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덩덩 신선비 전설
구렁이 모습을 한 신선비와 그 아내의 이별과 재결합을 다룬, 한반도 전역에서 널리 전승되는 민담. <구렁덩덩 신선비 전설>은 전국 각지에 많이 분포되어 있으나, 전북과 경남에서 채록한 것이 비교적 내용이 풍부하고 이야기도 조리 있게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서 변이의 폭이 심하다. 구렁이를 출산하는 인물이 할머니 또는 과부로 되어 있는데 모두 아이를 출산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다. 구렁이를 잉태한 이유는 대부분 생략되어 있으나 동물의 알을 주워 먹거나, 베 매는 부인을 중이 작대기로 찌른 뒤 임신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장자 딸과 구렁이의 정혼 과정도, 구렁이가 장자 집에 청혼하자 장자가 구렁이의 목을 쳤으나 목이 도로 붙고 거절하면 장자의 구족이 망한다고 하여 허락한다는 전설도 있다. 구렁이의 탈각 과정이 상세하게 잘 나타나는 각편은 영남 지역 채록본이고, 셋째 딸과 신선비의 재회 과정이 상세한 전설은 호남 지역 채록본들이다. 특히 셋째 딸이 잠적한 신선비를 찾아내는 여행 과정은 지역에 따라 세부 내용에서 차이가 많다.
뱀에게 시집간 셋째 딸이 뱀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행복한 결혼생활이 깨지지만 좌절하지 않고 다시 행복을 찾는다는 내용을 주제로 한다. 극작가 오영진(吳泳鎭)은 <뱀신랑 설화>에서 소재를 취해 인간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고 외모나 가문ㆍ권력 등에 매달리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위선을 비판하는 내용의 희곡 <맹진사댁경사>을 집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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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는 다음가 같다.
옛날 어떤 곳에 나이 많은 할머니가 혼자 살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잉태를 해서 낳고 보니 구렁이였다. 할머니는 구렁이를 뒤뜰 굴뚝 옆에다 삿갓을 덮어 놓아두었다. 이웃에는 딸 셋을 둔 장자집이 있었는데 할머니가 아기를 낳았다는 소문을 듣고 딸들이 찾아와서 보고 구렁이를 낳았다고 더럽다고 하였다.
그러나 셋째 딸만 구렁덩덩신선비를 낳았다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들은 구렁이는 어머니에게 장자 딸에게 청혼을 하라고 하였다. 어머니가 주저하자 구렁이는 청혼을 하지 않으면 한 손에는 불을 들고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어머니 배 속으로 다시 들어가겠다고 위협하였다. 어머니가 장자 집에 청혼을 하자 첫째 딸과 둘째 딸은 거절하는데 셋째 딸이 부모님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하여 혼인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혼례를 치렀는데 첫날밤에 구렁이는 신부에게 간장(또는 기름) 한 독, 밀가루 한 독, 물 한 독을 준비하라고 하였다. 구렁이가 간장독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다시 밀가루 독으로 들어가서 몸을 굴리고 물독으로 들어가서 몸을 헹구더니 허물을 벗고 옥골선풍의 신선 같은 선비가 되었다. 언니들은 동생이 아주 잘생긴 신선 같은 선비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을 보고 시기했다.
어느 날 구렁이는 각시에게 구렁이 허물을 잘 보관하라고 당부하고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갔다. 그런데 언니들이 찾아와 동생을 잠들게 하고, 구렁이 허물을 꺼내 화로에 넣어 태워 버렸다. 서울에 있던 신 선비는 구렁이 허물이 불에 탔음을 알고 자취를 감추었다. 신선비가 돌아오지 않자 각시는 신선비를 찾으려고 집을 나섰다. 길을 가다가 까마귀, 멧돼지, 빨래하는 여인, 논을 가는 농부 등을 만나 그들이 요구하는 일을 해 주고 신선비의 행방을 물어 신선비의 집을 찾아가서 마루 밑에서 자기로 하였다.
그날 밤에는 달이 밝게 떠올랐다. 신선비가 다락에서 글을 읽다가 달을 쳐다보며 각시를 그리워하는 노래를 불렀다. 각시가 이 소리를 듣고 화답을 하여 신선비와 만나게 되었다. 그때 신선비는 새로 장가를 갔는데, 선비가 부인 둘을 데리고 살 수 없어서 두 부인에게 일을 시켜 보고 일 잘하는 부인과 살기로 하였다. 나무해 오기, 물 길어 오기, 호랑이 눈썹 빼 오기 같은 어려운 과제를 본래 부인은 잘 해냈으나 새 부인은 하지 못하였다. 신선비는 새 부인을 버리고 본래 부인과 다시 부부가 되어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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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렁덩덩신선비>에서 출생한 구렁이는 보통의 뱀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인간이 구렁이를 출산한다는 것은 구렁이신을 봉안함을 의미하고, 구렁이와 장자 딸의 혼사는 신과 사제자의 만남이며, 구렁이 허물의 소각은 구렁이신을 거부한 것이고, 신선비의 잠적과 아내의 남편 찾기 여행은 사라진 신을 다시 맞이하여 봉안하는 신맞이 굿의 의례가 언어로 정착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석할 때 구렁이가 어머니에게 청혼을 강요한 협박은 구렁이신을 따르지 않으면 대지를 생산력이 고갈된 불모지로 만들겠다는 것이고, 장자가 혼인을 허락한 것은 신의 도움으로 자신이 관리하는 전답의 생산력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구렁이가 혼인한 첫날밤에 허물을 벗고 신선비로 변모한 것은 농경시대에 이르러서 동물인 숭앙에서 인격신 숭앙으로 신의 형상이 바뀜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구렁이 허물의 소각과 신선비의 잠적은 구렁이신의 신앙을 거부하자 신이 잠적한 것이고, 허물 타는 누린내가 널리 퍼진 것은 신의 가호에서 벗어난 집단이 가뭄이나 질병 같은 재앙으로 고통을 받음을 의미한다. 셋째 딸이 신선비를 찾는 고난의 여행은 이러한 재앙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신맞이굿을 행하여 사라진 신을 다시 모신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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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화는 현재 민담으로 전승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뱀을 출산하고 뱀과 처녀가 결혼하고 뱀이 인간으로 변하며, 헤어진 뱀신랑과 처녀가 다시 만나는 등 인간과 동물 간에 교류되고 있는 비현실적인 내용에는 신화적 성격이 짙게 나타나고 있어 신성성을 상실한 과거의 신화가 아닌가 추정된다. 또한 이 설화는 세계적으로도 널리 분포되어 있는 유형으로 핀란드의 구비문학자인 안티 아르네(Antti Aarne)와 스티스 톰슨(Stith Thompson)에 의해 'Type 425 잃어버린 남편을 찾아서'로 명명, 정리된 바 있다. '큐피드와 프시케 설화'(The Tale of Cupid and Psyche)는 이 유형의 대표적인 설화이다. 신선비설화의 전체적인 유형은 세계적 보편성을 지니지만 세부적 단락이나 이야기의 의미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런 점은 신선비설화가 우리나라에서 자생한 이야기라는 방증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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