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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스코트 피츠제럴드 단편소설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by 언덕에서 2023. 2. 21.

 

스코트 피츠제럴드 단편소설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미국 소설가 스코트 피츠제럴드(Francis scott key Fitzgerald.1896∼1940)의 단편소설로 1922년 발표되었다. 작가는 “인생 최고의 순간이 처음에, 최악의 순간이 마지막에 온다는 것은 유감이다”라는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의 말에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70세 노인으로 태어난 벤저민은 할아버지와 더 친밀하고 노인처럼 행동하고 사고하며, 유아가 된 노년기에는 손자와 더 잘 어울리고 어린아이처럼 행동하고 사고한다. 나이는 단순한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신체 나이는 정신 나이와 맞물리면서 신체 나이에 따라 취미와 관심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과 성격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이를 역행하는 벤저민의 삶이 더욱 기이한 것은 바로 벤저민을 바라보는 주위사람들의 시선 때문이다.  

 소설 속 주인공 벤저민은 남북전쟁 발발 직전인 1860년에 태어나 소위 “떠들썩한 20년대”, “재즈 시대”를 거쳐 1930년에 사망한다. 이 시기는 벤저민 개인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사회적 지위와 그에 따른 명예가 중요한 남부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라는 지역적 환경에서는 정상적인 삶의 틀에서 벗어난 벤저민을 위협적인 존재로 간주한다. 이는 가족도 예외가 아니어서 아버지나 아내, 아들은 모두 벤저민 그 자체나 그 기이한 삶에 대한 관심보다 자신의 명예를 우선시한다. 가족에게 외면 당하는 벤저민은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를 떠오르게 한다. 이렇듯 벤저민의 기이한 삶은 개인의 정체성 규정의 문제는 물론 나와 다른 것을 비정상으로, 올바르지 않은 것으로 규정하는 사회 분위기를 풍자한다.

 2008년 브래드 피트 주연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로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재미있으면서도 진지하고, 대중적이면서도 예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008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860년 9월의 어느 날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의 한 병원에서 로저 버튼 부부의 첫아이가 태어난다. 그러나 부부는 177센티미터의 키에 흰 수염이 텁수룩하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이 그들의 아이라는 믿을 수 없는 현실과 맞닥뜨린다.

 노인을 집으로 데려온 버튼 씨는 그에게 아기처럼 우유만 먹이고 딸랑이를 손에 쥐어 주고, 벤저민은 그에게 기대된 행동을 하려고 애쓴다. 늙어 보이는 외모 때문에 학교도 다닐 수 없던 벤저민은 스무 살 때 몽크리프 힐더가드를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까지 하지만, 점점 젊어지는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이상 아내에게 끌리지 않게 된다.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하여 풋볼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등 전성기를 누리던 벤저민은 점차 몸집이 작아지고 체력도 떨어지더니 급기야 아들보다 더 작아져 아들의 구박을 받는 신세가 된다. 그리고 몇 년이 더 흐른 후 유치원에 다니던 벤저민은 그마저도 그만두게 되고 그의 머릿속 모든 기억이 희미해져만 간다. 결국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영화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008

 

 70세의 할아버지 외모로 태어난 벤저민의 외모에 의사도 간호사도 심지어 벤저민의 아버지 로저 역시 자신의 명예에 해가 될까 경악을 금치 못한다. 정체를 밝히라는 로저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벤저민은 평생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이한 삶을 사는 벤저민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이유에서 위협적인 존재로 간주된다.

 힐데가르드는 50세로 보이는 벤저민과 결혼을 하지만 결국 노화를 역행하는 벤저민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이에 대한 힐데가르드의 언급은 나이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이 있음을 드러낸다. 벤저민의 경우처럼 사회에서 용인하는 규칙에서 벗어날 경우, 이는 미치광이이거나 사회를 위협하는 비정상적인 존재로 간주된다.

 벤저민은 평생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노력하였지만, 누구도 그의 노력을 눈여겨 보지 않는다. 나이에 걸맞는 사회적 역할이 분명히 있으며, 그것을 벗어난 벤저민의 존재는 미치광이이거나 비정상적인 존재로 치부되었다. 나이와 노화를 역행하는 주인공의 삶을 통해 정상적인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점점 젊어져 종국에는 우유를 먹고 웅얼거리다가 세상을 떠나는 벤저민의 기이한 인생을 다룬다. 70세로 태어났으니 결혼할 나이인 20대에 벤저민은 50대였다. 그러니 누가 결혼하려고 하겠는가. 하지만 좀 나이든 현명한 남자와 만나길 원했던 아름다운 몽크리프 양과 결혼해 사교계를 놀라게 한다. 세월이 가면서 벤저민은 점점 젊어지고 몽크리프는 점점 나이가 들어간다. 점점 더 멋있게 변하는 자신이 늙은 여자와 사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더 큰 문제는 벤저민이 자신의 손자보다 점점 더 어려진다는 데 있다. 손자와 함께 유치원에 다니다가 손자는 초등학교에 가고 벤저민은 유치원에 3년이나 다닌다. 많은 상상과 생각을 하게 만든 짧은 소설은 외모지상주의에 동안(童顔)이 각광받는 시대여서 더 공감하게 만든다. 신체적 나이와 정신적 나이를 역행하며 살아가는 벤자민 버튼의 일생을 통해 평범하게 나이 들어가는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사회적 편견이 한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