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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희곡

버나드 쇼 희곡 『피그멜리온(Pygmalion)』

by 언덕에서 2021. 3. 11.

 

버나드 쇼 희곡 『피그멜리온(Pygmalion)』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1856∼1950)의 5막 희곡으로 1913년 발표되었다. 셰익스피어 이후 가장 위대한 극작가로 불리는  조지 버나드 쇼의 대표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1914년 초연되었는데 주인공 헨리는 음성학자 헨리 스위트를 모델로 하였다고 쇼 자신이 서문에 썼다. 또한, 이 극은 유명한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의 원작이다.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의 전설적인 인물로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제10권)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의 왕으로 키프로스 섬의 여인들은 나그네들을 박대하여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아서 나그네들에게 몸을 팔게 되었다. 그때문에 피그말리온은 여인들의 이런 방탕하고 문란한 것에 탄식하며 독신으로 살았다. 그는 상아로 아름다운 여인을 조각으로 만들어 그녀와 언제나 함께 생활했다. 그는 이 조각상에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이고 마치 자신의 진짜 연인인듯 여기고 옷도 갈아입히고 몰래 입맞춤도 하면서 혼자 탄식하곤 했다. 그러던 중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 축제날이 다가왔다. 피그말리온은 축제에서 자신 몫의 제물을 바치면서 집에 있는 조각상이 진짜 여자로 변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그가 집에 돌아왔을 때 아프로디테가 보낸 에로스가 예의 조각상 손에 입을 맞추자 그것은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하였다. 이 때 갈라테이아의 손에 반지가 하나 생겨났는데, 이는 두 사람의 사랑이 영원토록 지속될 것임을 나타내는 에로스의 반지였다. 아프로디테가 피그말리온의 사랑에 감동해 소원을 들어준 것이다. 이는 '피그말리온 효과'라 하여 타인의 믿음이나 기대, 예측이 그 대상에게 그대로 실현되는 경향을 가르키는 용어로 재탄생했다. 

 

1914년 미국 '에브리바디즈매거진'에 실린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 최초본. 브라운대학 소장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배경은 20C초반의 영국. 일라이자는 꽃집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가진 거리의 꽃 파는 소녀이다. 어느 비 오는 날, 그녀는 런던 거리에서 사람들의 말을 받아 적는 히긴스 교수를 만나게 된다. 그는 한마디만 듣고도 말한 사람이 어디 출신인지 알아맞히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음성학자이다. 중년에다 독신인 음성학자 헨리 허긴스는 꽃 파는 소녀 일라이자의 심한 사투리를 3개월 이내에 고쳐서 후작 부인으로 행세시킬 수 있다고 장담한다.

 일라이자는 다음 날 히긴스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가 꽂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상류층의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다. 그에 히긴스 교수는 마침 그와 함께 있던 피커링 대령과 내기를 벌이게 된다. 바로 6개월 안에 그녀를 누구보다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공작 부인과 같은 기품을 갖춘 여인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일라이자는 히긴스 교수의 가르침으로 점점 상류 사회에 걸맞은 모습을 갖추어 가고, 그녀를 둘러싼 세상은 완전히 변모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날 밤 학문적 실험의 성공에 도취한 헨리 허긴스 교수가 자기에게 전혀 무관심한 것에 화가 난 일라이자는 집을 나간다. 이튿날, 헨리가 그녀를 쫓아왔으나 결국 자기를 여자로서 생각해주는 것이 아님을 알고 헨리를 떠나간다. 극은 여기서 끝나는데, 후기에 의하면, 그녀는 젊은 숭배자 프레디와 결혼한다.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 My Fair Lady> , 1964 제작

 

 이 작품 속에서 피그멜리온에 대응하는 인물은 음성학 교수인 헨리 허긴스이고, 가르티어는 런던 변두리에 사는 가난한 꽃 파는 아가씨 일라이자로 등장한다. 허긴스는 친구인 언어학자 피가링그에게 일라이자처럼 표준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무지한 아가씨도 교육하면 훌륭한 숙녀로 변모시킬 수 있다고 장담한다. 그는 이때부터 그녀에게 정확한 발음법과 화술, 예의범절을 가르쳐서 6개월 후에는 공작부인처럼 꾸며서 사교계에 진출시킨다. 그러나 그리스 신화에서처럼 이 둘이 결혼하게 되지는 않는다. 허긴스가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일라이자를 단지 자신의 실험 결과로밖에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일라이자는 교육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한 대로 행동할 수 있는 지성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한 인격체로 대해주지 않는 허긴스를 거부하고 지성적이지는 않지만, 자신을 마음 깊이 사랑해 주는 프레디와 결혼한다.

  1964년 조지 쿠커 감독은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을 원작으로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를 만들어 공전의 인기를 얻었다. 거리의 아가씨가 품위 있는 숙녀로 거듭나는 또 하나의 신데렐라 스토리다. 스크린의 영원한 요정, 오드리 헵번이 주인공 일라이자 두리틀 역으로 너무나 반짝였던 이 영화는 브로드웨이에서 7년 동안 롱런한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겨 1965년 아카데미에서 의상상을 포함하여 8개 부문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희곡은 빈민가의 소녀가 교육을 받아 상류층으로 진입하고, 삶이 통째로 뒤바뀌어 버리는 것을 통해 신분 제도의 허위와 영국 사회의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한 작품이다. 더불어 쇼는 이 이야기를 통해 영국의 언어, 교육, 빈부 격차, 성별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본격적으로 극화했다. 버나드 쇼는 이 작품으로 1925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버나드 쇼의 특징 중 하나는 정교한 문장의 긴 서문을 붙여 작품의 의도를 명확히 밝힌 데 있다.  피그말리온의 서문에서는, “영국인은 모국어를 전혀 소중하게 다루지 않는다. 이러한 상태를 개혁하는 데에는 대단한 정열가가 필요하다. 따라서 그러한 인물을 이 연극의 주인공으로 했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 ‘후편’으로 이름 붙인 ‘뒷말’에서는, “여자가 결혼을 결정하는 데는 나이와 수입이 영향을 미친다. 만약, 현 상황에서 장래성이 보이지 않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없다면 결혼할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일라이자의 나이에 그녀 정도의 미모를 갖추고 있다면 그러한 압력은 느끼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여 일라이자의 상황을 여성 일반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게 했다.

  이 작품은 상류사회의 전형적 인물인 허긴스와 가난하고 보잘것없지만, 교육을 통해 새로운 인격체로 성장하게 된 일라이자와의 관계를 통해 상류사회의 이기적이고 비인간적인 속성에 대해 비판을 가한 희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