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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김동인 단편소설 『약한 자의 슬픔』

by 언덕에서 2023. 2. 13.

 

김동인 단편소설 『약한 자의 슬픔』

 

 

김동인(金東仁. 1900∼1951)의 처녀작 단편소설로 1919년 [창조]지 창간호에 게재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실주의, 최초의 순수단편소설이란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연약한 봉건적 여성이 겪는 비애와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주제로 한다. 이광수의 설교조 계몽주의 문학의 경향에서 벗어나 근대적인 소설의 형식과 구성을 갖춤으로써 소설 자체의 완결된 미학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소설의 구조적 시점 확보를 통한 새로운 문학 양식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한국 문학사상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김동인은 일본 메이지학원 중학부를 거쳐 카와바타(川端畵塾) 미술학교에서 화가가 되고자 미술 수업을 했다. 1919년 2월 전영택, 주요한 등과 요코하마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문예지 [창조]를 자비로 출간, 여기에 우리말 처녀작 「약한 자의 슬픔」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귀국 후 출판법 위반 혐의로 4개월간 투옥되었다. 출옥 후 그는 <목숨>(1921) <배따라기>(1921) <감자>(1925) <광염(狂炎) 소나타>(1929) 등의 단편소설을 통하여 간결하고 현대적인 문체로 문장혁신에 공헌하였다. 당시 대세였던 이광수의 계몽주의적 경향에 맞서 사실주의적 수법을 사용하였으며, 1925년대 유행하던 신경향파 및 프로문학에 맞서 예술지상주의를 표방하고 순수문학 운동을 벌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일찍이 부모를 잃고 가난한 고아로 자란 강 엘리자벳은 K 남작의 집에 가정교사로 입주하여 지낸다. 친구 S의 외사촌 오빠로 H 의숙(義塾)에 다니는 이환을 짝사랑하지만, 용기가 없어 길에서 만나도 표현하지 못한다. 어느 날 밤, 엘리자베스는 K 남작에게 겁탈을 당하고 임신을 하게 된다.

 엘리자벳은 임신한 사실을 K 남작에게 알리지만, K 남작은 이 사실을 시큰둥하게 받아들인다. 게다가 구실을 붙여 임신 중인 그녀를 내쫓아버린다. 갈 곳이 없는 그녀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오촌 고모의 집으로 내려간다. 엘리자벳은 K 남작을 상대로 정조 유린 등을 사유로 한 소송을 제기한다. 그러나 K 남작 측 변호사의 언변에 몰려 변호사를 대지 못한 그녀는 패소하고 만다.

 이 패소로 인한 심리적 타격으로 낙태를 하게 된 그녀는 사랑과 미움이 교차한 감정을 품고 몸 밖으로 나온 아이를 안는다. 엘리자벳은 약한 자로서의 '표본 생활 20년'을 돌이켜보며 잠이 든다. 다음 날 아침에 잠에서 깬 엘리자벳은 차디찬 아이의 몸에서 따스한 정을 느끼면서 '사랑이란 이런 것이로구나'하고 깨닫게 된다.

 엘리자벳은 "그렇다! 내 앞길의 기초는 이 사랑!"이라고 하며 이불을 박차고 벌떡 일어나 앉는다. 앞으로 '약함'을 가진 자가 아니라 '강함'을 가진 자로 살 것을 결심한 그녀는 '강함'은 참사랑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약한 자의 슬픔』은 1919년 [창조] 창간호에 발표된 리얼리즘 수법의 최초 단편으로, 이광수의 설교조 계몽주의 작품 경향에서 벗어난, 소설 자체의 완결된 미학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즉, 근대적인 소설의 형식과 구성을 지니고 있으며, 문학 자체의 존재 영역을 확보한 작품이다.

 김동인 소설의 표현상의 특징으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문장이 간략하다. 군더더기의 수사나 화려한 문체가 보이지 않는다.

 둘째, 구성이 평면적이다. 이는 주로 그의 소설이 단편에 보다 강점을 지니는 이유가 된다.

 셋째, 충격적인 수사의 내용이다. 당대의 문장으로 보면, 참신성과 독창성을 지닌 부분이다.

 김동인을 직선적인 작가라고 한 이도 있는데, 이 말은 김동인의 정신적, 문학적 기질과 결부된 것이지만, 표현상의 조건만 가지고 말할 때에는 문장의 간략성과 구성의 평면성을 의미한다. 김동인 이전의 한국 근대 소설들은 특정의 심리 묘사나 성격 창조가 미약하고 객관적 서술 시점이 확보되지 않아 작품 전개에 작가가 끼어드는 바람에 작품의 미학을 해쳤다. 이 작품은 소설의 구조적 시점 확보를 통한 새로운 문학 양식을 창출하였기 때문에 한국 문학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김동인으로 인해 한국의 현대 문학은 새로운 전기적 요소가 형성되어 한층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할 수 있었다.

 

 

 현실의 삶은 힘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며 일반적인 인간은 굴복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마음속의 ‘약함’을 버리고 자신의 삶을 사랑이라는 ‘강함’을 통해 아름답게 꾸미면 그 어떤 자의 삶이라도 가치 있게 된다. 현실의 삶은 힘의 지배를 받아 일반적인 인간은 거기에 굴복하게 마련이다.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엘리자벳의 깨달음과 같이, 마음속의 '약함'을 버리고 자신의 삶을 사랑이라는 '강함'을 통해 아름답게 꾸민다면 누구의 삶이라도 가치 있게 된다는 사실이다.

 김동인은 작품을 통해 시종일관 리얼리스트로서의 자연주의 문학세계를 추구했고, 특히 문체에 있어서도 사실적 필치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광염 소나타> <광화사> 같은 작품에서 유미적인 예술지상주의 경향을 보였고, 그의 자연주의관이 서구의 자연주의 개념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지만 사실적 문장과 작품세계는 확고했다. 특히 단편의 경우, 종래의 설교적ㆍ설화적 형식을 무너뜨리고 단일한 구성에 의한 본격적인 단편소설의 형식을 정립했다.

 김동인은 문학에 대한 확고한 독자적 인식 위에서 나름대로 이론적 배경을 가지고 창작을 시작한 최초의 작가였다. 문학을 통한 민족계몽이나 문학의 통속화에 반기를 들고 발표했던 이 소설은 작품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그의 의욕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나 뒤이어 발표한 <배따라기>는 한국 문학사 최초의 근대적 성격의 단편소설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