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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오입쟁이'의 어원

by 언덕에서 2023. 3. 14.

 

'오입쟁이'의 어원

 

 

여자 같으면 ‘화냥년’쯤에 해당할 사내가 ‘오입쟁이’일까? 그러나 정확한 반대 개념으로 될 수도 없을 것 같은 것이, 그런 뜻으로라면 ‘오입쟁이’보다는 ‘잡놈’ 쪽이 더 가까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잡놈’의 반대 개념이면 ‘잡년’이 있다 싶어서 내세워본 ‘화냥년’이다.

 ‘오입쟁이’는 그렇게 악의(惡意)로만은 쓰이지 않는다. 미국말로 번역해 본다면 ‘플레이보이(playboy)’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오입쟁이 하면, 사는 멋도 알고 복장에 대한 멋도 알면서 적당한 인테리층이요, 또 매너면으로 본다고 해도 깍듯하고 정중한 곳이 없을 수 없는 인간상이 떠오른다.

 ‘그는 장안의 오입쟁이였다’고 할라치면, 다시 말해 볼 때 ‘그는 장안의 멋쟁이였다’는 말과 과히 틀리지 않게 연상되어 오는 이미지다. 여성을 상대해도 지저분하게 뒤탈을 남기는 따위는 ‘오입쟁이’측에 들 수가 없는 일이고, ‘잡놈’이라고 말할 정도가 옳은 일일 것도 같다.

 그런데 사전에서 ‘오입’을 찾아보면 ‘誤入’이라는 한자를 달아놓았다. 한자 뜻대로라면 ‘잘못 들어가는’ 것이다. 하여간 자기 집 대문으로 들어가야 할 텐데, 기방(妓房) 대문을 들어서는 것이라고 한다면 ‘잘못 들어가는 것’ 일시 분명하고, 그러고도 잘못 들어가는 어느 부분이 있다고도 하겠지만, ‘오입’에서는 그런 한자를 떼어버렸으면 어떨까.

 원(元) 나라 때 왕자일(王子一)이란 사람이 쓴 희곡 작품에 <오입도원(誤入桃園)>이란 것이 있고, 그것은 천태현(天台縣)의 도사(道士)인 유신(劉震)과 완조(阮肇)가 서로 힘을 합하여 도원동을 찾아간 것을 묘사하고 있지만, ‘잘못 들어간다’는 뜻으로 붙여진 ‘誤入’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오입’이라는 말이 ‘誤入’이라는 한자로 쓰인다고 해도, 전거(典據)를 가진 말이기보다는 우리 사람들이 만든 것이든지, 우리 고유어에 한자를 갖다 붙인 것이든지의 어느 것일 게다. '오입‘이라 하지 않고, ‘외입’이라 하는 말도 듣게 된다. 이것은 ‘오입’이라는 말이 발음되면서 이른바 'ㅣ모음역행동화' 현상 때문에 ‘입’의 ‘ㅣ’가 ‘오’에 붙어 ‘외’로 된 것이라고도 생각되지만, 아주 ‘외입’ 그것으로 생각해 버려서인지 한자도 어엿이 ‘外入’이라 쓰는 경우를 보게 된다. ‘잘못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는 숫제 ‘밖에서 드는’. 정도(正道)로서의 정입(正入)이 아니라는 생각까지 곁들인다 싶어지는 한자 표기이다.

 안채가 내실(內室)이라면 그 안(內)의 반대 개념으로서의 외(外)가 생각되기 때문이다. ‘오입’은 한자의 ‘誤入’이란 표기보다는 그대로 ‘오입’, '오입쟁이'가 나을 것 같다. 천성이 바람둥이 기질이어서 열너덧 살쯤 되어 객지로 훌러덩 떠나는 헤르만 헤세, 또는 그가 창조한 전형인 크눌프의 떠남과 같은 것을 일러 '오입 나가다'라는 말이 있고, ‘객지바람 쐰다’는 뜻으로는 ‘오입바람 쐬고 나더니 사람이 달라졌다’는 따위 말이 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誤入’이 아닌 그냥의 ‘오입’이 다정할 것만 같다.

                             

- 박갑천 <어원(語源) 수필>(19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