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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희곡

알퐁스 도데 희곡 『아를의 여인(L' Arlesienne)』

by 언덕에서 2022. 11. 2.

 

알퐁스 도데 희곡 『아를의 여인(L' Arlesienne)』

 

 

프랑스 작가 A.도데(Alphonse Daudet. 1840∼1897)의 희곡으로 3막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872년에 발표되었다. 1869년 발간한 단편집 <풍차 방앗간 편지> 속에 들어 있는 동명의 콩트를 작자 자신이 각색하고, 비제가 곡을 달아 연극 무대에 올려졌다. 1872년 파리의 보드빌 극장에서 G. 비제의 음악을 붙여 초연되었는데 관객들의 평이 좋았다. 비제가 음악을 붙여 구원해 주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덜 알려졌으리라는 것이 중평이다.

 이 작품은 창의성은 다소 부족하나 남프랑스의 풍토 등 세부묘사가 뛰어나다. 프레데리의 비련을 중심으로 하는 스토리에 남편이 죽은 뒤 아들만을 삶의 보람으로 여기는 여인, 옛사랑을 잊지 못하는 늙은 양치기, 프레데리의 백치 동생들이 등장하는 지방색 풍부한 희곡이다.

 <풍차 방앗간 편지>는 작가가 고향 남프랑스 지방의 인물, 풍토를 추억에 의하여 작품화한 것들이다. 이 가운데 특히 남프랑스의 순진한 청년 프레데리의 비련을 그린 「아를의 여인」은 후에 3막의 연극으로도 상연되었으며, 오페라 작곡가 비제가 아름다운 곡을 붙임으로써 더욱 유명해졌다. 여기에 나오는 ‘풍차 방앗간’은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주의 아를시에서 약 8㎞ 거리에 있는 한적한 교외의 언덕 위에 있다. 파리에 살았던 도데는 때때로 이곳에 와서 남부 프랑스 특유의 아름다운 풍물에 접했기에 작품의 배경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단편집 <풍차 방앗간 편지>에는 <별>, <퀴퀴냥 주임 신부>, <스강 씨네 염소>, <두 노인> 등의 주옥같은 단편들이 실려 있다. 도데는 1870년 보·불 전쟁에 자원 종군, 그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단편집 <월요 이야기>를 3년 뒤에 출판했다. 이 단편집 안에는 어린이의 마음에 비친 패전국의 비애와 애국심을 묘사한, 유명한 단편 소설 <마지막 수업>이 들어 있다.

 

고흐 작 <아를의 여인>, 1888년 작품. 도데의 희곡과 전혀 관계없는 동명의 그림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 속에서 자란 남프랑스 농가의 청년 프레데리는 프랑스 남부 도시 아를의 투우장에서 가까운 도시에 사는 자유분방한 여인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사실, 프레데리도 상당한 미남에다 차분한 성격, 훌륭한 인성으로 동네 처녀들의 흠모를 한 몸에 받는 청년이다. 그러나 프레데리는 그녀에게 이미 몇 명의 애인이 있는 것을 알게 되어 절망한다. 그는 그날 이후 지독한 상사병을 앓는다.

 그러나 보수적인 집안 어른들은 여인의 과거가 불순하다는 이유로 둘의 결합에 반대한다. 가끔 ‘그 여인과 결혼할 수 없다면 죽어버리겠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자 그 결혼을 반대하던 부모님도 혹시나 프레데리가 나쁜 선택이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 결혼을 허락한다. 하지만, 이내 여인의 복잡한 과거가 드러난다. 아들을 끔찍이도 사랑하고 걱정하는 부모는 그 여인과 결혼해도 괜찮다고 하지만, 고민에 빠진 프레데리는 단념하겠다고 말한다. 프레데리는 그를 사모하는 소꿉친구 비베트와 약혼한다.

 이후 약혼녀 비베트와 어머니의 노력으로 프레데리의 상태가 많이 좋아진 듯 보인다. 그런데도, 비베트와의 결혼식이 끝난 깊은 밤, 프레데리는 자택 2층에서 투신자살한다. 그의 부모는 평생 아들을 그리워하며 슬픔에 빠져 살게 된다.

 

작곡가 조르주 비제(1838~1875)

 

 '아를'은 프로방스! 프랑스의 남동부 일대, 즉 론강 하류에서 알프스산맥에 이르는 지방을 일컫는 명칭이다. 농가의 아들 프레데리는 양친의 마음에 든 처녀 비베트의 사랑을 거부하고 요염한 아를의 여인(극 중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에 구혼한다.

 그러나 아를의 여인은 사실은 다른 남자의 여자였다. 프레데리는 절망한 나머지 집을 나와 목장에 살면서 고집스럽게 비베트를 피하고 그녀의 위로를 마다한다. 이를 불쌍히 여긴 프레데리의 어머니는 부득이 아를의 여인을 며느리로 맞으려고 하는데 아들은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하여 비베트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그러나 아를의 여인에 대한 사랑을 참을 수 없어 어머니의 눈앞에서 탑에서 뛰어내려 자살한다.

 

 

  이 희곡과 함께 관현악곡 ‘아를의 여인’ 또한 유명하다.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비제의 부수음악(附隨音樂)은 관현악곡이다. 이 음악은 알퐁스 도데의 희곡 「아를의 여인」을 각본으로 하여 만든 곡으로 1872년 10월 파리의 보드빌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전체 27곡 중 4곡을 골라 제1 모음곡을 만들었으며 비제가 죽은 뒤 그의 친구에 의해 제2 모음곡이 나왔다.

 도데의 희곡은 발표된 바로 그 해인 1872년에 비제의 부수음악을 곁들여 상연되었다. 비제는 당시 창작력의 절정기에 있었다. 연극은 21회에 걸쳐 공연된 뒤 그대로 묻혀 버렸고, 자신의 작품이 지닌 진가를 알고 있었던 비제는 곧장 27곡에 달하는 원곡에서 일부를 추려내 편집했다. 이후 비제는 합창과 소규모의 극장 오케스트라용이었던 원래의 편성을 대규모의 정규 관현악용으로 고쳐 네 곡으로 이루어진 모음곡으로 개작했다. 이리하여 탄생한 '아를의 여인 [1모음곡]과 [2모음곡]'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