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 마르케스 장편소설 『100년 동안의 고독(Cien años de soledad)』
콜롬비아 소설가 G.G.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1928∼2014)의 장편소설로 1967년 발표되었다. 1982년 [노벨 문학상]을 안겨 준 그의 대표작으로 32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100만 부 이상 팔렸다. 우리나라에서는 1975년 안정효(安正孝) 역으로 [문학사상]에 연재되었고 이후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다.
내용은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그의 사촌 여동생 이과라와의 근친상간 결혼생활로부터 시작한다. 「백 년 동안의 고독」에서 선조부터 시작되어 수없이 되풀이하는 근친상간으로 상징되는 도덕적 타락은 남미 콜롬비아 배경의 한 가문 몰락을 재촉하는 견인차 구실을 한다. 동종교배가 열등한 자손을 낳듯이 부엔디아 가문의 사람들은 이를 통해 열등한 자손을 낳는다. 이모와 조카가 관계를 맺어 돼지고리가 달린 기형아를 낳지만 이 돼지고리는 이 가문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고리이다. 선조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치욕적인 종말을 맞이한다. 그들은 마치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는 자폐적인 악순환을 운명처럼 결코 벗어 날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백 년 동안의 고독」에서 그들이 세운 남미 처녀림 속의 마콘도라는 새로운 도시가 대를 이어 반복되는 근친상간의 혼돈 속에 몰락하는 과정을 역사와 전설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엮었다. 이 작품은 마르케스가 멕시코에 처음 체류했을 때 쓰기 시작했다. 마콘도의 역사와 이 마을을 세운 부엔디아 가족을 그리고 있는데, 이는 콜롬비아의 실제 역사인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인류가 체험하는 신화와 전설을 표현한 것이다.
마르케스의 여러 작품에서 사용한 밀도 있고 복잡한 문체는 마르케스 자신이 [노벨 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말했듯이 미국의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마르케스는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와 함께 문학비평서 <라틴아메리카 문학>(1968)을 썼다. 「백 년 동안의 고독」에 나오는 한 에피소드는 단편집 <결백한 에레디라 외(外)>(1972)를 낳게 했다. 그밖에 연작소설 <푸른 개의 눈>(1972)도 출판했다. 그 뒤 라틴아메리카 군부 독재자를 풍자한 <족장(族長)의 가을>(1975)과 라틴아메리카 소도시를 배경으로 명예를 위해 저지른 살인사건들을 다룬 <예고된 죽음 이야기>(1981)를 썼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6세대에 걸친 부엔디아 가문과 마콘도라는 허구의 세계가 있다. 마콘도를 세우러 떠나기 전에 사촌이었던 호세 아르카디오와 우르술라 이과란은 결혼한다. 그러나 우르술라는 근친상간의 결과로 돼지꼬리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결혼생활을 거부한다. 그렇게 6개월을 보낸 어느 일요일 프루덴시오 아길라르는 호세 아르카디오가 성불구자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마을 사람들에게 공포한다. 그러자 호세 아르카디오는 프루덴시오 아길라르를 죽이고 우르술라와 사랑을 한다. 이후 죽은 프루덴시오 아길라르의 망령이 부엔디아 부부에게 계속 나타나고, 결국 그들은 마을을 떠나 마콘도를 세워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처음에 그 마을은 외부세계와 단절되어 있다. 가끔씩 집시들이 얼음이나 망원경 혹은 돋보기와 같은 발명품을 가지고 찾아올 뿐이다. 그러나 점점 마을은 순수하고 고독한 상태를 잃어버리면서 종교와 정치라는 결정적 요소를 지닌 외부세계의 침략을 받는다. 결국 부엔디아 가문뿐만 아니라 마콘도는 근대라는 힘에 파괴된다. 제국주의적 자본주의가 마콘도에 도착하고, 바나나 농장은 노동자들을 착취한다.
결국 바나나 농장 노동자들은 미국인들의 비인간적 대우에 분노해 파업을 하고, 바나나 농장 지주의 편을 들던 군부는 수천 명의 노동자들을 학살한다. 그들의 시체는 바다에 버려지고, 4년 11개월 2일 동안 쉬지 않고 비가 내리면서 마콘도의 멸망을 재촉한다. 이제 살아남은 부엔디아 가족들은 외부세계와 고립된 채 근친상간을 범한다.
마지막에는 부엔디아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인 아우렐리아노 바빌로니아가 양피지 원고를 해독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거기서 그는 “사건들을 인간의 전통적인 시간 속에 배열해놓지 않고 백 년 동안에 일어났던 일상사들을 모두 한순간에 공존하도록 압축시켜” 놓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즉, 부엔디아 가문의 역사가 미리 예언되었으며, 마콘도와 그곳의 주민은 단지 미리 정해진 주기를 살면서, 비극적인 슬픔만을 가미시켰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원고가 바로 '백 년의 고독'이며, 부엔디아 가문이 이 지상에서 두 번째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은 진정한 사랑을 알지 못하고 고독 속에서 살았기 때문임을 간파하게 된다.
이 소설은 콜롬비아가 직면하고 있는 구체적인 사회현실을 보여 주는데 자본주의가 닥치기 전의 마콘도 마을은 자연과 함께 있는 낙원과도 같은 평화로운 마을이다. 그러나 미국의 자본주의가 침입하면서부터 평화스럽기 짝이 없던 마을은 점차 폭력과 타락에 시달린 채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마콘도에 바나나 농장을 건설한 미국 회사들은 원주민 노동자를 고용하여 막대한 돈을 벌었지만 낮은 임금과 가혹한 직업 환경으로 그들을 착취한다. 거대자본주의에 당하던 노동자들은 마침내 극단적인 파업을 벌인다. 정부는 일방적으로 거대자본인 미국 회사 편을 들면서 파업에 맞서는 노동자들을 대량 학살하고 은폐해 버린다.
모든 일상적인 의무와 책임을 포기한 채 오직 무익한 연구에만 몰두하거나 사회와의 모든 교통을 차단한 채 서재에 틀어 앉아 삶 속의 죽음을 영위하는 부엔디아 대령의 인간 고독 속의 참혹함은 인간의 존재의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좁게는 콜롬비아, 넓게는 라틴 아메리카 대륙, 그리고 더 넓게는 인간이 살고 있는 원시적인 세계를 현실과 마술 같은 환상,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결합되어 거침없는 문장들이 몽환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 독자들이 번거롭고 귀찮게 여기는 일은 우리 귀에 낯선 스페인어 이름, 그리고 대(代)를 이어 반복되는 유사한 이름 사이의 관계 파악이다.
5대에 걸친 부엔디아 가문의 선조가 마콘도 마을을 건설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 가문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절망을 다루지만 이 책을 볼 때는 아무래도 옆에다 이 가문의 가계도를 그려 가면서 봐야 할 것 같다. 부엔디아 가문 사람들이 한결같이 자기에 고유한 이름보다 오직 선조의 이름을 되풀이 물려받고 있고 익숙하지 않은 스페인식 이름을 먼저 파악을 해야 이 책을 매끈하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혼란을 야기하는 등장인물의 이름은, 사실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의도적으로 삽입한 미학적 장치일 것이다. 세월이 흘러가도 항상 제자리를 맴돌며 영속하는 마콘도와 부엔디아 가계의 숙명을 독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가계도는 불필요한 도구일 뿐만 아니라 이 소설 고유의 독서 재미를 단번에 앗아 가고, 언제나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한 몽환적 상태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독자들은 시간순에 따른 사건 진행에 궁금증을 가지며, 누가 누구의 자손인지 확실하게 파악하고자 필요 이상으로 많은 노력을 투자하는 게 현실이므로 어쩔 수 없이 '불필요한' 가계도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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