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제임스 월러 장편소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미국 소설가 로버트 제임스 월러(Robert James Waller, 1939~2017)의 장편소설로 1992년 발표되었다. 월러는 미국 아이오와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으며 인디애나 주립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오랫동안 교수 생활을 했다. 텍사스 사막지대에서 멀리 떨어진 농장에서 지내면서 글 쓰는 일과 사진, 음악, 경제학, 수학에 몰두하며 평생을 보냈다.
1990년 매디슨 카운티의 낡은 다리 사진을 찍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영감을 얻어 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그의 대표작으로, ‘제2의 러브 스토리’라는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 40여 개국에 번역되어 5천만 부 이상이 팔렸고, 워너브라더스에서 같은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 작품의 내용은 명백한 불륜이지만, 섣불리 비난하기 어려운 무게가 있다. 갈등 끝에 결국 가족 곁에 남기로 한 프란체스카의 결정도 중년의 감성을 먹먹하게 건드린다.
윌러의 주요 작품들로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1992), 『시더 벤드에서 느린 왈츠를』(1992), 『길 위의 사랑』(1995),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2002) 외 다수가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머니 프란체스카가 남긴 유언과 유품을 통해 과거 한때 바람을 피웠음을 알게된 남매가 당황하고 분개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1960년대 중반 미국이 배경이다. 50대 여성 프란체스카는 2차 세계대전 중 이탈리아에 파병된 버드와 결혼해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와 아이오와주 윈터셋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시골에서의 일상이 무료하기만 한 어느 날, 남편과 두 자녀가 일리노이주 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홀로 남은 프란체스카는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날을 보내기로 마음먹는다. 후덥찌근한 여름날 남편과 아이들이 떠난 집에 홀로 남아 따분함과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프란체스카에게 옛날 다리를 촬영하러 다니는 내셔널 지오그래픽誌 사진 작가 킨케이드로가 나타나 길을 물으면서 이야기는 본격 전개된다.
아이들과 남편 뒷바라지에 파묻혀 프란체스카는 “엄마와 아내로서 긴 시간을 살아온 여자”로 살고 있다. 농부인 남편 버드는 건실하고 착하지만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인 아내의 감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또 사춘기인 아이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한폭탄 상태다. 남편과 아이들이 일리노이주 농업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 그 나흘 동안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로맨스가 꽃을 피운다. 일기예보만 듣던 라디오로 음악을 듣고 모카 포트로 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프란체스카의 두 자녀는 처음 어머니의 불륜에 크게 분개했으나 그 애틋함에 점차 공감하며 끝내는 이에 감격해 파경으로 치닫고 있던 각자의 가정 생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젊은 시절 꿈을 가슴 한 켠에 묻어둔 채,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프란체스카. 남편과 아이들이 박람회 견학 겸 짧은 여행을 떠난 사이, 모처럼의 휴식을 맞이한 그녀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운명의 사랑이 찾아온다. 물 빠진 청바지와 낡은 레드윙 부츠, 손 때 묻은 니콘 카메라와 카멜 담배, 낡은 픽업트럭……. 오래된 다리의 사진을 찍겠다며 아이오와의 시골 마을, 고립된 낡은 도로 같던 그녀의 삶에 로버트 킨케이드라는 남자는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그날, 머물지 못하는 바람 같던 그의 인생에도 처음으로 놓치고 싶지 않은 이가 생겼다. 그도 그녀도 더 이상 젊지 않고, 첫 무도회의 설레임은 이미 자라날 아이들의 몫이 되어버렸음에도 그를 만난 프란체스카는 다시 춤을 추고 싶어진다.
♣
프란체스카와 로버트는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말할 수 없는 '끌림'을 느낀다. 프란체스카가 그에게 다리로 가는 길을 안내하면서 둘은 가까워진다. 며칠 후, 로즈먼 다리에 메모가 담긴 종이 한 장이 붙어 있다. "'흰 나방들이 날갯짓할 때' 다시 저녁 식사를 하고 싶으시면, 오늘 밤 일이 끝난 후 들르세요. 언제라도 좋아요." 전날 그와 식사를 하면서 묘한 설렘을 느낀 프란체스카가 초조하게 휘갈겨 써 붙인 종이를 로버트가 서둘러 셔츠 포켓에 숨긴다. 결국 서로의 감정을 알게 된 로버트와 프란체스카는 나흘 동안 평생 그리워할 사랑을 하고 만다. 언젠가부터 '여자'보다 '아내'라는 말이 더 익숙해져 버린 프란체스카와 삶의 의미를 찾아 세상을 떠돌던 로버트에게 불현듯 찾아온 단 한 번의 사랑이었다.
프란체스카는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집을 떠날 수 없다. "당신과 떠난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당신이 사랑하게 됐던 그 여자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변해 버릴 거예요"라고 그녀는 고백한다. 그들의 운명적 사랑은 "안녕"이라는 간단한 인사로 끝나고, 침묵 속에 묻어둔 마음은 1982년 1월25일, 1987년 1월7일 로버트와 프렌체스카가 각각 사망하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인생에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있다. 이 작품은 그 선택에 관한, 어찌 보면 흔히 불륜이라고 부르는 이야기가 틀림없다. 그러나 주인공들은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고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고 평생을 살아간다.
"그리운 프란체스카. 당신 집 앞에서 길을 묻기 위해 차를 세운 것이 13년 전 오늘이요. 나는 1965년부터 1975년까지 길 위에서 살았소. 당신에게 전화하거나 찾아가고픈 유혹을 없애기 위해서였소. 당신을 발견한 사실에 감사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고 있소. 우리는 서로에게 빛을 비춘 것 같소. 당신을 사랑하오. 깊이. 완벽하게. 영원히... ... (1978년 8월16일ㆍ로버트의 편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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