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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이광수 장편소설 『흙』

by 언덕에서 2022. 10. 25.

 

이광수 장편소설 『흙』

 

 

이광수(李光洙. 1892∼1950)의 장편소설로 농촌 계몽 의식을 강조하는 농민소설이다. 1932년 ☞'브나로드운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1932년 4월 12일부터 1933년 7월 10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한 장편 농촌 계몽 소설이다. 당시 이광수는 [동아일보] 편집국장이었다. 1953년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단행본으로 간행하였다.

 이 소설의 모델은 당시 신의주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독립운동가 채수반(蔡洙般)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성행된 농촌 계몽 운동을 취재하여 학생 계몽 운동이 ‘민족주의파’의 주요 활동 형태, 방법이었고 그것을 주제로 쓴 것이다. 이 작품은 이광수의 장편 <무정>, <사랑>과 더불어 작가의 인도주의 경향이 짙은 대표작이다. 

 이 소설은 개화기 소설이 지닌 문어체에서 벗어나 한글 전용의 구어체 소설 문학을 확립했다는 데 커다란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 개화기 소설이 대부분 문어체와 서술체를 통한 설명적인 문장으로 일관된 데 비해 이 작품은 산문적, 묘사적인 문체를 사용함으로써 사실적이며 현장감을 살려내는 데 성공하였다.

 

영화 [흙], 1978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보성전문 법과 학생 ‘허숭’은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고향인 ‘살여울’에 돌아가 야학을 열고 아낙네들을 가르치는데, ‘유순’이란 처녀에게 마음이 끌린다. 졸업 후 변호사가 된 허숭은 장안 갑부 ‘윤 참판’의 무남독녀 ‘정선’과 결혼하지만, 유순을 잊지 못한다.

 그 무렵, 살여울에서는 유순이 농업 기수에게 뺨을 맞고, ‘한갑’이란 청년이 그 농업 기수를 때려뉜 사건이 일어났다. 허숭은 허영과 사치만 알고 행실마저 단정치 못한 정선과 헤어져 한갑을 변호하고 농촌 계몽에 헌신하고자 귀향을 결심한다.

 허숭이 타고 가는 기차에 투신자살을 기도한 정선은 다리가 절단된 뒤 과거를 뉘우치고 허숭과 함께 살여울로 내려간다. 그들은 유치원을 열고 농민 구제 사업에 전념하는데, 허숭이 고리 대금업자 ‘정근’의 모함으로 투옥되고 만다. 그러나 그가 나올 때까지 정선은 살여울을 끝까지 지킨다.

 

영화 [흙], 1978

 

 이 소설은 1930년대 당시에 성행한 농촌 계몽 운동에서 취재된 인도주의적 경향이 짙으며, ‘살여울’이라는 무지와 빈궁과 핍박으로 억눌려 있는 농촌을 유복하고 아름다운 이상마을로 건설해 보려는 주인공 허숭(許崇)의 희생적인 노력과 꿈이 작가의 민족주의 사상의 가장 강렬한 표현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종의 농촌계몽소설인 이 작품은 도시의 인텔리층에 속하는 주인공이 사회적인 지위와 재산과 가정을 버리고 농촌에 들어가 농민과 함께 소박한 생활을 하며 그들을 교화하는 과정을 그려 보임으로써 도시를 악의 그것으로 보고, 농촌을 이상향으로 보는 이상주의적 경향을 띠고 있어 톨스토이의 영향을 크게 받은 듯하다.

 이 작품에 대한 작가의 말을 빌리면 실제의 친구 ‘채’라는 사람의 행적을 소설화한 것이라 하며, “오늘날 조선 사람이 특히 젊은 사람 중에도 남녀 학생에게 고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중에는 민족의 현상과 장래에 대한 이론도 있고, 또 내가 우리의 현재와 장래에 대하여 느끼는 슬픔과 반가움과 기쁨과 희망도 있으며, 여러분의 속속 마음과 의논해 보고 싶은 사정도 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서투른 소설의 형식을 빌려 여러분의 앞에 내어놓는 것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작가의 말을 보더라도 이 작품에는 그의 계몽주의적 사상이 반영되어 있다. 일종의 ‘농촌 교화 소설’로 지식층 출신 주인공 ‘허숭’이 사회적 지위, 재산, 가정을 버리고 농촌에 들어가 소박한 농민 속에서 참된 인간성을 찾으려는 과정을 그렸다. 도시를 악의 소굴로 보고, 농촌에 ‘이상향’을 건설하려는 이상주의적 경향은 톨스토이의 영향이 뚜렷하다.

 작가가 허숭을 통해 보여 주듯 농촌 현실에 대한 비현실적 생각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 본다면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나라를 구제할 수 있는 길이 농촌을 계몽시켜야 한다는 것에 있음을 알았다는 점에서 이 시대의 다른 농촌 계몽 소설과 함께 큰 의의를 지닌다.

 이 소설은 산문적, 묘사적 문체를 사용함으로써 현장감을 살려내는 데 성공하였고 따라서, 1920년대 사실주의 소설의 태동을 가져오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며, 근대소설사의 한 전기를 마련하는 획기적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제 면에서도 문학의 사실성 및 철학성을 확보한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민족주의적 계몽성을 띠면서 개인과 공동체와의 연계 속에서 민족적 성격을 강조하고 있음과 동시에 신문학의 필요성, 교육을 통한 지식 보급으로 힘을 길러야 한다는 근대적 자각을 역설하고 있다.


브나로드운동(Vnarod) :

 ‘민중 속으로’를 뜻하는 러시아 말. 이 슬로건 아래 1873∼74년을 정점으로 하여 러시아의 진취적인 젊은 지식인들이 민중(농민)에 대한 계몽선동을 위해서 대거 농촌에 뛰어들었다. 러시아의 독특한 농민공동체 미르(mir)를 기반으로 하여 자본주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사회주의 사회로의 직접 이행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이들 나로드니커들은 당시 부패하고 억압적인 차르 체제를 타파할 혁명의 원동력이 자본주의 체제에 오염되지 않은 순박한 농민들 속에 내재해 있다는 신념과 이상주의적 열정을 안고서 민중 속으로 뛰어들었으나 이들의 활동은 기대한 성과와 농민의 반응을 얻지 못한 채 거의 관헌에 의해 체포됨으로써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 운동은 많은 혁명가들을 배출함으로써 반(反)차리즘 운동의 단계를 높이는 역사적 계기로 기여하였다. 우리 나라에서도 일제치하에서 러시아 나로드니키의 선례와 비슷한 성격의 운동이 일어났었는데 심훈의 소설 <상록수(常綠樹)>는 이를 잘 묘사하고 있다.

 

채수반(蔡洙般.1900~1955) :

독립운동가. 평안북도 영변 출생으로 영변에서 [농우회]를 조직하여 일제의 한국병탄과 식민지 통치를 비판하고 일제가 금서로 지정한 애국적 서책들을 윤독하며 독서회 운동을 하다가 1920년 11월 일제 경찰에 피체되어, 1921년 2월 6일 소위 제령(制令) 제7호 위반으로 징역 2년형을 언도받고 옥고를 치렀다. 출옥 후 [흥사단]의 국내 조직체인 [수양동우회(修養同友會)]에 가입하여, 1928년 12월 평안남도 용강군에서 [혁산구락부(革山俱樂部)]를 조직하여 농민들에게 민족의식과 독립사상을 고취하다가 1930년 일제 경찰에 다시 피체되어, 1932년 10월 3일 고등법원에서 소위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 5년형이 확정되어 옥고를 치렀다. 정부에서는 그의 공훈을 기리어 1990년에 [건국훈장 애국장(1977년 건국포장)]을 추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