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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알렉세예비치 부닌 장편소설 『아르세니예프의 인생(Жизнь Арсеньева Иван Алексеевич Бунин)』

by 언덕에서 2023. 1. 11.

 

알렉세예비치 부닌 장편소설 『아르세니예프의 인생(Жизнь Арсеньева Иван Алексеевич Бунин)』

 

 

 

러시아 소설가 이반 알렉세예비치 부닌 (Ivan Alekseyevich Bunin,Иван Алексеевич Бунин, 1870~1953)의 장편소설로 1927년부터 집필하기 시작하여 1933년에 완성된 작품이다. 부닌은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명맥을 잇는 마지막 작가’ ‘산문의 천재’로 평가받으며, 체호프나 고리키와 같은 동시대 문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시작에서 완성까지 7년이 걸린 이 작품은 부닌이 프랑스로 망명한 뒤, 조국 러시아에 대한 향수와 사랑으로 써 내려간 자전적 소설이다. 19세기 러시아의 자연 풍광을 눈앞에 보듯 아름답게 묘사한 이 작품은, “러시아 고전소설의 전통 속에서 엄격한 장인정신을 발휘한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작품은 몰락해가는 러시아 지방 귀족의 집안에서 태어난 주인공 아르세니예프의 회상을 통해, 가부장적 러시아 황실 생활과 소지주의 목가적인 전원생활 그리고 러시아 농민들의 풍습에 이르기까지 19세기 말 러시아의 모습을 유려한 필치로 재현하고 있다. 이후 아르세니예프가 고향을 떠나 러시아 전역을 떠돌며 문학의 열정을 불태웠던 청년기와 그 여정 속에서 만난 연인 리카와의 사랑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사랑의 슬픈 원형을 절실하게 복원해내고 있다. 장편소설 『아르세니예프의 인생』은 뛰어난 서정성과 섬세한 묘사로 러시아의 정서를 탁월하게 표현했는데, 1933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이는 러시아 최초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러시아 돈강 유역의 ‘카멘카’라는 전원마을에서 유년을 보낸 아르세니예프는, 겨울에는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눈의 바다와 여름에는 밀과 풀과 꽃의 바다가 펼쳐지는 카멘카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예민한 감수성을 키웠고, 푸시킨 등 러시아 시인들의 시를 읽으며 문학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아르세니예프는 도시의 중학교에 입학했지만, 고향의 자연을 그리워하다 결국 중퇴하고 부모의 품으로 돌아온다. 제정러시아가 붕괴하면서 아르세니예프 가(家) 역시 점점 기울어서, 형 게오르기는 사회주의자가 되어 체포되기도 한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아르세니예프는 고향을 떠나 페테르부르크, 오룔, 하리코프, 세바스토폴 등 러시아의 각지를 떠돌아다니며 러시아 자연의 서정적 풍광에 매료되고, 문학의 끈을 놓지 않고 창작열을 불태운다.

 소설은 아르세니예프의 여정을 따라가며 자연과 사랑, 죽음 그리고 존재의 소멸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고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르세니예프는 그 과정에서 인간의 한계와 무력함을 느끼지만 글쓰기와 문학에 대한 열정을 통해, 조국 러시아의 모든 것을 기억해내고, 기록하고, 영원히 남기고자 하는 적극적인 열정을 통해, 죽음과 망각 그리고 소멸한 모든 것들에 생생한 생명의 힘을 불어넣는다.

 아르세니예프는 오룔의 한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리카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방랑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그에게 러시아의 자연과 삶과 인간 존재에 대한 고민은 문학에의 열정을 충만케 했지만, 리카와 사이를 엇갈려 놓았다. 리카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과 그녀의 죽음 또한 존재의 시작과 끝의 의미를 진지하게 되묻게 한다.

 

러시아 소설가 이반 알렉세예비치 부닌 (Ivan Alekseyevich Bunin, Иван Алексеевич Бунин , 1870~1953)

 

 러시아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이반 알렉세예비치 부닌은 볼셰비키 혁명 이후 고국 땅을 한 번도 밟지 못한 채, 30년 넘게 프랑스에서 망명 생활을 했지만 가장 러시아적인 작가로 남아 있다. 동시대 시인 알렉산드르 블록이 “부닌만큼 자연을 잘 알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라고 평가했다. 작가가 장편소설 『아르세니예프의 인생』에서 유려한 필치로 재현해내는 19세기 러시아의 자연 풍경과 러시아 사람들의 삶의 묘사는 눈부시다.

 이 작품은 뚜렷한 사건이나 명확한 스토리 전개가 없다. 단지 노년의 아르세니예프와 유년의 아르세니예프, 두 시점이 공존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의식의 조각을 좇아 서사를 만들어낼 뿐이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짙은 향수와 놀라우리만치 세밀한 기억을 통한 생생한 묘사는 19세기 러시아의 삶에 대한 인상을 명징하게 그려낸다.

 19세기 말 몰락해가는 러시아 지방 귀족의 집안에서 태어난 알렉세이 아르세니예프가 프랑스로 망명하여 노년을 보내면서, 러시아 정신의 절정과 몰락을 동시에 경험했던 유년과 청년기의 삶을 회상하는 내용이 이야기의 뼈대를 이룬다. 따라서 이 작품은 아르세니예프의 조국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을 통해, 어머니(조국)의 몸을 떠나 끊임없는 향수를 느끼며 자신의 삶을 완성해가는 한 인간의 운명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19세기 말 몰락해가는 러시아 지방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주인공 아르세니예프가 프랑스로 망명해 노년을 보내면서 러시아에서 보낸 유년과 청년 시절을 회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회상을 통해 19세기 러시아의 가부장적 세계, 소지주의 목가적 전원생활과 풍습, 농민들의 세계를 생생하게 재현한다.

 오로지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부닌의 ‘기억’과 ‘의식’의 일면만이 다양하게 기록된 묘사와 서사만으로 채워진 이 작품은 다른 작가들의 자전적 소설보다 시대와 역사, 인생에 대한 보편적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난다. 다시 말해 이 소설은 서술자(화자)-주인공 알렉세이 아르세니예프의 스무 살까지의 개인적 기록이다. 또한 작가 이반 부닌의 인생과 다양한 경험에 대한 간접적 회고이자 고백이며, 소설의 시공간적 배경인 19세기 러시아의 사회 · 역사, 특히 지방 소지주들의 생활에 관한 생생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남다른 통찰력과 새로운 시선으로 삶의 순간마다 형상화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고유한 아름다움으로 남겨두려 했던 작가 이반 알렉세예비치 부닌은 『아르세니예프의 생』에서 단순한 자전적 소설을 넘어, 시대와 역사, 인생에 대한 그의 철학을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다.

 실제로 부닌에게 볼셰비키 혁명과 제정러시아의 붕괴는 영혼의 안식처를 상실하는 것과 같았다. 혁명 사상의 중심이었던 볼셰비즘을 인정하지 않았던 그는 조국의 변화와 삶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고, 프랑스 망명 시기에 쓴 부닌의 거의 모든 작품은 러시아를 향한 향수와 그리움의 노래였다. 부닌은 1933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는데 이는 러시아 최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