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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아기장수 설화

by 언덕에서 2018. 11. 28.

 

 

 

 

아기장수 설화

 

 

  

분류상 신이담☜(神異譚)에 속하는 설화로 아기장수의 비극적 종말을 담은 이야기다. 가난한 평민의 집에 한 아이가 태어났는데 겨드랑이에 날개가 있고 힘이 센 아기장수였다. 부모는 아이가 크면 장차 역적이 되어 집안을 망칠 것이라고 판단하여 미리 죽였다.그러자 아기장수를 태울 용마가 나타나 주인을 찾아 헤매다가 용소에 빠져 죽었다는 내용이다.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비슷한 유형의 이야기가 다양하지만, 뛰어난 능력을 지닌 자가 주위의 반대나 무지에 의해 그 뜻을 펴보지도 못한 채 죽음을 당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설화의 전승집단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그리고 조선 후기에 거듭된 민중봉기와 그 실패를 아기장수의 비극적 종말로써 해명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설화에는 새로운 영웅을 갈망하는 당대인들의 소망이 역설적으로 투영된 결과로 생각할 수 있다.

 이 설화는 아기장수무덤ㆍ말무덤ㆍ장수바위 등의 흔적을 곳곳에 남겨둠으로써 억울하게 죽은 아기장수의 기상이 민간에 강력하게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옛날 어느 곳에 한 평민이 아들을 낳았는데, 태어나자마자 겨드랑이에 날개가 있어 이내 날아다니고 힘이 센 아기장수였다.

 아기장수가 태어났다는 소식은 관아에 까지 전해졌다. 고을 사또는 몸소 가마를 타고 마을로 와서 아기를 보고 얼굴이 험하게 일그러졌다. 아기장수가 나오면 역적이 되어 나라를 해친다는 속설 때문이었다. 그는 아기장수가 콩을 한 줌 뿌리면 그것이 병사가 되고 팥을 한 줌 뿌리면 그것이 모두 군마가 되어 막강한 군대를 일으킬 수 있다는 속설을 믿고 있었다. 그는 아기의 친척 중 가장 나이가 든 어른에게 말하였다.

 “아기를 광에 가두어라. 내가 조정에 보고를 하면 조치가 내려질 것이다. 만약 명령대로 하지 않으면 너희 일가가 능지처참 당할 것이다.”

 사또가 돌아간 뒤 아기장수의 부모는 아기를 광에 가두고 눈물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 때, 소문이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아기장수를 죽이기 위해 한양에서 관군이 달려왔다. 아기장수와 함께 일가를 모두 죽일 것이라는 말도 들렸다. 아기장수의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기야, 나를 용서해라. 네가 관군에게 잡혀 죽고 일가가 몰살당하느니 너의 목숨을 내가 끊는 게 낫다.”

아기장수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였다.

 “저를 묻을 때 콩 다섯 섬과 팥 다섯 섬을 같이 묻어 주세요.”

 아버지는 아기장수를 다듬잇돌로 눌러 죽이고 땅에 묻으며 콩과 팥을 함께 묻었다. 이튿날 관군이 도착했다.

 “어서 아기를 내놓아라.”

 아기장수의 집안어른들은 관군장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죽였습니다. 나라의 역적이 될 것이라고 하여 아비가 돌로 눌러 죽이고 묻었습니다.”

 관군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의 후환을 없애고 우리 관군의 수고를 덜어주었으니 잘한 일이다. 무덤으로 나를 안내하라.”

 아기장수가 죽을 때 유언으로 콩 닷섬과 팥 닷섬을 같이 묻어달라고 하였다. 관군이 무덤에 이르렀을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기장수가 살아있고, 아기와 함께 묻은 콩은 군사가 되고 팥은 군마가 되어 막 아기장수를 호위하여 일어나려는 것이었다. 관군장수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어서 진압하라. 어서 저 역적들을 죽여라!”

 "아기장수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왜 나를 역적이라 하십니까. 머지않아 조국에 쳐들어 올 적군을 맞아 싸우다 죽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관군은 칼을 내리쳐 아기장수를 죽였다. 그때였다. 천마산골짜기에서 천마의 울음소리가 하늘을 흔들며 들려왔다. 관군과 마을 사람들은 분명히 보았다. 천마가 힘차게 날개를 휘저으며 달려와 아기장수의 무덤 위를 선회하는 것을. 천마는 한나절 동안 그렇게 하늘을 날며 슬피 울다가 땅으로 떨어져 죽었다. 마을 사람들은 아기장수의 무덤 옆에 천마를 묻어 주었다.

 몇 해 뒤, 왜군이 쳐들어 왔다. 조선의 군대는 왜군을 당하지 못해 수많은 목숨과 조선의 강토가 그들의 발굽에 유린되었다. 사람들은 탄식하였다. 아기장수가 살아 있었으면 천마를 타고 날아다니며 왜적으로부터 나라를 지켰을 것이라고.

 

 

 

 이 설화는 줄거리의 차이에 따라 2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제1유형 :

 아기장수는 태어난 지 3일 만에 말을 하고 겨드랑이에 난 날개로 방 안을 날아다니는 등 여러 가지 신이한 조짐을 보인다. 부모나 친척들은 아기가 역적으로 자라나 가족이나 마을에 해를 끼칠까 두려워하여 돌이나 쌀가마니 등으로 아기를 눌러 죽인다. 장수의 잠재적 가능성이 일상인의 타성에 의해 제거된다.

 쉽게 죽지 않아서 낙심해 있는 부모에게 아기가 자기 겨드랑이에 붙은 날개를 떼도록 알려주어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경우, 아기장수의 잠재적 가능성은 더욱 초월적인 것으로 상승되며 비극성도 그만큼 고조된다. 거기에 아기장수를 따라 태어난 용마의 죽음까지 더해지면, 장수의 출현이 초월적인 섭리였음이 확실해지고 그 섭리를 받아들이지 못한 일상인들의 어리석음이 더 아프게 부각된다.

 ■제2유형 :

 아기장수는 태어나자마자 드러나는 여러 가지 신이함 때문에 사회로부터 분리된다. 아기장수는 어머니에 의해 못 속에 버려지기도 하고, 아기장수 스스로 어머니에게 일정량의 곡식을 청해 못이나 바위 속에 들어가기도 한다. 기존의 질서로 상징되는 적대자와 일차적인 대결을 거쳐 못이나 바위에 묻힌 다음 다시 죽음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죽은 아기장수가 새가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는 각편도 전한다.

 즉, 이 유형의 <아기장수설화>를 이야기하는 화자들은 아기장수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은 아기장수의 재생을 설정하거나 재생에 대한 암시를 덧붙이면서 현상적인 죽음을 부정하고 재생을 기원한다. 이것은 <아기장수 설화>가 최제우ㆍ김덕령ㆍ김통정 등 새로운 가치를 추구했거나 반체제적이었던 역사적 인물의 전설에서 재현되는 양상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아기장수가 가족에서 분리되거나 버려지는 모습은 건국신화 등에 나타나는 신화 주인공이 지상계에서 질서화를 꾀할 때 반드시 거치는 통과제의와 비슷하다. 그러나 신화의 주인공들이 결국 나라를 건국하여 건국영웅담을 이루는 것과는 달리 <아기장수 설화>는 버려지고 만다. 백성들에게 왜 이런 이야기가 돌았을까? 위의 설화가 만들어진 시기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친 이후의 시기였다.

 임진왜란 때 왜군을 무찌른 곽재우, 김덕령 등 의병장들이 선조에게 불려 가 문초를 당하거나 죽음을 당하는 모습과 병자호란 이후 임경업이 모함을 받아 옥사당한 모습에서 백성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근본적으로 외세의 침략에 의한 것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무능한 왕과 조정이 민초의 삶을 초토화시키고 말았다. 아기장수 설화는 왕과 조정을 노골적으로 원망하지 못하는 힘없는 백성들이 만들어낸 영웅담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건국신화가 역사 속에서 체제 수호적이고 체제긍정적인 가치를 표방하면서 현세적 질서의 주체들과 결부되어 재현되는 데 비해 <아기장수 설화>는 외세와 지배층에 수탈당한 힘없는 백성들이 꿈꾼 체제 모반적이고 새로운 질서를 표방하는 민중적 영웅담으로 재현되었을 것이다.

 


 

신이담 : 신비스러우며 초인간적인 행위들을 내포하고 있는 이야기의 한종류. 일반적으로 말하는 전설이나 신화의 대부분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신이담은 다시 기원담 · 변신담 · 응보담 · 초인담 등으로 세분할 수 있다. 기원담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 · <남매의 결혼 이야기>와 같은 우주와 인류의 기원담과 <손톱을 함부로 버리면 못쓴다의 유래이야기>와 같은 습속의 기원담이 대부분이다. 변신담에는 동물이나 식물로의 환생이계로의 탈신, 동물의 둔갑, 인간의 변신 등이 나타나는데, <청개구리의 불효 이야기> · <할미꽃 전설> · <개의 도섭 이야기> · <구렁이가 된 구두쇠 이야기> · <여우처녀의 구슬 이야기> · <호랑이가 된 효자 이야기>를 각각 그 예로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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