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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팀 보울러 장편소설 『리버보이』

by 언덕에서 2023. 2. 14.

 

팀 보울러 장편소설 『리버보이』

 

 

영국 소설가 팀 보울러(Tim Bowler, 1953~)의 장편소설로 1997년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1997년 경쟁작 <해리포터>를 제치고 영국 [카네기 메달상] 후보에 후보지명 되어 만장일치로 수상작이 되었다.

 『리버보이』는 열다섯 소녀, 제스의 추억을 통해 삶과 죽음의 진정한 의미와 영원한 이별을 받아들이며 하는 작품이다. 향후 숱한 만남과 헤어짐을 겪어야 할 젊은 세대에게 슬픔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이야기한 소설이다. 또한 ‘상실의 순간과 그 후에 찾아오는 삶의 선물’에 대해서 언급한다. 인생에서 고난이 와서 고통받을 때는 가슴을 후벼 파는 것처럼 괴롭지만 그 순간을 견뎌서 흘려보내고 나면 또다시 인생이 준비해 둔 다른 선물을 발견할 수 있다는 주제를 십 대의 눈높이에 맞춰 탁월하게 풀어냈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팀 보울러는 매 작품마다 격렬한 통과의례를 경험하는 십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주인공이 고통과 방황의 끝에서 유년의 껍질을 벗고 한 발짝 더 성장하는 스토리다. 작중 주인공들은 대부분 ‘소중한 사람의 죽음, 폭력과 학대, 차가운 고립감’ 등을 겪으면서 좌절하고 주저앉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삶을 똑바로 바라본다. 향후 거침없이 인생의 한복판으로 나아간다. 『리버보이』 역시 그 흐름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고통의 순간을 이겨낸 이는 인생이 준비해 둔 다른 선물을 발견할 수 있다는 주제를 십 대의 눈높이에 맞춰 탁월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성장 소설 『리버 보이』는 국내 누적 40만 부 판매 돌파했다고 알려져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제스의 가족들이 할아버지의 고향으로 여름휴가를 가기로 했을 때 할아버지의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휴가를 취소하고 할아버지를 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고집쟁이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여행을 강행한다. 화가인 할아버지가 고집을 부린 이유는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이다.

 가족들은 인적이 드문 강가의 별장에 도착했고, 할아버지는 제스의 응원을 받으며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져 가족들의 걱정은 깊어만 간다. 고집쟁이 할아버지는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병원행을 거부하고 할아버지와의 이별이 걱정스러운 제스의 마음은 편치 않다.

 강에서 수영하면서, 또 할아버지가 꼭 가보라고 권한 강이 시작되는 곳에서 제스는 언뜻 언뜻 나타나는 리버보이와 마주친다. 제스는 실체가 있는 듯 없는 듯 신비로운 존재에 대한 궁금증과 할아버지에 대한 걱정에 마음이 복잡하다. 결국, 그림을 완성하지 못한 채 병원에 입원할 지경에 이른 할아버지, 점점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다.

 강가에서 슬퍼하는 제스에게 나타난 리버보이는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같이 그림을 그리면 되지 않느냐는 해법을 알려준다. 더욱 쇠약해진 할아버지가 그림을 포기하고 병원에 입원하기로 하지만 제스는 할아버지에게 그림을 완성하라고 응원한다. 제스가 손을 잡아드려 그림을 완성한 뒤 자리에 눕고 만다.

 절망적인 제스는 다시 만난 리버보이와 대화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는다. 멀리 바다까지 뻗어 있는 강을 보면서 리버보이는 강물이 흘러가는 도중에 무슨 일이 생기든 결국 아름다운 바다에 닿는다고 말한다. 제스는 “하지만 죽음은 아름답지 않아”라며 슬퍼한다. 리버보이는 아름답지 않은 건 죽음이 아니라 죽어가는 과정이라며 강이 계속 흘러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준비를 한다고 말해준다.

  “그들에겐 끝이 시작이야. 난 그 모습을 볼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껴.”

 리버보이의 말을 정확히 이해할 순 없지만 제스는 바다를 향해 헤엄치기로 한다. 불가능할 것 같은 먼 거리를 헤엄쳐 바다로 가는 제스는 잠깐씩 나타났다 사라지는 리버보이가 유령이 아니라 요정이며 할아버지의 삶이 일으킨 축복이자 자신에게 찾아온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멀리까지 헤엄칠 수 있는 힘, 할아버지와 헤어질 용기를 준 강의 요정 리버보이를 생각하며 마지막 힘을 내서 바다에 도착한 제스는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면서 제스는 영원한 작별을 고한다.

 제스는 할아버지의 유골이 담긴 항아리를 들고 강의 시작점을 찾아가 가루를 강물에 흘려보낸다. 두려워서 용기를 내지 못했던 폭포 아래로 뛰어들면서 제스는 할아버지와 리버보이에게 안녕을 고한다.

 

 

 지금은 힘없이 누워 있지만 소년 시절 산천을 누비고 다녔을 리버보이 같은 할아버지, 곧 일어날 이별을 예견하고 슬픔을 삭이는 제스와 리버보이의 교감이 독자들에게 강물처럼 와닿는 소설이다.

 저자는 ‘인생은 흐르는 물과 같다’라고 말한다. 소설 『리버보이』는 삶과 죽음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강물이 흘러 넓은 바다에 닿는, 필연적인 이치’에 담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무엇보다도 네 명의 가족이 겪는, 단 며칠간의 이야기가 긴장감과 함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죽음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까마득하다고 생각하지만 가까이에 도사리고 있다. 곁에 있는 가족과 주변인들은 늘 함께할 것 같지만 언젠가는 이별해야 할 사람들이며 우리의 삶은 영원할 것 같지만 언젠가는 끝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 소설을 읽으면 생각의 폭이 한 뼘 넓어지게 된다.  

 

 

 『리버보이』는 공포와 슬픔을 동반하는 결별의 순간과 그것을 극복하기까지의 과정을 섬세하고 투명한 문체로 그렸다. 할아버지가 쓰러지고 돌아가시기까지의 그 며칠 동안 주인공 제스는 슬픔, 분노, 좌절, 포기 등 모든 종류의 감정을 경험하고 마침내 곁에 없다고 해서 사랑의 추억까지 희미해지는 건 아니라는 것을깨닫게 된다. 리버보이는 그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고 비로소 ‘울음을 참는 대신 울고 싶은 만큼 우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남긴 사랑의 추억을 토대로 또다시 탈탈 털고 일어나는 지혜를 배운다.

 영원한 이별을 받아들이는 제스의 모습은, 앞으로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통과해야 할 우리에게 밑바닥까지 슬퍼하고 또다시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작품은 '수많은 돌부리를 만나도 결코 멈추는 법 없는 강물처럼' 인생은 사랑과 추억을 바탕으로 아름답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그 점이야말로 팀 보울러가 조그만 일에도 쉽게 좌절하는 이 시대 청소년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인생의 비밀’ 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