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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도리스 레싱 장편소설 『마사 퀘스터(Martha Quest)』

by 언덕에서 2023. 1. 2.

 

도리스 레싱 장편소설 『마사 퀘스터(Martha Quest)

 


영국 소설가 도리스 레싱(Doris May Lessing, 1919~2013)의 장편소설로 1952년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흔히 ‘마사 퀘스트' 시리즈라 불리는 [폭력의 아이들(Children of Violence)] 시리즈의 첫 권이다. 『마사 퀘스트』에 이어 약 20년에 동안 출간한 <어울리는 결혼(A Proper Marriage)>(1954), <폭풍의 여파(A Ripple from the Storm)>(1958), <육지에 갇혀서(Landlocked)>(1965), <네 개의 문이 있는 도시(The Four-Gated City)>(1969) 등 [폭력의 아이들] 시리즈는 도리스 레싱이 자신의 소설적 역량을 모두 쏟아부어 완성한 걸작으로 꼽힌다.
  장편소설 『마사 퀘스트』는 주인공 소녀 마사 퀘스트가 결혼으로 막을 내리는 사춘기 시절을 거치면서 느끼는 불만과 불안, 그리고 더 큰 세상을 향한 갈망과 좌절을 그려낸 작품이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결국 인습과 전통에 지배당하는 자신과 거기서 벗어나려는 자신 사이를 오가면서 점차 성장해 가는 한 여성, 한 인간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레싱은 인종주의, 반전(反戰), 성(性) 대결, 결혼제도와 모성 신화, 계급사회, 공산주의 대 자본주의 등 20세기 사회, 정치, 문화의 광범위하고 첨예한 주제들을 문학적으로 가장 잘 형상화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레싱은 사회 참여도 활발하여 1952년 영국 공산당에 입당해 반핵 시위에 앞장섰고, 1956년 소련의 헝가리 침공을 비판하며 탈당한 뒤로도 남아프리카의 아파르트헤이트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반인종주의운동을 이어갔다.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11번째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으며, 당시 88세로 역대 수상자 중 최고령의 기록을 세웠다.

영국 소설가 도리스 레싱 (Doris May Lessing, 1919~2013)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스페인 내란이 일어나던 1930년대의 아프리카의 어느 영국 식민지국이 배경이다. 마사 퀘스트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농장을 하는 영국인 부모와 사는 열다섯 살 소녀이다. 그녀는 활기차고 열정적이며, 경험과 지식에 항상 목말라한다. 그러나 자신이 사는 외진 마을뿐 아니라 위선적이고 무능한 부모까지 모든 것이 불만스럽고, 판에 박힌 생활이 지겹다.
 마사의 유일한 도피처는 이웃에 사는 유대인 소년이 빌려주는 책이다. 책을 통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를 꿈꾸기 시작하던 그녀는 결국 이웃 도시로 나가서 작은 법률사무소에 타이피스트로 취직한다. 그녀에게는 큰 세상인 이 도시에서, 경험하고 싶어 하고 알고 싶어 했던 진정한 삶과 마주하기를 고대한다. 엄마의 지인의 아들 앤더슨이 이끌어주는 대로 스포츠클럽에 들어가 춤과 술로 유흥생활을 즐기면서도 권태롭다는 것을 일찍 깨닫는다. 그러면서도 옷차림에 신경을 쓰고 남자 앞에서 귀여운 태도를 보이는 자기모순에 빠진다. 달콤한 향락에 대해 혐오와 동경 사이에서 소녀는 고민한다.
 스포츠클럽 사람들이 유대인을 멀리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으로 마사는 유대인 아돌프와 사귀게 되고 성관계도 갖게 되지만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스포츠클럽 사람들이 개입하여 아돌프에게서 벗어난 것에 미안하기도 감사하기도 하다. 화가 나서 퉁퉁 부어 시뻘건 목 뒤가 옷깃 위로 비어져 나온 그가 야비하고 추해 보였다. 그녀는 생각했다. ‘지금이라면 나를 해방할 수도 있어. 그와 꼭 결혼할 필요는 없어.’ 그러나 동시에 자기가 어쩔 수 없이 그와 결혼하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원하든 말든 그녀는 결혼을 향해 끌려가고 있었다. 그녀는 또한 마음속에서 이 남자와 결혼한 상태로 계속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용히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말이 통하는 것 같은 남자와 결혼도 순간적인 감정의 폭발로 결정하고는 계속 갈등하다가 이끌리는 대로 결혼하게 된다.
 사춘기 시절의 가치관이 정립되기 이전의 마사 생각의 경로는 불안했다. 마사는 책에서 지성을 쌓고 남들과는 인종 문제나 전쟁을 다르게 생각하고, 스스로 세상과 자신에 대해 반문하고 고뇌하며, 전통과 인습에서 벗어나 부모로부터 남자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도 시대의 산물에서 벗어나지는 못한다. 아직 미성숙한 어린 소녀는 인습에 지배당하는 자신과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자기 사이에서 계속하여 갈등한다.
 부모와 농장과 어린 시절의 구속에서 벗어나려고 도착한 도시는, 아프리카라는 대륙과 마찬가지로 거칠고 광대하지만 뚜렷한 한계가 그어져 있는 곳이다. 또한, 표면적으로는 민주주의로 보이나 인종적 긴장감과 적대감이 짙게 깔려 있다. 마사는 공산주의 모임에 나가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는데, 새로이 맛본 자유는 그녀에게 충격과 혼란만을 줄 뿐이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서도 모순을 발견한 마사는 마침내 작가가 되기로 한다.
 소설은 마사가 결혼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결혼한 상태로 오래 있지 않을 것’이라는 속삭임이 들려온다.

 

 

19세기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영국, 프랑스 등 서구 제국이 점령한 아프리카 영토 현황


 5부작 [폭력의 아이들]에서 1부에 해당하는 「마사 퀘스트」 는 주인공 마사 퀘스트가 십 대라 할 수 있는 십 대 후반 시절에 경험하는 일들의 성장 기록이다. 사회생활도, 몇몇 남성들과의 육체관계도, 끝에는 결혼까지도 경험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어린 아이다. 자아 과잉의 공상에 곧잘 빠지고,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가에 신경을 쓰며, 별다른 노력 없이 대가를 바라고, 무기력해질 때는 부모와 남자에게 기댄다. 그러나 그녀는 책을 읽어 지성을 쌓고, 좋은 멘토이자 친구를 만나 자극을 받으며, 경험의 시행착오 반복으로 자아실현의 길을 찾고 그것을 통해 세상에 대한 책무를 다하고자 한다. 그녀가 남다를 수 있는 것은 끊임없이 세상과 자신에 반문하고 회의하며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관습적이고 타성적인 것에 반기를 들고, 가식과 허영, 인간차별을 경계하며, 자아보다는 타자를 위하고자 가려는 길, 그것이야말로 그녀가 성인이 되어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식민지 아프리카의 영국 여성이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도리스 레싱의 체험이 다분히 녹아들어 있는 자전적 소설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도리스 레싱이 “회의와 열정, 환상의 힘을 통해 분열된 현대 문명 세계를 응시하고 여성의 삶 체험을 통해 풀어낸 서사시인”이라며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를 밝혔으며, 특히 『마사 퀘스트』는 “‘해방된 여성’의 심리와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레싱은 이 소설을 통해 구세대와 신세대, 지배 세력과 피지배 세력 간의 불화의 세기인 20세기가 키워 낸 세대가 겪어야 했던 성장통과 그들이 발견한 새로운 세계를 그리고 있다.


 『마사 퀘스트』는 도리스 레싱이 1952년에 발표한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이 책은 흔히 '마사 퀘스트' 시리즈라고 불리는 [폭력의 아이들(Children of Violence)] 시리즈의 첫 권이다. 도리스 레싱은 언제나 작품 속에서 인종 문제, 공산주의, 여성 문제 등을 다루는데, 기존 제도의 비판 세력으로 나타난 이런 사상에 대해서도 모순과 단점을 발견하여 날카로운 시선으로 관찰하고 있다. 즉, 낡은 것을 대체하기 위해 생겨난 새로운 사상과 가치라 해도 레싱은 낡은 것에 가했던 비판의 눈을 그대로 적용한다.
 그러므로 그녀 작품 속의 주인공들은 낡은 껍데기를 깨고 새로운 세상을 접하면서도 그 속에서 새로이 환멸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레싱의 작품에는 한 인간이 성장해 나가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그와 더불어 끊임없이 실패와 환멸을 겪는 모습이 펼쳐진다. 『마사 퀘스트』 역시 주인공 소녀 마사 퀘스트가 결혼으로 막을 내리는 사춘기 시절을 거치면서 느끼는 불만과 불안, 그리고 더 큰 세상을 향한 갈망과 좌절을 포착해 낸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결국 인습과 전통에 지배당하는 자신과 거기서 벗어나려는 자신 사이를 오가면서 점차 성장해 가는 한 여성, 한 인간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