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현대소설

김동인 단편소설 『광염 소나타』

by 언덕에서 2022. 12. 15.

 

김동인 단편소설 『광염 소나타』

 

 

김동인(金東仁, 1900∼1951)의 단편소설로 1930년 [삼천리(三千里)] 지에 발표되었다. <광화사>와 더불어 탐미주의적인 작가의 경향이 심화한 작품이다. 김동인은 일본으로 건너가 중학을 마치고 미술 공부를 하다가 방향을 바꿔 본격적인 문학 공부를 했다. 1919년 2월 전 재산을 털어 주요한, 전영택, 김환 등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순문예 동인지 [창조]를 발간했다. [창조]는 그 시대 구체적 문예 운동의 장으로서 순문학 원동의 최초의 깃발이었다. 여기에 우리말로 쓴 첫 작품 <약한 자의 슬픔>을 발표했다.

 김동인은 우리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로서 근대 단편 소설의 개척자이다. 구어체 문장을 확립했으며, 전 시대의 계몽문학을 거부하고 자연주의 문학을 시도했다. 단편, 역사소설, 평론, 수필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을 했다. 그의 작품에서는 자연주의, 탐미주의, 민족주의, 낭만주의 등 여러 경향이 나타난다. 이러한 경향은 작품에 따라 엄격히 구분되기도 하지만 같은 작품 속에서도 상반되는 요소들이 공존하는 경우도 있다. 그의 평론은 개성 있는 문체와 감각으로 이채를 띤 작품론과 작가론을 다루고 있다. 김동인은 예술 지상주의 작가로 알려질 만큼 미에 대한 관심이 많아, “미도 미고, 미의 반대 것도 미며, 사랑도 미, 미움도 미, 선도 미, 악도 미”라고 했다. 그는 삶의 현실과 윤리적 관점에 위배됨에 좌우되지 않고 미를 예술적 최고의 가치로 내세웠다.

 

 

소설가 김동인 ( 金東仁 , 1900 - 1951)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나는 사회 교화자 K 씨에게 정신병원에 있는 백성수의 이야기를 하며 예술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광기 어린 음악가였던 백성수의 아버지 친구인 나는 어느 날 교회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불나는 것을 목격하게 되고 방화범으로 보이는 한 젊은이가 교회 피아노에 앉아 야성적 음향으로 곡을 치는 것을 듣고 천재적인 음악성에 놀라게 된다. 광기 어렸던 음악가 친구의 아들임을 알게 되어 집으로 데려와 광염 쏘나타의 악보를 만들고 백성수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머니의 정성스러운 돌봄으로 광기를 감추고 정상적으로 지내다 어머니가 아프게 되어 가세가 기울게 된다. 어머니가 중태에 빠진 어느 날 의사를 부를 돈이 없어 가겟방의 돈을 훔치다 주인에게 걸려 사정을 했지만, 감옥으로 가게 되고, 어머니는 감옥에 있는 동안 돌아가시어 묻힌 곳도 모르게 된다. 묘를 찾다가 교회로 뛰어든 것이다. 나는 여기까지 말을 하고 K 씨를 집으로 데려와 백성수의 편지를 보여 준다. 앙갚음으로 가겟방에 불을 놓고 그것을 본 백성수는 야성적 음악성이 살아나고 그 후 작곡이 안 될 때는 자극을 받기 위해 불을 놓게 되고 불이 자극을 못 주자 시체를 던져 온몸이 터지게 하거나 죽은 여인의 시체를 강간하고 살인을 하게 된다. 광기를 불러일으키는 자극을 받아야 불후의 명곡이 나온 것이다.

 예술가로서 난 예술을 위한 행위는 죄악이 아니라고 K 씨에게 말한다.

 

 

 김동인이 유미주의에 관심을 기울여 그 세계를 소설화한 작품은 이 <광염 소나타>와 <광화사>가 대표적이다. <배따라기>도 같은 계열에 들지만 약간 성격을 달리한다. 두 작품 모두 예술 세계를 소재로 한 것으로 하나는 음악가, 하나는 화가의 삶을 다루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 추구한 음악의 세계는 '광기'라고 하는 예술적 정열에 있다. 김동인이 추구한 미(美)는 조화와 선(善)과는 거리가 먼, 일상성에서 크게 벗어난 일탈미와 관련이 있다.

 과히 악마주의적이라고 할 만큼 그로테스크한 세계를 보여 주는데, 김동인이 규정한 미는, 반이성주의, 반규범, 반도덕적인 성격을 지닌 것으로 방탕과 파괴, 음습함, 기괴함 따위의 부조화된 광기의 속성을 지닌다. 실제로 김동인은 한때 유미주의에 취해 생활 자체를 유미주의적으로 실천하기도 했다. 그것은 방탕이었는데, 이 파괴적 삶은 그가 유미주의의 본질을 그렇게 이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유미주의 소설은 이런 형태에 대한 찬사로 일관되어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백성수는 천재로 그려졌다. 유미주의자는 섬세하고 특이한 미의 발현자인 이상, 천재로 그려진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 천재성은 범상(凡常)에 적응할 수 없고, 더욱더 높은 차원의 예술을 지향한다. 백성수는 신이(神異)한 존재로 설정된다. 그는 기존의 음악 양식을 거부한다. 각고 끝에 작곡한 작품은 참답고 힘 있는 음악이 못 되었다. 즉흥적이고 선이 굵으며, 야성으로 넘친 음악만이 참된 예술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다른 삶의 조건은 파괴되어도 좋다는 견해다.

 완벽을 지향하는 예술가의 자유가 주인공 백성수로 하여금 마침내 살인까지도 감행케 한다. 신의 창조물 중에서도 인간은 가장 고귀하다고 일컬어진다. 그러나 작가에겐 그 인간이 ‘변변치 않은 사람개’로밖에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때 작가는 인간보다도 그 인간의 존엄성을 원천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신을 부정하고 유린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