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외국 현대소설

피터 한트케 희곡 『관객모독(Publikumsbeschimpfung)』

by 언덕에서 2022. 12. 28.

 

피터 한트케 희곡 『관객모독(Publikumsbeschimpfung)』

 

 

독일 극작가 페터 한트케(Peter Handke, 1942~)가 쓴 희곡으로 종래의 전통극을 부정하고 '구변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선구자적 작품이다. 한트케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으나 독일에서 주로 활동했다.

 무대 위에 등장하는 네 명의 배우가 극의 전체 흐름을 주도한다. 특별한 줄거리나 사건, 무대 장식이나 세련된 디자인, 조명도 찾아볼 수 없다. 다른 요소를 철저하게 배제한 채 단순화된 극은, 오로지 배우가 내뱉는 말에 의존하여 전개된다. 그렇지만 파격적인 말과 행동을 통해 현실의 문제점과 부조리함을 지적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의미 있는 가치를 지닌다. 관객을 향해 이야기하는 배우와 그 말들을 직접 듣는 관객, 이들의 소통은 무대 위 연극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버린다. 나아가 현대 사회의 위선과 거짓을 폭로하고, 관객에게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관객 모독』은 가장 도발적인 희곡 중 하나의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한트케는 내용보다 서술을 우선하는 실험적인 작품으로 다수의 혹평과 소수의 호평을 받다가 1970년대 들어 자기만의 방식으로 전통적인 서사를 회복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첫 작품이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이다. 독일어로 쓰인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1972년에 거장 빔 벤더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그는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수 많은 상을 석권했으며,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다 마침내 2019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독일 극작가 페터 한트케 (Peter Handke, 1942~)

 

 줄거리(내용)는 다음과 같다.

 막이 오르면, 무대는 비어 있고 관객의 기대감은 무너진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고, 무대엔 특별한 소도구도 없으며, 조명이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지도 않는다. 배우들은 무대로 나와 관객에게는 관심도 없이 제멋대로 지껄이다가 다 함께 같은 말로 욕을 하기 시작한다.

 극은 관객에게 욕설과 물세례를 퍼붓는 등 상상 초월의 파격적인 언어 연극으로 공연 때마다 화제가 되었다. 띄어쓰기를 무시하고 중복된 의미의 단어를 사용하고 목사님의 설교 같은 어조와 약장수 같은 상황을 설정하는 등 언어만을 매개로 한 극의 진행은 처음 공연을 접하는 관객을 불편하고 당혹스럽게 한다.

  "여러분이 늘 보았던 것들을 여기서는 보지 못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늘 들었던 것들을 여기서는 듣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화자들은 관객에게 말을 건다. 차츰 '여러분'은 ''너희들'로 바뀌고 화자들은 관객에게 직접 욕을 하게 된다. 욕은 역사, 정치, 문화를 비난하는 단어들로 비약한다. 욕은 관객을 긴장시키며 관객과 배우의 관계를 좁히는 기능을 한다. 관객은 극을 볼 때 감정이입이 일어나지 않고 '낯섦'을 가지고 깊은 인식과 비판의 여유를 갖게 된다.

 

관객모독 공연장면

 

 「관객모독」은 전통극이 가진 무대장치, 극적인 행동, 사건 전개, 감정이입 등의 요소를 부정하고 음향적인 감각의 언어를 통해 관객을 매료시킴으로써 세계를 인식시키려는 새로운 시도로 구변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작품이다. 이 극은 표현 방법으로 욕, 자기 모독, 변명, 외침 등을 사용하며 동어반복의 비논리적 구사를 통해 관객을 말의 세계로 끌어들이려 한다. 이 극의 주제는 네 사람의 화자와 관객이며, 관객은 배우와 함께 연극을 하는 자로 격상된다. 관객은 이 극을 통해 인습적인 기대감을 버리고 의식을 새롭게 정립한다.

 페터 한트케는 1962년 첫 번째 소설 <말벌들>을 발표했으며, 24세인 1966년에 「관객 모독」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해에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상]을 수상했고, 1972년에 [게오르크 뷔히너 상]을 수상했다. 그는 독일어권 작가 중에 가장 독창적인 작가이며, 대부분 작품에서 형식 파괴적이고 언어 실험적인 경향을 보인다.

 그는 언어를 의미 전달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고 언어를 다양화하고 변형시키려고 시도하였다. 그는 브레히트 이래 새롭게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 이론에 반기를 든 반연극 시대를 열었으며, 종래의 연극, 심지어 부조리극까지 반대하였다. 그러나 그의 구변극은 언어 현상에 몰두하여 극단적인 형식적 미학에 집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주제의 빈곤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작가 한트케는 60년대 말 독일 문학을 주도했던 참여문학에 반대하여 언어 내재적 방식에 주목한 작가이다. 그가 주장하는 문학의 정치화는 자명하게 규정된 것,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로 만들어진 것, 조작된 것, 지배체제의 드라마투르기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하며 이러한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 문학의 과제라고 보았다. 기존 문학계와 연극계 그리고 정치계에 대한 반권위적이고 비판적인 그의 도발 행위는 바로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한트케의 계몽적 수단과 대상은 언어였다. 그는 언어적 현실과 실제적 현실 간의 관련성에 주목했으며 1966년 전통극 형식에 대항하는 『관객 모독』을 발표하여 연극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무대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한 전통적 극 관람 태도를 고발하는 이 작품은 끊임없는 독백으로 이어진다.

 논문적 성격의 『관객 모독』은 다음에 발표된 작품 <카스파어>에서 보다 구체화하는데, 이 작품에서 팬터마임과 언어극을 절충하여 개인이나 사회그룹이 사회적 의식을 형성하는데 언어가 어떻게 조작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에서도 언어적 현실과 실제 현실 간 관계의 문제가 중점이 된다. 작가 페테 한트케는 기존 문학, 예술, 정치를 비판하며 언어를 통한 계몽을 주장했다. 기존 문학계와 연극계, 정치계에 반권위적이고 비판적인 그의 도발은 시대적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그의 수단과 대상은 언어이다. 그는 언어적 현실과 실제적 현실 간의 관련성에 주목했으며 1996년 전통극 형식에 대항하는 「관객모독」을 발표하여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작가는 2014년 [국제 입센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9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 구변극[ Sprechstück ] : 브레히트의 서사극에서 영향을 받아 페터 한트케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실험적인 연극 형태로서 사건 진행이 결여되어 오직 언어로만 구성된 무대용 텍스트로 구성된 극을 말한다. 또한 언어 반복과 언어 리듬을 통해 극을 일종의 오케스트라처럼 전개한다. 구변극은 배우들 간의 대화가 아니라, 배우 혹은 배우들이 관객을 향해 일방적으로 욕설을 퍼붓는 듯한 형식을 통해 진행된다. 한트케의 『관객모독(Publikumsbeschimpfung, 1966)』은 종래의 전통극을 부정하고 구변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선구자적 작품으로 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