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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A. 지드 장편소설 『배덕자(背德者.L'Immoraliste)』

by 언덕에서 2023. 1. 19.

 

A. 지드 장편소설 『배덕자(背德者.L'Immoraliste)』

 

 

프랑스 작가 앙드레 지드(Andre Gide. 1869∼1951)의 장편소설로 1902년에 출판되었다. 1893년의 아프리카 여행에서 모티브를 얻은 자전적 작품으로 <지상의 양식(糧食)>(1897)과 같은 계열이다. 생명의 충일함을 누릴 것을 권하는 <지상의 양식>에 뒤이은 작품으로, 자아주의(egotisme)를 실천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마는 한 남자를 그리고 있다.

 젊은 고고학자 미셸은 책과 폐허 밖에는 인생을 몰랐으나, 신혼여행차 아프리카로 건너가 폐병으로 생사 지경을 방황한 후로는 생명의 가치를 깨닫는다. 이후 그는 기성의 도덕ㆍ제도ㆍ관습에 대하여 불만을 품고, 해방과 반항의 투쟁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 결과로 얻은 자유는 막연하기 짝이 없는 자유였다. 사회적, 성적 합치를 극복하려는 파리의 한 젊은이를 그린 『배덕자』는 오늘날까지도 근거 없는 문화적 교만과 자기만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20세기 불안의 문학의 선구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지드는 1947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프랑스 작가 앙드레 지드(Andre Gide. 1869-1951)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미셸은 청교도적인 성품의 젊은 학자로, 아버지의 대를 이어 고고학의 세계에 빠져든다. 그러나 그것은 냉철한 학자의 자세라기보다는 호사가의 취미로서 나타난다. 미셸은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의 희망이라는 이유만으로 결혼하였다. 좋은 조건의 결혼을 하고 아내 마르슬랜과 북아프리카 사막지대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도중에 결핵으로 사경을 헤매다가 아내의 간호로 건강을 회복하는데, 이때 비로소 느끼게 된 생명에 대한 환희와 감각의 힘에 이끌려 이제까지의 관습·학문·생각들과 결별한다. 그의 회복은 거의 종교적 각성일 뿐이다.

 자신을 간호하느라 결핵에 걸린 아내를 위하여 다시 북아프리카로 가지만, 그것은 명목일 뿐 정작 자신은 아프리카의 생기 넘치는 자연과 인간들 속에서 절대 자유를 탐닉한다. 갑자기 고양된 인식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경험하면서 그는 주변의 아랍인 젊은이들에게 성적으로 끌리게 된다. 관능에 빠진 그는 사회적 도덕과 부르주아 사회의 겉치레, 즉 교육, 교회, 문화 등이 자신을 진정한 자아로부터 격리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진정한 자아와 쾌락만을 좇는 그의 이기심은 현실은 물론 아내까지 방치한다. 아내가 병으로 쓰러지자 그는 오직 자신의 거부할 수 없는 욕망만을 채우기 위해 그녀에게 남부로 가라고 한다. 과격한 자유는 그를 원시적인 노예로 만들고 만다. 결국, 아내를 혼자 죽게 버려둠으로써 그는 배덕자가 되지만, 자아에 대하여 충실하고 질곡으로 작용하는 기성 관념에 배반하는 철저한 이기주의자의 풍모를 이룩함으로써 그의 배덕은 완성된다.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의 문화와 예절, 도덕 관념을 거부함으로써 심오한 진리를 찾으려는 미셸의 행위는 결국 혼란과 상실로 끝난다.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기 위해 그는 타인에게 고통을 준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미셸의 탈선만큼이나 위선적인 사회의 압제적 굴레에 대해서도 똑같은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북아프리카 사막지대

 

 「배덕자」는 지드의 첫 번째 소설이자 자전적 요소로 가득한 심리소설의 걸작이다. 비도덕적이고 파격적인 내용 탓에 출간 당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대중으로부터 외면받기도 했다. 알제리를 여행하며 동성애에 끌린 앙드레 지드는, 아내 마들렌처럼 순결한 여자에게는 성적인 욕망이 없을 것이라 단정하고 부부 관계를 갖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지드의 아내 마들렌은 평생 처녀로 살다 죽었다고 전해지는데, 「배덕자」의 마르슬린에게서 마들렌의 모습이, 그리고 미셸에게서는 그 시절 지드 자신의 방황과 고뇌가 잘 드러난다. 주인공 미셸의 고백을 따라 진행되는 이 비극적인 이야기를 통해 지드는 종교와 도덕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와 욕망을, 자기 자신을 비판한다. 고백을 듣는 독자들 역시 인간 내면에 깊숙이 자리한 배덕, 그 불편한 진실을 들여다보고 성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 본래의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팽개친 주인공 미셸은 자연과 자유를 찬양하며 자신에게 구속이 되는 아내로부터 해방된 것처럼 살지만, 막상 아내가 죽고 바라던 자유를 얻게 되자 그것이 진정한 자유가 아니었음을 깨닫고 절망한다.

 이 이야기에는 작자 자신의 체험이 많이 섞여 있지만, 작자와 주인공 미셸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1893년 북아프리카에 여행했을 때의 경험으로, 작자의 마음속에 생긴 하나의 경향에 육체를 부여하고, 이를 상상적인 가능의 세계로 내몰아, 하나의 심리적 실험을 꾀한 것이다.

 작가 자신이 소설보다는 '이야기'(recit)로 분류한 이 작품은 발표 당시에는 혹평을 받았지만, 자신에 대한 분명한 의식과 성실성을 찬양한 점에서 전후의 젊은 세대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고전적 구성·문체 속에 치열한 자아 탐구의 도정을 담은 비극이다. 1947년 그의 모든 작품에 대해 [노벨문학상]이 수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