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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조세 마우로 데 바스콘셀로스 장편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My Sweet orange Tree)』

by 언덕에서 2023. 2. 8.

 

 

조세 마우로 데 바스콘셀로스 장편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My Sweet orange Tree)

 

 

브라질 소설가 조세 마우로 데 바스콘셀로스(Jose Mauro de Vasconcelos, 1920~1984)의 아동용 장편소설로 1962년 간행되었다. 바스콘셀로스는 1920년 2월 26일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의 방구시에서 포르투갈계 아버지와 인디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42년 처녀작 <성난 바나나>를 발표했으나 크게 반응을 얻지 못하였다. 그 후 많은 작품을 발표했으나, 1962년에 나온 <장미>, <나의 카누>로 세계적 작가로서의 비로소 기반을 굳힌다.

 아동문학으로서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교양소설의 형태를 띠며, 작가의 유년기를 보낸 지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자전적 서사는 작품 속 주인공의 인생이 작가 바스콘셀로스와 닮아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작품에서 일인칭 서술을 사용하고 있고, 작품 마지막에서는 작가적 현실과 문학적 허구 사이의 경계 허물기를 분명히 하기도 한다. 또한 교육적 가치를 중시하는 전통 아동문학의 성장소설이라는 정형화된 틀을 사용하면서도 판타지적 요소를 도입해 현실세계와 환상세계를 혼합하여 작품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가 20년 이상 구상해 왔던 내용으로 1962년 출간되자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으며 브라질 초등학교의 교재로 사용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하였다. 바스콘셀로스는 리오주 해안 농장의 바나나 배달꾼으로 시작해서 상 파울로에서의 사환 노릇, 막노동꾼, 어부, 초등학교 교사에 이르기까지 밑바닥 계급의 생활을 모두 겪었으며, 이러한 체험들이 그의 표현하고픈 욕구를 점점 강하게 만들었다.

 감수성이 예민한 다섯 살 소년 '제제'를 통해 사랑의 문제, 인간 비극의 원초적인 조건, 인간과 사물 또는 자연의 교감, 어른과 아이의 우정 등을 잔잔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는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브라질 초등학교의 교재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세계 21개 나라에 번역되기도 하였다.

 

영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2014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제제는 어린 라임 오렌지나무와 친구가 되어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 나무의 이름은 ‘밍기뉴’였다. 제제는 또 학교에 입학하는데, 자기를 아껴주는 담임 선생님의 꽃병에 꽃을 꽂아 주기 위해 부잣집에서 꽃을 꺾기도 하며, 선생님이 가난한 제제를 위해 가끔씩 생과자를 사 먹으라고 돈을 주면 과자를 사서 자기보다 더 가난한 아이와 나눠먹기도 하고, 자기보다는 그 애가 돈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제제는 거리에서 노래 부르는 사람을 만나 노래를 배우기도 하고, 포르투갈 사람인 동네 아저씨 마누엘 발라다리스(후에 제제는 그를 뽀르뚜까라 부르게 된다)를 만나 우정을 키우고 사랑을 배운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 날, 제제는 거리에서 노래 부르는 사람에게서 배운 ‘나는 벌거벗은 여자가 좋아’라는 유행가를 흥얼거리다가 아버지에게 들켜 아버지는 아들을 때리며 야단을 친다. 노래를 불러 아버지를 즐겁게 해 주려던 제제의 순진한 마음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제제에게 그 노래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거였지만, 아버지는 어른의 생각으로 제제를 바라보고, 어린아이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죽도록 매를 맞고 깊은 상처를 받은 제제는 뽀루뚜까의 사랑으로 위로를 받을 뿐이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제제는 사람이 사는 데는 말로 다할 수 없는 크나큰 슬픔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가 자기 가족보다 더 사랑한다고 여겼던 뽀루뚜까가 자동차 사고로 죽은 것이다. 충격을 받은 제제는 삶의 희망을 잃어버리고 병이 난다. 그렇게 심하게 앓고 난 뒤, 제제는 어린 꼬마에서 소년으로 자라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밍기뉴가 하얀 꽃을 피우자 제제는 그 하얀 꽃이 자신과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밍기뉴도 어른 라임오렌지나무가 되었고, 제제는 가슴 아픈 상처를 통해 철이 들고 성장해 나가게 된다. 제제는 바로 자기의 유년 시절과 작별하듯 라임 오렌지 나무와 작별을 고한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말한다 "라임오렌지나무는 제 맘에서 잘려 나갔다"라고. 그리고 아버지가 취직하며 딴 곳으로 이사 가는 걸로 이야기는 끝난다.

 

영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2014

 

 

 이 작품은 ‘제제’라는 다섯 살 꼬마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로, 제제네 집은 무척 가난해서 남들이 다 잔치를 벌이는 성탄절에도 선물을 못 받을 정도이다. 다섯 살이면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제제는 자기 나름대로 세상을 알고 있으며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철부지’,‘말썽꾸러기’, ‘악마’라고까지 말하곤 하지만, 그의 행동은 세상을 좀 더 알고 싶은 데서 비롯된 거였다.

 이렇게 작가는 감수성이 예민한 다섯 살의 한 소년을 통해 우리 인생의 사랑의 문제, 인간 비극의 원초적인 조건, 그리고 인간과 사물(자연)과의 정겨운 대화, 그리고 어린이와 어른과의 우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인생에서 슬픔이란 것은, 우리가 이성을 갖게 되고, 동심의 세계를 떠나는 그 순간에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인생의 아름다움이란, 꽃과 같이 화려한 것이 아니라 강물에 떠다니는 낙엽과 같이 조촐한 것이며, 사랑이 없는 인생이란 얼마나 비극적인 것인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인간에게 있어서 사랑이 메마르다는 것은 결국 인간들, 특히 어른들의 상상력과 감정이 메마른 탓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계속해서 말한다.

 인생에서 슬픔이란 것은 우리가 이성을 갖게 되고, 인생의 양면성을 발견함으로써 동심의 세계를 떠나는 그 순간에 느끼게 된다는 점, 또 인생의 아름다움이란 꽃과 같은 화려함이 아니라 강물에 떠 다니는 낙엽과 같이 조촐한 부분이란 것을. 또한 사랑이 없는 인생이란 얼마나 비극적인 것인가를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사랑의 결핍이란 결국 인간들, 특히 어른들의 상상력의 결핍과 감정의 메마름이 원인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어린 소년 '제제'를 통해 현실 생활에 의해 황폐해져 가는 인간의 메마른 감정 세계를 동심으로써 구제하기를 호소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동심 세계의 찬란함과 순수함을 감동적으로 되살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
바스콘셀로스는 철저한 체험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소한 것에서부터 생동감이 넘치고 브라질의 사회상과 더불어 생활양식까지 엿볼 수가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아름다움은 화려한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 주변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