.com)

 

 지옥 심연숭고부 차관인 스크루테이프 각하가 사랑하는 조카 웜우드에게 보내는 31편의 편지에 인간을 구렁텅이로 빠트릴 계략이 가득 담겨있다. 저자는 악마를 타락한 천사들이라며 선한 천사들과 본질이 아예 다른 존재가 아니라, 그 본질이 부패한 존재들이라고 소개한다. 전반적으로 베테랑 악마가 초보 악마에게 '인간의 영혼을 타락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충고하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기독교의 죄와 구원에 대한 교리를 죄다 반어법적으로 드러낸다. 전적으로 기독교 윤리의 깊은 부분에 기초해서 통상적으로는 죄가 아닐 것 같은 부분을 죄로 지목하고, 반대로 전쟁터 같은 끔찍한 참상도 인간의 영혼에 유익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지적도 포함되어 있다.

 이 작품이 오래도록 사랑받고 다양한 장르로 확대되는 이유는 악마의 대화를 통해 ‘사람들의 욕심과 잘못된 상상력’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크루테이프가 웜우드에게 지속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허점’을 파고들라는 것이다. 웜우드가 보낸 답장은 실제로 소개되지 않지만 스크루테이프가 쓴 편지 앞부분을 보면 조카가 어떤 답장을 보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사람을 환자라고 부르는 악마들은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망가뜨리는 것일까? 오늘 아무 일도 못하게 ‘염려’에 매여 있도록 만든다.

 “우리의 임무는 장차 일어날 일을 끊임없이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지… 오로지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는 미래의 일들에만 줄창 매달려 있도록 조처하는 거다.”

 가정을 분열시키기 위한 작전도 있다.

 “어머니한테는 질투심과 불안을 일으키고 환자는 그런 어머니를 점점 더 피하면서 무례하게 굴게 만든다면, 그 집안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되겠지. 씀씀이도 헤퍼지고 직장이나 어머니한테도 소홀해지게 만들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두어야 한다.”

 유물론에 빠지게 만들고 성적으로 타락하게 유혹하라는 지침도 내린다.

 “착실한 술 주정뱅이로 만들려면 침체되고 지쳐있을 때 일종의 진통제로 마시도록 밀어붙이라.”

 이 작품은 작가의 뛰어난 필력과 문학적 장치들에도 불구하고, 비기독교인은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는 주장이 여럿 포함된다. 환자(유혹 대상)를 유물론으로 끌어들이려는 논리적 시도가 거꾸로 논리에 아주 강한 '원수'(예수)의 편을 들어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더불어 전적으로 그리스도교 윤리 자체에 기초해서 보편적으로 죄가 아닐 것 같은 부분을 죄로 지목하고, 반대로 전쟁터 같은 끔찍한 참상도 인간의 영혼에 유익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지적도 포함되어 있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