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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노인 자살을 다룬 영화 <죽여주는 여자>

by 언덕에서 2017. 1. 20.

 

 

 

 

노인 자살을 다룬 영화 <죽여주는 여자>

 

 

이재용 감독의 2016년 영화 <죽여주는 여자>는 ‘노년층의 성과 죽음’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고령화 사회에서 소외된 노인들의 문제를 심도 있게 탐구하며, 주인공 소영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또한 주인공이 사는 집에는 트랜스젠더 여성, 코피노 소년이라는 다문화아동,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살고 있다. 주인공 소영은 물론, 그들 모두는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무시당하는 이들이다.

 주인공은 65세의 성매매 여성으로 ‘박카스 할머니’ 일을 하는 중 친한 이로부터 삶이 고통스럽고 더 이상 사는 게 무의미하니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이지만 친구처럼 친한, 그들의 고통을 십분 이해하기에 들어줄 수밖에 없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된다... 그녀가 제공하는 '안락사 서비스'는 단순한 금전적 교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영화는 이를 통해 고령화된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이 영화에 대한 영화계의 평은 대체적으로 두 가지로 양분되었다.

 독거, 고독사, 빈곤, 질병 등 고령화사회의 공포는 관객을 영화에 접착시키는 강력한 정서이며, '박카스 할머니'라는 소재는 지극히 현실적인 동시에 영화적이며, 배우 윤여정의 연기는 불평할 것 없이 좋다는 평이 첫 번째고, ' 두 번째는 한국 현대사를 관통한 한 여성의 비극을 숭고한 미적 대상으로 위치시키는 이야기 전환은 너무도 간편한 방식이다, 저마다의 아픔을 가진 인물 군상의 고른 배치 또한 도식적이며 피상적으로 다가오며, 첨예한 현실의 고통을 어느 순간 뭉뚱그리고 있어 아쉽다는 평이 그것이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나랑 연애하고 갈래요? 잘해 드릴게.”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65세의 소영은 이른바 ‘박카스 할머니’다. 남자 노인들 사이에서는 ‘죽여주게 잘하는’ 여자로 입 소문을 얻으며 노인 창녀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소영이 세 들어 사는 2층 주택에는 트랜스젠더인 집주인 티나, 장애를 가진 가난한 성인 피규어 작가 도훈, 성병 치료 차 들른 병원에서 만나 무작정 데려온 코피노 소년 민호 등이 살고 있다. 소영은 가난하고 소외된 노인들이 주 고객이며, 이들과의 관계에서 위로와 소통을 제공한다. 하지만 단순한 성매매를 넘어선 복잡한 감정적 교류가 그녀의 삶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이웃들과 함께 힘들지만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한때 자신의 단골 고객이자, 뇌졸중으로 쓰러진 송노인으로부터 자신을 죽여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받고 죄책감과 연민 사이에서 갈등하다 그를 진짜 '죽여주게' 된다. 여기서 '죽여준다'는 말은 살인자라는 의미보다는 남자 노인이 자살을 할 때 옆에서 살짝 도와주는 정도다. 그 일을 계기로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의 부탁이 이어지고, 소영은 더 깊은 혼란 속에 빠지게 된다. 소영은 이러한 노인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들을 고통 없이 죽도록 돕기 시작한다. 이는 단순한 성매매에서 벗어나 인간의 마지막 선택을 돕는 새로운 역할로 확장된다.

 

 소영의 안락사 도움 행위가 확대되면서 위험이 점점 커진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경찰의 수사도 가까워진다. 이 과정에서 소영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법적, 도덕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며, 그녀의 삶은 점점 더 긴장된 상황으로 빠져든다. 이때 그녀와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 특히 죽음을 맞이한 노인들의 가족이나 사회의 시선이 그녀에게 불안감을 더한다.

 ‘마지막 가는 길에 옆에 있어 달라...’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한 채 잠든 남자의 옆에서 하룻밤 있어줬을 뿐인데 남자와 호텔에 투숙한 장면이 로비의 CCTV에 잡히고 만다. 그녀는 재판을 받고 국내 유일의 여성 교도소로 가게 된다.

 이후 소영은 교도소에서 고독사 후 화장된다. 무연고자 유골함을 보관하는 장소의 소영의 유골함 상자를 비추는 장면에서 영화는 끝난다.

 

 

 박카스 할머니 일을 하면서 소영은 삶에 지칠 대로 지친 노인들이 죽음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들은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고립 속에서 죽음을 갈망한다. 소영은 그들의 요청을 차마 거절할 수 없어서, 사정이 안타까워서, 너무도 깊이 이해해서 수락할 수밖에 없다.

 이때 관객은 도덕적 딜레마에 봉착하며, 주인공의 행위가 생명을 존중하는 일인지, 아니면 불법적인 살인인지 혼란에 빠진다. 소영은 결국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 직면한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노인들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선택한 길을 고수하려 하지만, 현실적인 벽과 법적 제재는 그녀를 압박한다. 영화는 소영의 운명을 확실히 제시하기보다는, 그녀가 안락사를 통해 노인들에게 존엄을 부여하려 했던 의도와 사회적 현실 간의 갈등을 남긴 채 끝을 맺는다.

 

 

 주인공 소영은 65세의 독거노인으로 생계를 위해서 매매춘을 한다. 그녀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노인들의 삶 속에서 그들의 육체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일을 넘어 죽음을 원하는 노인들에게 안락사를 돕게 된다. 이러한 역할로 인해 소영은 법적, 도덕적 갈등에 직면하지만, 그녀는 죽음을 원하는 노인들이 고통 없이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사실에 의미를 찾는다. 소영의 삶은 노인들의 외로움과 고통 그리고 존엄한 죽음에 대한 갈망과 연결되어 있다.

 <죽여주는 여자>는 성과 죽음이라는 다소 금기시되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 안에 담긴 인간의 깊은 외로움과 고통, 그리고 사회적 소외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재용 감독은 소영을 통해 사회적으로 배제된 노인들이 겪는 육체적, 정서적 어려움을 현실감 있게 표현했으며, 역설적으로 안락사를 통해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자주적인 선택이 가능함을 제시했다.

 이 영화는 노년층의 성과 죽음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동시에, 사회가 고령화로 인한 문제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윤여정의 섬세하고도 깊이 있는 연기는 소영이라는 여자 노인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며, 영화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 영화는 단순한 성매매 노인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라, 삶과 죽음, 존엄과 고통을 고민하는 현대사회의 거울로서 비추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