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바타 야스나리 단편소설 『이즈의 무희(伊豆の踊子)』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1899∼1972)의 초기 중편소설로 1926년 1ㆍ2월 [문예시대]에 발표되었고, 1927년 [금성당]에서 간행한 제2단편집 <이즈의 무희>에 실렸다. 어른과 어린이의 경계에 있는 소녀의 가련한 자태가 선명하게 그려지면서 청춘의 설렘과 비애를 생생하게 표현한 서정성 짙은 작품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이즈의 온천을 여행했는데 이 작품은 그때의 경험을 배경으로 했다. 작가 스스로 고아 기질이라는 정신적인 고뇌에서 벗어나려는 의도에서 쓴 작품이며 기교가 뛰어난 신감각파시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솔직한 필치를 지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대표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1933년 고쇼 히라노스케 감독이 영화화한 뒤 수차례 영화화하였으며 많은 일본인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고전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이 소설은 학교를 벗어나 아마기고개 산길을 걸어서 여행을 떠난 학생이 도중에 떠돌이 광대 무리와 합류하여 신분상의 차이를 넘어 하나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방랑하는 청춘이 그 사이에 어린 무희와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헤어지게 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서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받아드리게 되는 성장소설이다. 비가 내리면서 고개의 찻집에서 무희와 만나는 장면과 일행과 함께 산길을 걸어 시모다 항구로 향하는 장면은 애틋하기 짝이 없다.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주인공과 유랑 가무단의 무희와의 순수한 만남과 이별을 그린 이 작품은 가와바타 초기의 대표작으로 유명하며, 한 청년의 성장을 담은 청춘 소설로 읽히기도 한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1968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스무 살의 구제 고등학교 학생인 주인공은 욕정의 수치심 안에 갇혀있는 순수한 소년이다. 그는 고아 기질로 뒤틀린 자신의 성격을 반성하고 그 우울함을 떨치려고 동경 아래에 있는 작은 바닷가 마을인 이즈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 우연히 다섯 명으로 구성된 유랑극단 일행을 만나 동행하게 되는데, 극단의 열넷 나이 무희 가오루가 호의를 보내와 정이 든다. 처음 주인공은 그 소녀를 좀 더 연상으로 생각해 그녀가 혹시 몸을 파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터무니없는 망상에 괴로웠지만, 강 건너편의 공동 목욕탕에서 뛰어나와 발가벗은 채로 발돋움해 손을 흔드는 티 없이 맑은 소녀를 보고 완전히 기분이 정화된다.
시모다 가도(下田街道)에서 조금 뒤에서 걷고 있던 소녀가 “좋은 사람이네”라거나 “좋은 사람은 좋아”라고 주인공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 소리를 듣는다. 고아 근성으로 비뚤어져 있다고 자신을 생각하고 있던 주인공은 그 이야기에 눈물짓는다. 그가 예인들과 떠돈 이즈는 특출할 것 없는 지방이고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에게는 그저 각박한 세상 한 모퉁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순수한 사랑을 품은 주인공의 눈에 띈 것은 아름답고 따스하고 정감 어린 세계다.
가오루가 보여주는 호감에 고아인 주인공은 위축되었던 기분이 느긋하게 풀어지고 일그러진 감정도 정화됨을 경험한다. 그러나 그러한 여행을 계속할 수 없는 주인공은 시모다에 도착한 다음 날 그녀와 헤어져 동경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별이 슬픈 나머지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배에 올라탔고 멀어지는 배 안을 향해 소녀는 하얀 천을 흔든다. 결국, 두 사람은 이별하고야 만다. 선실에 누운 주인공은 흘러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
가와바타가 이즈를 여행한 시기는 일고(구 동경대)에 입학한 다음 해인 1918년 (다이쇼 7년) 가을에 기숙사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 8일 동안으로 (10월 30일부터 11월 7일) 그가 처음으로 홀로 떠난 여행이었다. 가와바타는 거기에서 떠돌이 광대 일행과 동행하게 되면서 어린 무희 가토 다미와 만난다. 시모다 항에서는 귀경하는 배편에 수험생을 만난다. 가와바타는 여행 후 약 7년이 지나서 『이즈의 무희』를 썼다. 가와바타는 이 작품에 대해 “모두 쓴 대로 있었던 사실이고 허구가 아니다. 있다면 생략뿐이다. 내 여행 소설의 출발점이다."라고 말했다.
『이즈의 무희』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주인공과 유랑 가무단의 무희와의 순수한 만남과 이별을 그린 작품이다. 가와바타 초기의 대표작으로 유명하며, 한 청년의 성장을 담은 청춘 소설로 읽히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일본적 서정성으로 포장된 인간 내면의 고독감과 차별 구조에 대한 소설의 논리가 흥미로운 작품이다.
제 성격이 비뚤어졌다고 생각하는 나이든 고교 학생이 그러한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주 여행을 떠나, 가극단 일행과 친해지고, 그들의 선량한 인간성에 끌린다. 17세가량으로 보이나, 사실은 14세밖에 안 되는 무용수 소녀에게는 특히 어렴풋한 애정을 느끼지만, 심미적인 만족감 속에서 눈물에 젖는다. 신감각파 작가로서의 작자의 위치를 확립한 출세작이다.
♣
(전략) 사람의정신에 끼치는 순수의 영향은 먼저 정서의 증폭으로 나타난다. 메마르고 거친 세상은 순수의 화폭에 담기면 풍성한 서정의 비경이 된다. 어쩌면 그가 예인들과 떠돈 이즈는 특출날 것 없는 일본의 한 지방이고, 세상살이에 닳고 지친 사람에게는 그저 각박한 세상 한 모퉁이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순수한 사랑을 품은 그의 눈에 포착된 것은 아름답고 따스하고 정감 어린 딴 세계다.
순수한 사랑은 달리 보면 자신도 거기서 무얼 바라는지 알 수 없는 사랑이거나 바라봤자 끝내 얻을 게 없는 사랑이다. 따라서 그것은 일쑤 하무나 애상의 정조를 동반한다. 사람을 나른하고 무력하게 만드는 정조이지만 또한 사랑을 싹틔우는 훌륭한 토양이 되기도 한다.
작품의 결말은 바로 그런 순수와 서정이 인간애로 고양되는 상태를 보여준다. 애상에 젖은 주인공은 한없이 남에게 기대고 싶기도 하고 한없이 베풀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0권 136쪽에서 인용)
『이즈의 무희』는 일본적 서정성으로 포장된 인간 내면의 고독감과 차별 구조에 대한 소설의 논리가 흥미로운 작품이다. 소설 속 두 사람은 결국 이별하지만, 어른과 어린이의 경계에 있는 소녀의 가련한 자태가 선명하게 그려지면서 청춘의 설렘과 비애를 생생하게 표현한 서정성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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